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 함께하는 부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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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동안 망설였습니다.
2012.11.28 02:46
이런 글을 올렸다가 동창들 얼굴을 찌프리게 하지나 않을런지 망설여졌습니다.
그래도 제가 받은 느낌이 너무 커서 같이 나누고 싶어 여기에 올립니다.
지난 일요일, 9시 미사에 성당에 갔습니다. 저는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도 어머니
연미사에는 성당에 갑니다. 저는 성체와 성수도 먹을 수 없어서 꼭 왕따 당한
기분이지만 어머니께서 천주교 신자이시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가족들 모두가 같이 미사를 드렸습니다. 이 미사에 수화로 강론하는 신부님을
뵈었습니다. 박민서 베네딕토 신부님이었습니다. 신부님도 농아입니다. 약 15년만에
사제서품을 받으셨습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후원으로 미국유학도 하여
신학박사 학위 받으셨습니다. 이 미사에 신부의 수화를 통역하는 안내방송이
있어서 수화내용을 알 수 있었습니다. 수화의 일부 내용은 천주교 공통(미국이나 한국이나)
인 것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하여간 이 신부님의 스승, 정순호 주임 신부도 농아이며,
그의 부모님도 농아이었답니다.
'수화는 사랑의 언어'라는 말이 내 몸에 전율을 흐르게 하였습니다.
수화에는 형용사가 몇 개 밖에 없습니다. 사실 형용사는 우리의 생각에 단서를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무한으로 펼쳐져야 할 생각을 제한하는 역기능도 있습니다. 박민서 신부의
수화에는 동사(動詞)와 명사(名詞)가 대부분이었는데 이것이 저의 생각을 무한으로 이끌어갔습니다.
농아선교회에서 농아들을 위한 성당(성전)을 건립할 모금운동에 참여해달라는 부탁이 있었습니다.
수화로 기도하는 행동을 일반 신도들이 같이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농아들 특유의 기도가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조그만 성당이 건립되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저는 아들놈에게 서울농아선교회에 얼마 간의 봉헌을 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자식이 얼굴을
찡그렸지만 본 척 만 척했습니다. 제가 어설픈 수화, 미사에서 금방 보고 배운대로 명령했기 때문입니다.
읽어주신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댓글 9
-
하기용
2012.11.28 02:46
-
이문구
2012.11.28 02:46
오랜만이다. 올린 글도 잘 읽었지.
신자도 아니면서 어머니 연미사에 성당에 나가는 효심도 훌륭해.
그러나 어머님이 바라는 더 바람직한 효도는 아들이 신자가 되는 거 아닐까.
쓸데없는 참견이라면 미안하다.
위에 하기용도 언급했지만 이번 인사회에 노래방 기계도 설치해 놓을 테니
참석해서 이태영 친구와도 함께 어울려 즐겁고 신나는 시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연미사의 뜻을 몰라 실수했다가 황영자 동문의 지적으로 수정했어.) -
김동연
2012.11.28 02:46
박문태님, 송년회에 나오셔서
미사에서 배운 수화 가르쳐 주세요! -
황영자
2012.11.28 02:46
박문태님 효자시군요.
어머님 몇주기 연미사였습니까?
이교수님이 카톨릭신자가 아니어서 연미사의 뜻을 모르시는가 봅니다.
어머님 연미사에만 참석하지 마시고 냉담은 그만 하시고 신자가 되시지요.
이제 우리나이는 종교를 가져도 될만한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일을 하셨군요.
저는 금전적으로는 도와 드리지 못하지만 기도는 해 드리겠습니다.
농아 성당이 마련되기를 !!!!!!!!!! -
오세윤
2012.11.28 02:46
형용사가 넘치는 세상,
그 쓰잘데 없는 농탕에서 언제쯤 헤어날까 했더니
그런 표현이 간결한, 필요한 단어들만 통용되는 사회가 있었군요.
맞아요, 진실만으로 진실한 마음만으로 대하고 대화하며 산다면
피곤이 덜하겠지요. 마음에 닿는 글이어서 흐뭇하게 읽고 잘 잘랍니다. ㅎ -
박문태
2012.11.28 02:46
?---!!! -
김영길
2012.11.28 02:46
좋은 글 잘 읽었네. 수화가 사랑의 언어라고- - -.
무엇보다도 몸에 전율을 느꼈다고 하니 바로
그게 가장 중요 한게 아닐가? -
김진혁
2012.11.28 02:46
그림도 없는 긴 글을 감명깊게 읽었네.사람이사는세상 왜그리 멀정한 사람들이
어렵고 복잡하게 사는지 요즘 나이먹어 생각을 많이 하고 산다네.
그저 쉽고 간단하게 남은생애를 살려고 노력하지ㅎㅎ
그건그렇고 얼굴이 보고싶네그려 친구들을 흐믓하게 해주는 이벤트도 보고싶고.
우리들이 보고싶으면 다시 만나세.. -
박문태
2012.11.28 02:46
허, 참. 내가 뭔데 몇몇 친구들이 박박 깍은 이 머리를 보자고 합니까?
국민이 원하는데로(안철수 군의 국민이 아님), 겸손한 마음으로 참석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이벤트 숙제를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뭐, 단일화 같은 것
말고, 동창들 흐뭇하게 해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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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베네딕토 박신무님의 농아 미사에
감명받은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
돌아 오는 12/5일(수) : 11:00am 버티고개
우리 동창회관 2층 '인사회' 송년 모임에 꼭
참석해 주기 바란다. ( 하모니카를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