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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2011.10.03 12:09

정지우 조회 수:159





공짜는 정신적 아편…그리스의 비참한 종말



조주현 국제부장 forest@hankyung.com" target="_blank" style="text-decoration: none; color: rgb(51, 51, 51); ">forest@hankyung.com



 

  언제부터인가 짜장면을 서너 그릇 주문하면 군만두가 딸려나오기 시작했다. 짜장면과 군만두가 잘 어울리는 메뉴이긴 하지만, '공짜'라는 것이 흡족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은 전화로 음식을 주문하면서 "군만두는 서비스로 주나요?"라고 당연한 듯 묻기도 한다. "그런 것 없다"고 답하는 짜장면집 주인이 간혹 있다. 그는 짜장면도 못 팔고 "나쁜 사람이네"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그러나 군만두 값은 이미 짜장면의 원가에 포함돼 있다. 더 맛있는 짜장면과 더 좋은 서비스를 포기하는 대신 '공짜'라는 이름의 군만두를 먹는 셈이다.

 

 이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제학의 유명한 명제와 맥을 같이한다. 이 말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한정된 자원 때문에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선 다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으로 인용해 유명해졌다.

  

기원은 19세기 미국 남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뉴올리언즈 등에서 술 한잔을 시키면 점심을 거저 주는 술집이 생겨났다. 사람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술집을 찾았다. 그러나 딱 술 한 잔만 먹는 사람은 없었다. 술집 주인들의 지갑이 두툼해지는 사이에 수많은 사람들이 알코올 중독자로 전락했다. 1896년 뉴욕주에서 만들어진 '공짜점심 처벌법'은 사회적 붕괴를 막기 위한 일종의 긴급조치였다.



 

 

공짜라는 '정신적 아편'이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킨 건 옛날 미국의 술집에서만 나타난 게 아니다. 

 지금 유럽에서 재현되고 있다. 그리스에선 공공부문이 지난 주말 총 파업에 들어갔다. 공무원은 물론 중 ·고등학교 교사 등이 머리띠를 맸다. 인원을 감축하고 연금을 깎겠다는 데 대한 반발이다.

  

하지만 "그리스 공공부문의 인력 중 25%는 과잉인력"(그리스 경제산업연구소)이다. 연금은 퇴직 전 임금의 95%가 지급된다. 독일(36%)이나 프랑스(50%)에 비할 게 못 된다. 공무원들은 늦지 않고 정시에 출근하면 수당을 받는다.


이 모든 복지의 재원은 빚이다. 1997년 1381억달러이던 국가부채는 작년 말 4452억달러로 222.3% 불어났다. 빚을 내 잔치를 벌이던 지난 20여년의 결과는 비참하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불가피론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리스 국민들은 파업에 들어갔다. 한번 길들여진 공짜의 단 맛은 정말 포기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리스의 재정적 사회적 위기를 보면서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해진다. 내년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새로 뽑아야 하는 처지 때문이다. 무책임하게 짜여진 '공짜 점심'의 메뉴들이 난무할 게 분명하다.

  

 지난 22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박재완 장관의 답변을 문제삼은 야당 의원을 보면 그 가능성은 매우 높다.

박 장관이 "후손들이 '공짜 점심'의 대가를 치르지 않도록 재정 건전성 복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자 야당의원들은 "무상급식을 떠올리게 하는 '공짜 점심'이라는 말을 왜 쓰느냐"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서울시의 초 · 중학교 무상급식을 반대하면 '나쁜 사람'이라고 몰아붙였던 야당 의원들이 그 단어가 연상되는 말을 했다고 소리를 지른 것은 아이로니컬하다. 

 

정말로 무지하거나,아니면 뻔뻔하거나 둘 중 하나다. 박 장관을 나무랐던 의원들은 스스로 무책임한 공짜병을 퍼뜨리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길 권한다. 그럴 생각이 없다면 진짜 나쁜 사람이다.

金 善 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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