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대한 창조
2011.07.05 14:18
오늘 나는 11회 동창회보를 우편으로 받았다. 그 안에 실린 나의 글을 읽어 보니
잘못 된곳도 있고 내용을 좀 보충해야 할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잘못을 바로 잡고 내용도 좀 보충하여 여기에 다시 올린다.
사진도 칼라로 나와서 보기가 더 낳으니 동창회보의 나의 글을 여기서 읽어주면 좋겠다.
위대한 창조
이야기 하나 : 생존
지난 2011년 5월 16일에 미국 플로리다 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출발한 우주왕복선 인데버 호에는 특별한 손님이 타고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타디그레이드(tardigrade)라는 벌레가 그다. 그는 5억 3000만년전 캄부리아기에 출현해서 지금 까지 멸종하지 않고 살아있는 놀라운 생존능력을 지닌 생명체다. 그를 우주선에 동승시킨 이유는 그가 물도 산소도 없는 우주에서의 극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는 가를 연구하여 인류를 포함한 유기체의 생존 연장에 적용해 보자는 데에 있다. 우주는 137억 년 전에, 지구는 45억 년 전에 만들어졌고 인류는 고작 200만 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났다. 지구의 여러 가지 환경이 악화되어 인류의 종말을 예고하는 조짐이 많이 보이는 이때에 그가 5억 3천 만 년을 버티고 있다니 우리가 그로부터 배울 것이 무척 많을 것 같다.
그러면 이 타디그레이드는 과연 어떤 생물인가?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그는 번데기 같은 몸체에 8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으며 그 유체는 0.05mm이고 성체는 1.5mm 정도이다. 현미경으로 본 얼굴 모습과 걷는 모양이 곰과 비슷하여서 물곰(water bear)이라고도 불리운다(사진1). 천천히 걷기 때문에 완보동물(tardigrade)이라는 독자적인 생물군으로 분류된다. 그는 기체의 부피가 제로로 되는 절대영도(섭씨-273도)에서도 생존하며 물이 끓는 온도보다 훨씬 더 높은 151도에서도 살 수 있다. 6000m가 넘는 히말라야 산맥이나 깊이 4000m 바다 속에서도 발견된다. 남극과 북극, 사막과 적도 지역등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살아간다. 전 세계에 1000여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중에는 암수가 한 몸에 있는 종도 있다. 이끼 같은 식물의 세포액을 빨아먹고 산다. 그의 우주 비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9월 유럽우주국 무인 우주선 포톤-M3를 타고 지구 밖으로 날라 가 진공상태의 우주공간에서 10일간 있다가 돌아왔다. 당시 지구로 다시 돌아온 그는 물도 산소도 없는 상태를 견디며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번식까지 하였다. 그는 악조건을 만나면 체내의 물을 99%까지 밖으로 배출하고 구겨진 종이 뭉치처럼 되어 거의 시체처럼 지나다가 조건이 호전되면 다시 살아난다(사진 2). 한때 그는 박물관의 마른 이끼 표본 속에서 가사상태로 120년을 지낸 적도 있다. 과학자가 120년 된 표본에 물을 부어주니까 이 친구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그의 강한 생존 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요지음 우리가 공포에 떨고 있는 방사선, 이것에 대하여도 놀랄 만큼 강하다. 사람은 대략 5Sv(시버트)를 쪼이면 사망에 이르는데 타디그레이드는 5700Sv 에서도 살아남는다. 인간의 치사량의 1000배가 넘는 양이다. 가히 불사의 벌레가 아닌가? 지구가 멸망해도 살아남을 不死蟲이다.
아마도 이 귀여운 물곰은 지구가 멸망하여 사라져도 생존하여 우주를 방황하다가 어느 행성에 붙어 번식하며 자리잡고 살면서 그 별의 원주민들에게 지구라는 별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곳에 살던 동물들의 보금자리가 얼마나 따스했는지, 인간이라는 동물의 문화가 얼마나 찬란했는지, 그 아름다운 지구가 어떻게 사라졌는지를 이야기해 줄 것이다. 그리하여 이 작은 물곰이 지구의 마지막 증인이 될지도 모르겠다.
