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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부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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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2012.12.06 23:37

박문태 조회 수:200


  K야, 손전화로 몇 마디 형식적인 이야기, 그것도 전화통화료가 많이 나올까봐 줄이고 줄여서 조마조마하며

말하는 조급함 보다는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지워가며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우선 어제 인사회의 송년회에 회장한테 의논도 하지 않고, 정확히는 허락도 받지 않고 나 혼자의 준비로

게임을 준비했었다. 동기는 내가 올린 '며칠동안 망설이다'의 글에 김진혁의 댓글이 붙어있어 깜짝 놀랬었다.

진혁이는 가끔 만났어도 항상 조용하고, 우리 홈페이지에 거의 댓글도 달지 않는 친구이어서 그랬었다. 더구나

그 내용이 지난 몇 번의 인사회에서 내가 보여주었던 이벤트(?)를 좋아했던 것 같아 기분이 좋았었다. 회장이

누구라고 말하지 않아서 알 수 없는, 어떤 동창은 그런 거 하는 것 재미없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는데

진혁이만큼은 좋아했었구나의 확인이 된 셈이어서 게임을 준비할 용기가 생겼다. 겸손한 마음으로 참석하겠다고

화답을 보냈고, 이 약속을 지키려고 혼자서 게임을 준비하면서 무척 행복했었다.

  이 시간은 낚시하러 떠나기 전날 도구 챙기며 준비하는 시간이 실제 낚시보다 더 행복한 시간이듯이

동창들이 즐거워할 모습을 그리며 혼자 행복했었다. 집사람의 핀잔은 말할 것도 없었지만 나만 신바람이

났었다. 특히 제주도에서 올라온다는 김여사에게 보여줄 평상심 팔찌를 다시 확인하며 내숭을 떨기로

마음 먹으니 재미까지 있었다. 사실 어제 약간 내숭을 떨었다. 소나기의 소년처럼 말이다.

  게임을 할지 말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장께 허락을 받으려고 물어보았더니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으니 시간을 짧게 하라는 조건부 허락이 내려서 급하게 서둘렀다. 어떤 게임인지 물어보거나 준비하느라고

애썼다는 격려는 고사하고 인상쓰며 싫어하는 눈치이어서, 분명히 말해주었다.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서 안된다고

하면 그냥 갖고 가겠다. 지난 번에도 거절당했는데 아무말 하지 않고 그냥 가져 가겠노라고 하였다. 그러고서

컴퓨터 공부가 끝나고 동창들이 몰려와서 점심 도시락을 먹는데 나는 모래알 씹는 것 같았다. 그냥 sneak out 하려다

진혁이가 혼낼 것 같아서 그냥 게임을 진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종이낚시 게임은 시간이 걸리며 안철수 같이 아슬아슬해야 재미있는데 그렇지 못했다. 말 전하기 게임은 애초에

실험심리학의 연구방법으로 일반에게 소개된 것이고, 탁구공 굴리기는 보이스카웃에서 야영장에서 하는 게임이다.

회장의 시간 재촉은 왜 그리도 많았는지---대충대충 끝내서 동창들에게 미안하다. 더구나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을 텐대

김진혁의 칭찬 댓글 하나에 홀딱 빠져서 내가 미친 짓을 한 것 같다.

 동창들이 좋은 사진을 올려주었는데 그 사진을 컴퓨터에서 잠간 보고 넘기는 것은 좀 서운해서 식탁의 모서리에 놓고

감상할 시간을 더 갖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몇 시간동안 내가 직접 선별하여 크리스탈 액자에 넣어서 게임에서

이긴 팀에게 상으로 주었다. 거기에 너의 사진이 많이 들어갔다. 제주의 김여사도 좋은 꽃 사진들이 있어서 4장을 넣었지.

그리고 회장의 수채화, 이정란, 성기호, 박성순, 정지우, 박일선 등의 사진을 허락도 받지 않고 액자로 만들었다.

다음에 기회 있으면 이 난을 빌어서 편지를 쓰겠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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