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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2) - 가봉, 콩고

2010.12.30 15:59

박일선 조회 수:202








친구님들,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친구님들이 올리신 한국 사진을 보니 한국은 겨울이 한창이군요. 이곳은 물론 항상 여름이지요,




지금 콩고의 수도 Brazzaville 이란 도시에 와있습니다. 여행 중 심심할 때 보려고 영화 몇 편을 가지고 다니는데 며칠 전 “Casablanca" 영화를 봤습니다.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릿드 버그만이 주연하는 영화 기억나시죠? 마지막 장면에, 잉그릿드 버그만과 그녀의 남편이 탄 비행기가 이륙한 다음에, 카사블랑카의 경찰국장 프랑스인 친구가 험프리 보가트에게 Brazzaville로 출국할 수 있는 출국비자를 만들어주겠다는 말이 나옵니다. 옛날 볼 때에는 그런 말이 나왔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이번엔 그 말이 들렸습니다. 알고 보니 당시 (2차 대전 중) 프랑스의 드골 장군이 이끌던 ”Free France"의 수도가 Brazzaville이었습니다. 나치 독일의 힘이 전혀 미칠 수 없는 아프리카 한 가운데 있는 곳에 수도를 정했던 것입니다. 험프리 보가트는 Brazzaville로 갔더라면 (영화지만) 그곳에서 남아연방을 거쳐서 영국이나 미국으로 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프리카에 두 개의 콩고가 있는 것을 아십니까? 불령 콩고와 벨기에 영 콩고가 있습니다. 콩고 강을 사이에 두고, 서울의 강남과 강북처럼, 불령 콩고의 수도 Brazzaville과 벨기에 영 콩고의 수도 Kinshasa가 마주보고 있습니다. 정식 이름은 불령 콩고가 “Republic of Congo"이고 벨기에 영 콩고가 “Democratic Republic of Congo"입니다. 혼동이 되기 쉬운 이름들이지요. 이제는 두 나라 다 어엿한 독립국인데 “불령 콩고”나 “벨기에 영 콩고”라고 부를 수는 없겠고 보통 수도 이름을 붙여서 지금 제가 있는 불령 콩고를 ”Congo-Brazzaville"이라고, 강 건너에 있는 콩고를 "Congo-Kinshasa"라고 부릅니다. 


전번 보내드린 글에서 Equatorial Guinea에서 고생스럽게 며칠을 보냈다는 얘기를 드렸습니다. 다음에 간 섬나라 Sao Tome의 수도 Sao Tome는 흡사 한국 동해안의 조그만 어항 같아서 아름답고 사진 찍는 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서 3일 동안 편하게 보냈습니다.  


Sao Tome를 떠나서 가봉의 수도 Libreville에 와서 콩고 비자를 내자마자 그곳을 떠나서 Lambarene라는 도시로 갔습니다. Libreville은 별로 볼 것이 없는 도시였고 물가만 비쌌습니다. 가봉은 한반도만 한 땅덩어리에 인구는 고작 백 오십 만이고 목재,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근래에는 석유까지 나와서 한때 남아공보다도 국민소득이 높았던 나라랍니다. 그런데 사는 모습은 아프리카의 최빈국의 모습이었습니다. 목재, 지하자원, 석유를 팔아서 받은 돈은 다 어디로 갔는지 도로도 형편없고 전기와 수도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한심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Libreville에서 Lambarene (가봉), 그리고 Lambarene에서 지금 있는 콩고의 수도 Brazzaville까지 오는 동안 수많은 마을을 지났는데 농사를 짓는 모습은 거의 못 봤습니다. 아주 가끔 잡초가 가득한 조그만 옥수수 밭과 이 지역 사람들의 주식인 한국의 감자 비슷한 “카사바 (?)” 밭을 봤을 뿐입니다. 일하는 사람도 안 보였고 가축조차 별로 안 보였습니다. 텅텅 빈 밀림에 나는 자연 과일, 강에서 잡는 물고기, 밀림에서 사냥해서 얻는 소위 “Bush Meat"라는 고기 등으로 거의 일을 안 하고도 사는 모양입니다. 집도 판잣집이면 족하고 옷도 적당히 걸치면 되고, 조금 부잣집 같이 보이는 집도 없고 모두들 평등하게, 즐겁게, 행복하게 사는 곳이 이곳 아프리카 인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도 작년에 갔던 에티오피아나 소말리랜드 같은 나라는 정말 불행한 나라 같이 보였는데 이쪽 아프리카는 가난하지만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밝은 낮으로 사는 나라 같았습니다. 아무도 더 잘 살아보겠다는 의욕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먹고 마시고 그늘에 앉아서 잡담이나 하면서 사는 것 같았습니다.  