바라건데 인데버 호가 돌아오는 날 물곰도 살아 돌아와서 과학자들에게 좋은 자료를 제공하여 인간의 생존능력 증진에 큰 도움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이야기 둘 : 위대한 설계
이제 물곰이 지구로 살아서 돌아오면 과학자는 물곰을 샘플로 하여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다음은 나의 두번째 이야기를 위하여 내가 구상해 본 하나의 가상 시나리오다.
“과학자(S)는 지구로 돌아온 직후 물곰의 세포가 변형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지구에서 얼마 시간이 지나자 그 변형된 세포(B)가 정상세포(A)로 돌아왔다. 물곰은 그 변형된 세포체제로 악조건을 이겨낸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이론(T)에 의하면 A가 B로 변형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물질(C)가 필요하다. 물곰의 몸에서 C를 찾아보자. 피나는 연구 끝에 과학자 S는 새로운 물질 C를 발견한다. 이제 이 물질을 채취하여 인체에도 적용해 보자고 과학자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과학자는 이론 T가 물질C의 창조자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며 자기도 작은 창조자라고 말하기 시작한다.”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물질을 찾아낸 것인데 이를 두고 그것을 창조했다고 말하는 이런 기이한 발상을 하는 과학자 S는 분명히 큰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찾아낸 것과 처음 만들어 낸 것을 분간하지 못하는 과대 망상증에 빠진 사람이다. 물론 이론 T가 없었고 연구를 수행한 과학자 S가 없었다면 C라는 물질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C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물질이었다. S는 과학자로서의 충실한 연구업적으로 높이 평가 받을 만 하지만 그가 그런 망언을 하는 것은 전혀 자신에게 득도 덕도 되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요지음 S와 비슷한 과학자(Stephen Hawking; 스티븐 호킹)를 언론 매체에서 만나고 있다.
그는 “위대한 설계”라는 책에서 모형 의존적 실재론(model-dependent-realism)을 전재로 하여 이 우주를 창조한 것은 과학적 법칙과 이론적 모형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위의 과학자 S와 마찬가지로 망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모형 의존적 실재론이란 우리의 뇌가 감각 기관들을 통하여 들어온 입력 데이터를 해석해서 이론적인 모형을 만들고 그 모형이 사건들을 성공적으로 설명할 경우 그 모형과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들과 개념들에게 실재성 혹은 절대적 진리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과학적 진리라는 것은 동시대의 과학자들이 동의하면 성립되는 것일 뿐이다. 과학자들도 얼마던지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인간이다. 인간이 만든 이론이 몇 개의 사건을 설명 할 수 있었다고 해서 그것의 내용에 획일적으로 실재성이나 절대적 진리성을 부여하는 것은 타탕하지 않다.
또한 과학적 법칙이나 이론적 모형도 이미 자연에 내재되어 있는 것을 연구를 통하여 찾아낸 것일 뿐이다. 그리고 이것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사건을 예측하고 관측 내용을 설명하는것일 뿐이다. 이론이 어떤 존재를 예측하고 설명했다고 해서 그 법칙이, 그 이론이 그 존재를 창조한 것은 전혀 아닌 것이다.
한편 그는 “우리는 과학사의 전환점에 도달한 듯하다. 물리 이론의 목표와 조건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꾸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가시적인 자연법칙들에 등장하는 근본적인 수들의, 그리고 심지어 자연법칙들의 형태는 물리학의 원리나 논리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 것 같다. ````````. 특별한 존재이기를 원하고 모든 물리법칙들을 담은 깔끔한 이론적 모형을 원하는 인간에게는 불만스러울지 모르지만, 이것이 자연의 실상인 것 같다.” 라 쓰고 있다.
그는 우주의 모든 것을 명쾌하게 설명해 줄수 있는 궁극의 이론이 성공적으로 개발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 밖에 없음을 고백한 것이다. 이론이 우주를 창조했다고 주장하나 그 이론 조차 완성되는 일이 쉽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말한다. “우리의 우주와 이 우주의 법칙들은 우리 인간을 살게 하기 위해서 맞춤형으로 설계된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계속 존재하기 위하여, 그 설계를 변경할 필요는 거의 없을 듯하다. 이것은 쉽게 설명되지 않는 행운이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제기된다. 왜 이런 행운이 존재하게 되었을까?” 여기서 그는 이 질문에 대하여 온전히 과학의 범위안에서, 어떤 신적인 존재에도 호소하지 않고 대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설혹 그가 과학적으로 대답을 한다 해도 그 대답은 대답일 뿐 그것이 창조를 의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인간을 위하여 맞춤형’으로 만들어 놓은 듯한 이 오묘한 우주 삼라 만상을 인간이 어찌 다 설명할 수 있겠는가? 마치 사람이 만들어 놓은 똑똑한 로버트가 자기 자신을 자기가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꼴이다.
