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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부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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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훈클럽이 주관하여 이광훈의 글에서 뽑고, 지인들의 추모 글들을 모아 세권의 책으로 내었다.

추모회가 공식적으로 시작되면서 조용중님의 추모사가 있었다. 처음에는 잘 들리지 않았으나

뒤에 가면서 그 내용이 너무 좋아서 우리 11회의 홈 페이지에 실려 동창들이 잠시나마 광훈이를

기억해볼 기회를 갖게 하고 싶어 여기에 그 글을 그대로 옮긴다. 요점은 이런 동창을 둔 우리는

참 행복하다. 이렇게 주제넘게 글을 올리는 데에 동창들이 양해해주기를 바란다.

 

 " 자네가 빠져서 더욱 무덤덤해진 이 자리를 위해 그 특유의 재기를 살려 정신이 번쩍 들게 할 멋진

한 마디가 금세라도 하늘에서 울릴 듯 하네그려.

  작년 이맘때는 자네가 떠난 소식을 미처 듣지 뭇했던 친구들이 많아서 쓸쓸했었는데 오늘은 그 친구

들이 모두 모여 이렇게 자네의 빈 자리를 기리며 자넬 다시 만난 거처럼 반기고 있는 중일세.

 

  이광훈 자네의 사랑하는 식솔들도 오랜 슬픔을 털고 이 자리에 함께 나와 반갑게 자네와 마음의 대화를

하고 있네.

 

  우린 언제가는 저승에서 자넬 만나기를 기약하고 있는 몸들, 언젠가 저승에서 만나는 날부터 외면하지

말고 반가이 맞아주기를 바라며 무딘 몇 마디 말을 마치겠네.

 

  할 말은 태산 같네만 모두가 속절없는 일이 될 테니 복망산에 자리 잡은 자네의 거처가 이승이나 마찬가지로

편안하기를 바라며 이만 줄이네. 부디 영생하게."

 

                                                                      2012년 봄의 기운을 맞으며  

                                                                                                 삼가 조용중 두 번 절을 올린다

 

다음 글을 낭독하기 전에 아쉬운 점을 말씀하셨다. 이 추모회 자리에 이광훈의 영정이 마련되어 있겠거니

생각하고 글을 준비했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미안하게 생각하며 묵념하는 마음으로 경청하엿다.

 

                                                        심헌 이광훈의 영정 앞에,


 


  "오늘 이 자리는 자네가 이승에 남기고 간 보배같은 글과 이승의 친구들이 자네를 기리기 위해 보내온 글들을

모아 만든 책을 자네한테 바치기 위해 모인 자리일세. 조촐하지만 예쁘장하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네만 자네 마음에

드는지 궁금하네. 자네가 남기고 간 가르침을 통해 자네야말로 세속에 때 묻지 않고 기개와 기품을 함께 지켰던 올곧은

선비였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는 것을 자랑할 수 있게 되었네. 자네가 남기고 간 글들은 그냥 갈겨 쓴 글쟁이들의

글이 아니라 혼신의 힘을 다해 뽑아낸 명주의 실오라기 같은 보배라는 것을 알게 되어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은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네. 그것은 자네의 심오한 철학에서 잉태와 출산의 아픔을 견딘 끝에 빛을 볼 수 있었고 그렇게 빛을 본 한마디

조크와 해학조차도 이 사회를 향해 울리는 자네 나름의 경종이었다는 것도 우리는 배우고 있네.

  자네가 가고 없는 자리에서 자네의 이런 가르침을 배우는 것이 우리들에게는 커다란 축복의 시간이며 자네를 만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우리들의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게.

  우리가 이승에서 자네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겨우 이뿐이냐고 탓하거나 나무라지는 않을는지 걱정들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네.

  세월은 저승에서도 이렇게 삐른가. 자네가 마치 잠시 볼일을 챙기려 가는 것처럼 급하게 떠난지도 벌써 한 해가 지났네 그려.

그 한 해동안 저승의 새 살림에는 익숙해졌는가. 자네가 새로 이사한 천당이란 데는 아귀다툼도 없고 살벌한 싸움판도 없다던데

너무 심심해서 무료하지나 않는지 부질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 걸 알고나 있는가.

  절기로는 벌써 입춘을 지나 봄 기운이 완연해서 자네가 있는 아늑한 산자락에도 곧 나무에 물이 오르고 꽃이 수줍게 피기 시작

할 때가 가까워지고 있네.그럴 때면 번거로운 잡사를 깨긋이 잊고 맑고 높은 하늘로 훨훨 날아 이승에서 못다 한 꿈을 이루어 보게나.

  인생의 여러 모를 다루는 문학작품을 관조하는 식으로 평론하는 일과 사람들이 뒤엉켜 아우성치고 싸우는 현장을 날마다

들쑤셔야만 직성이 풀리는 괜히 바쁜 일생을 보내면서도 자네는 언제나 멀찌감치서 구경하듯 이승을 즐기고 갔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네. 특유의 해학과 청담준론을 쉬지 않고 쏟아내면서도 정작 자넨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도 않았었지. 그것은

이광훈 자네만이 가진 아까운 지혜요 보물같은 슬기였네.

 자네가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서 더욱 허전하고 외로운 것은 자네의 지혜와 슬기를 듣고 볼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고 모두가

아쉽게 생각하는 우리들의 목마름을 헤아려줄 것으로 믿네.   

 

  사족.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은 1시 15분이다. 민완기, 송기방, 유성삼 등과 함께 술 한 잔하고 늦게 들어왔지만 우리 사부님

연흥숙님에게 오늘 홈페이지에 올리겠다고 약속하였기에 끝을 맺는다. 그니는 2시간 30분을 걸려 추모회에 왔다가 다시 2시간

30을 기차에서 흔들리고 내려갔다가 오늘 인사회에 다시 올라 올 텐데 이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다고 다짐하며 두드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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