가봉의 Lambarene에서는 3일 동안 수녀원에 방을 얻어서 수녀들과 함께 기거했습니다. 크리스마스 날에는 수녀들이 (백인과 흑인) 내 방 앞에 와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불러주고 간단한 선물도 주었습니다.  


Lambarene는 슈바이처 박사의 병원이 있던 곳으로 세계에 알려진 도시인데 아직도 병원이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너무나 황폐해져서 옛날의 영광은 없어진 것 같았습니다. 슈바이처 박사 부부가 살던 집은 초라한 박물관으로 변했고 그 근처에는 슈바이처 박사의 묘지가 있었습니다 (1965년 서거). 그가 이곳에 살았을 때는 아마 왕이나 god같은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아프리카를 얼마나 도왔는지 이제 그 흔적은 거의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역시 지금도 아프리카를 돕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처럼 (빌 게이츠처럼) 자기만족의 생애였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Lambarene에서 콩고 국경을 넘어서 지금 있는 콩고의 수도 Brazzaville까지 오는 길은 험한 길이었습니다. 4일 걸려서 왔는데 대중교통 수단이 시원치 않은 곳이라 소형 트럭과 오토바이 뒷좌석에 타고 오고 거대한 통나무를 실은 대형 트럭을 얻어 타고 오기도 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벌목회사에 속하는 트럭인데 말레이시아인이 운전기사였습니다. 밀림에서 수백 년 묵은 거대한 나무를 벌목해서 한국, 중국, 일본에 수출한다는데 그렇게 큰 트럭에는 처음 타봤습니다.  


Brazzaville로 오는 마지막 구간은 10시간 걸리는 기차를 타고 오는 구간인데 기차 고장이 나면 며칠도 걸릴 수 있다고 하고 중간에 가끔 게릴라들이 출몰하는 지역을 지난다고 해서 안전을 생각해서 비행기를 타고 왔습니다. 불과 30분 동안 비행하는 거리였습니다.  


Brazzaville에서는 프랑스인이 경영하는 아담한 호텔에 들어있는데 사막 한 가운데 오아시스 같은 곳입니다. 찬물 더운물이 콸콸 나오고 전기도 안 나가고 (자가발전 시설이 있어서) 위치도 좋고 먹을 것 마실 것 다 있고 무선 인터넷까지 있으니 며칠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연말연시를 이곳에서 쉬고 1월 2일 이곳을 떠나서 콩고 북단에 있는 Ouesso라는 도시로 가서 (버스로 18시간) 그곳에서 카메룬으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국경을 넘어서는 카메룬의 수도 Yaounde까지 가는 길도, 3, 4일이 걸리는, 아주 오지 길이라 힘든 여정이 될 것 같습니다. Yaounde에서 부터는 비교적 덜 오지 지역이라 여행이 좀 쉬어질 것 같습니다.




이것으로 대강 Sao Tome에서 콩고의 Brazzaville까지 오는 여행 보고를 드리고 다음 소식은 1월 10일 경 카메룬의 수도 Yaounde에서 도착해서 (인터넷이 되면) 드리겠습니다.


추위에 몸조심하십시오.


박일선


2010년 12월 30일


콩고 Brazzaville에서





 






아래 빨간 줄과 위 빨간 줄이 만나면 여행이 끝납니다

 


"슈바이처의 도시" Lambarene에서 묵었던 수녀원 건물은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수녀원과는 다릅니다

 


별장 같은 수녀원에서 편하게 3일 밤을 잤습니다

 


25일에는 수녀들이 내 방에 와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불러주고 간단한 음식 선물을 주었습니다

 


슈바이처 박사 부부가 살던 집은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 초라한 박물관으로 변했습니다

 

 

슈바이처 박사 부부가 살던 집 밑에 있는 그의 묘는 너무나 초라해 보입니다


가봉에서 콩고로 가는 길은 오지 길이었습니다


아프리카 같지 않은 경치입니다


시골 마을 아이들


콩고 가는데 이용한 교통 수단들을 소개하면, 우선 미니밴 버스

 


다음엔 소형 트럭



이 오토바이 뒷 좌석에 $20을 내고 48Km를 타고 갔습니다





생전 처음 대형 트럭도 타봤습니다 








거대한 통나무를 운반하는 말레이시아 회사 소속 트럭이었는데 운전 기사는 차비 받는 것을 거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합승택시도 이용했습니다, 앞 좌석은 두 사람이 타게 되어있어서 두 사람 요금을 내고 혼자 앉아서 갔습니다     






파인애플을 사서 잘라달라고 했더니 잘라주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여자 복장은 매우 "colorful"합니다. 왼쪽 파란색 옷을 입은 여자가 영어를 조금 해서 내 차편 찾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Copyright (c) 2004- By 박일선. All Rights Reserved. 이 글과 사진은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수정하지 않고 저작자를 박일선으로 (혹은 Elson Park) 표시하는 조건으로 아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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