그리고 그는 “만약 기적적으로, 우리가 보는 놀라운 다양성으로 가득 찬 광활한 우주를 예측하고 기술하는 유일무이한 이론이 나오고, 그것이 관찰에 의해서 입증된다면, 우리는 위대한 설계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라는 말로 책의 끝을 맺는다. 그 자신이 발견하게 된다고 표현하고 있다. 책의 앞 부분에서 부자연스러운 논리로 자연 법칙과 이론에 의한 자발적 창조를 주장해 왔지만 책의 마지막에서 자연스럽게 순리적인 단어가 튀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렇다. 기적적으로 그 완전한 이론이 나오더라도 이미 있어온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위대한 설계를 발견할 뿐이다. 이론이 그 설계를 창조하는 것은 아니다.
또 아주 최근(2011.5.16)에 그는 우리의 뇌가 컴퓨터와 같아서 한번 고장 나 망가지면 그 뿐 그 이후에 사후 세계 같은 것은 없다고 어느 강연(구글 시대정신 연례회의) 에서 말했다. 여기서 그는 중요한 한 가지를 놓치고 있다. 컴퓨터는 사람이 만들었지만 뇌는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다. 뇌를 컴퓨터와 같게 보는 시각은 인간에 대한 모독이다.
과학자의 의무는 이 오묘하고 위대한 설계를 가능한 한 많이 찾아내어 인류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그가 빨리 망상에서 벗어나 이 일에 집중하여 많은 업적을 쌓아서 인류에게 큰 공헌을 하기 바란다.
2011. 5. 31 신승애, 이화여대 명예교수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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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규
2011.07.0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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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길
2011.07.05 14:18
어떤 목사님이 이렇게 말씀을 했으면 아마 색안경을 쓰고 보듯이 간과해 버리고
말았을 터이지만 물리학전공자로써 이렇게 말씀하시니 이론이 정연하십니다.
스티분 호킹의 주장은 창조과학자들의 생각과 대조되는 생각을 갖고 잇군요.
그리고 우주여행을 했다는 물곰의 얘기가 참 흥미진진하군요. 전혀 새로운 정보
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동성연애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요? -
민완기
2011.07.05 14:18
오늘부터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려 더위를 잊을려고 고민했는데
"생존과 위대한 설계"," Hwaking박사","우주의 창조", "Tardigrade "같은
흥미있는 테마를 올려주시니까 정말 정신이 버쩍들면서 더위가 사라졌읍니다 .감사. -
신승애
2011.07.05 14:18
김필규님, 관심가지고 호의적으로 읽어 주니 감사합니다.
나의 의견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는 것 반대할 이유 없읍니다.
김영길님, 호킹의 name-value 때문에 그가 한 말은 늘 언론에 크게 보도 되어
화제가 되는데 그에 대한 반박성 글이 없는 것에 늘 유감을 느끼고 있었지요.
그래서 그의 책을 꼼꼼이 읽고 써 본 글입니다.
동성연애자들, 사람은 역시 순리를 따라 음양이 합쳐서 자연스럽게 살아야 하지 않을가요?
특이성 couple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내포하고 있지요. 우주 시초를 설명할 이론이
봉착한 미해결의 문제도 이 특이성이랍니다.
민완기님, 나의 글이 더위를 잊게 했다니 참 좋은 독자이십니다.
정신 차리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나다. -
하기용
2011.07.05 14:18
* 우리 동창회보 사진도 총동창회 신문 처럼 천연색으로 편집을 해 주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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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회보를 받아 볼수 없는 곳에 있는데 좋을 글을 놓칠번 했군요.
감사합니다. 부고 출신이 아닌 다른 지인들에게 보내도 되겠지요?
장마철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