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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기부

2010.12.19 15:49

임효제 조회 수:148



          나는 어렸을 때 사고로 한쪽 다리가 불편해졌고,
          중이염으로 양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중복 장애를 가졌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신문 배달도 하고 남의 집살이도 하면서 대학도
          뒤늦게 진학했다.
          청년 시절은 암울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절망과 한숨뿐이었다.

          그러나 "너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것"
          이라고 예언 같은 믿음을 내게 주셨던 노부부 교수님이 계셨다.

          내가 수업시간에 귀가 안 들려 늘 옆의 친구에게 노트를 빌려서
          공부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나를 친자식처럼 여겨주셨다.

          창업할 때도 자금 500만원이 없어 고생하는 것을 보고,
          선뜻 정기예금을 해약해 그 10배인 5000만원을 대주셨다.
          나중엔 집까지 저당 잡히며 사업에 쓰라고 내주셨던 분들이다.

          바로 이분들 덕에 기업을 일구었고,
          그래서 오늘 기꺼이 이 사회를 위해 기부를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어느 정도 사업에 성공한 후 사회복지사들을 위해 2억원을 기탁했다.

          다른 사회사업이나 교육, 문화예술, 선교 등에도 힘이 닿는 대로 기부했다.

          사람들은 내가 부자인 줄 안다. 그렇지 않다.
          조그만 기업의 창업주일 뿐이다.

          차량 유지비가 아까워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녔다.
          집에는 냉장고가 낡아 붉게 녹슬어 있다. 아내는 불만이다.
          그래도 냉장고 속은 아직 하얗다고 호통을 쳐서 잠재운다.

          공짜로 운동한다고 열심히 계단을 오르내렸다.
          지금은 정상적인 다리의 관절마저 마모되어 지팡이에 의지해 산다.

          양복은 10년이 더 된 것이고, 넥타이는 선물 받은 것까지 합쳐 4개다.
          회사에서 이면지를 쓰지 않는 직원을 보면 호통을 친다.

          50년 전, 누구나 어려운 시절을 살았지만 몸서리칠 정도로
          가난했던 그때가 내 생활의 눈높이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더 채우려고 기를 쓰는 것을 본다.
          나는 그저 덜어내면서 살려 한다.





          <출처 조선일보 2010. 12. 8.
          "그래도 내가 기부를 하는 이유" 중에서>










        妹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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