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혼 길의 대화
2011.02.19 00:16
황혼 길의 대화
스쳐 지나던 젊은이 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사진을 찍고 디카를 건네주는 두 연인 (젊은 부부!?) 말이, “두 어르신 앞이 보기 좋으신데 굳이 뒤를 부탁 하셨죠” “뭐 매일 보는 앞인데... 두 사람 뒷모습이 좀 궁금했거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목례로 그들을 보내고는 방금 찍어준 디카의 창을 보니 허리는 꾸부정 어깨는 힘이 빠진 영락없는 노인네 특유의 걸음이다. 두 살 차이인 아내와 내가 금년 칠순을 넘겼으니 우리의 뒷모습이 그런들 어떠랴 !
우리는 두런두런 말을 나누며 걸었다.
“여보! 우리 여생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잘 사는 걸가” 하고 내가 운을 떼니 몇 걸음 더 가서 걸음을 멈춘 아내는 생뚱맞다는 듯이 “말해 보구려!” 라는 반응이다. “앞으로 10년 쯤 더 산다고 치면 우리의 건강수명도 평균수명도 소진하고 강산도 한번은 더 변하는 세월이 되지” 라고 중얼 거리고는 “그런데 말이야 남은 세월 10년을 어떻게 사는 가가 실은 문제야” 를 강조했다. 그리고는 아내의 옆모습을 힐긋 보면서 “우리의 남은 10년의 여생은 “맛있게, 멋지게, 편안하게 사는 거다" 를 힘주어 말했다.
“맛있게” 산다는 것은 주어진 음식을 맛있게 먹는 거다. 자기 입에 좀 맞지 않는 다고해서 타박만 할 것이 아니라 밥상에 놓인 음식이 짜면 매우면 쓰면 다른 반찬으로 입안을 헹구어서 라도 먹으면 된다. 스스로가 자기 입맛에 맞게 만들어 먹을라치면 산다는 것이 맛있지 않겠나. 어디 밥상머리에 앉아 어린애도 아니고 노인네가 음식을 가지고 까탈스럽게 굴면 정말이지 민망한 노릇!
“멋지게” 산다는 것은 자기가 가진 것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인색하지 않게 쓰면서 사는 거다. 내가 가진 것을 대가성 없이 쓴다는 것 특히나 나 보다 어렵고 필요한 이에게 쓴다는 것이 나의 진정성에서 나온 표출이라면 이보다 더 멋지게 산다는 것이 어떤 걸가! 노블레스 오불리즈가 따로 없다 싶지!
“편안하게” 산다는 것은 자기 성질을 죽이며 사는 거다. 불문곡직하고 누구에게나 고집과 자존심은 다 있는 법. 그러나 일선에서 물러난 노인네들 과거의 자신에 대한 미련과 존재감 때문인지 고집은 심술로 더해 가고 자존심은 상식을 지나치기가 쉽다 ! 스스로도 편안해지고 남과도 편안하게 지내려면 스스로를 낮추고 사는 지혜가 필요하지 !
“맛있게, 멋지게, 편안하게”를 잘 살다 가기위한 금과옥조로 삼자니까 아내는 전적으로 동의를 하겠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내가 차린 밥상에 까탈 부리지 말것, 노블레스 오불리즈는 나에게도 좀 베푸시고, 당신 성질 누구리면 우리 사이도 편안해 지겠네 하는 거다. 내 딴에는 꽤는 진지했는데 그렇게 받아 치다니 . . . ㅉ ㅉ. 둘이 나눈 대화가 좀 무거웠나 보다.
* 분위기를 전환 할 겸 사진속의 犬公을 소개 합니다 *
사이판에 있는 동안 절친하게 사귄 친구. 눈두덩에 크게 두 점이 있어 “사이판의 두점백이” 라는 이름을 붙여 준 주인 없는 동네 견. 끼니때 마다 먹을 것을 주니 우리 부부를 주인처럼 따르며 집도 지키고 밖을 나서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리를 졸졸 따르며 에스코트를 해 주었다. 두점배기와 지내던 한때가 지금도 그립다.
사이판의 두점배기
우리가 없으면 시무룩이 창밖에 엎드려 앉아 우리가 올때를 기다리는 두점백이
낮잠도 마냥 즐기는 두점백이
우리를 늠늠히 에스코트 하기도 한다
우리를 졸졸 따르다 어딘가 몹시 가려운가 보다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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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영
2011.02.1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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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자
2011.02.19 00:16
멋진노년을 보내시는 김교수님 앞으로도 쭈욱 그리만 사십시오.
행복해보입니다. -
이문구
2011.02.19 00:16
김인 교수의 글과 생각, 삶의 모습 그 자체가 맛깔스럽다.
음식 맛이야 고급 식당에 가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집에서도 역시 맛있는 음식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을 맛깔스럽게 보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두 분 사시는 모습이 언제나 어린아이처럼 순결해 보이고
아이스크림처럼,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탈콤해서 하는 소리입니다. -
김동연
2011.02.19 00:16
외국 그림책에서 본듯한 그림이네요.
아주 다정한 노부부의 모습이 연출되었습니다.
앞으로 10년이 정말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성질만 좀 덜 부리면...ㅎ.ㅎ.) -
김영길
2011.02.19 00:16
you are what you think란 말이 있지.
맛있게, 멋있게, 그리고 편안하게 살 생각이니
꼭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사이판의 얼룩강아지도 제목도 사연도 너무
멋있네.
성질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니 자연스럽게
성질내면서 다스리면 되는거지.
가끔이지만 좋은 영상물 잘 감상하고 가네. -
임효제
2011.02.19 00:16
"두 점백이 견공"을,,,
얼마나 사랑해 주셨으면 늘 종종 다라다닐까...
싸이판까지 같이 가는 부부의 정은 흐믓한 정이 넘침니다.
70대에 약간 여자가 비꼬지 않은 집도 있나요..?
우리 집은 마누라가 집에 온종일 같이 있으면,,,
매조의 괴로운 인생살이가,,, 어머머머,,,,,,, 무서운데요 ㅎㅎㅎㅎ -
박성순
2011.02.19 00:16
“맛있게”
“멋지게”
“편안하게”
각자 이런 마음으로
자기에게 알맞는 그릇 만들어 살아 가는 것이
얼마나 좋을가....
감사 -
김영종
2011.02.19 00:16
두 분의 가는 길이 인상적이네
오래오래 이리 같이 걸으며 남은생을 지금처럼 같이 하기를 ...... -
하기용
2011.02.19 00:16
* 人生 나이 70인데
누가 뭐래도 이젠 우리는 老人일세.
어깨가 꾸부정한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것 ..... ㅎ ㅎ ㅎ -
권오경
2011.02.19 00:16
조용한 배경음악이 들리는 듯합니다.
김인 영화감독이심을 미쳐 몰랐습니다. 쨩~.
출연, 연출~그리고 두점배기 조연도 한껏 분위기를 더해주고요..
감상 잘하고 다녀갑니다. 축하합니다. -
김승자
2011.02.19 00:16
김교수님,
다음을 "copy"하여 "쓰기"에 들어 가서 html click하고 "paste"하신 후에,
"미리보기"를 해 보신 후 올려 보세요.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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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이를 먹다보니 얼마 남지않은 미래를 마누라와 가끔 담소해 본다네 마누라에게 해준것은 없구만 그래
이젠 욕심을 버리고 자식들이나 건강하여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면서 남은 여생을
미련없이 그간 70 평생 잘 살아 왔다고 후해없이 만족하면서 사는 날까지 덤으로 살아 갈것이라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