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쁜 여자 -2
2012.12.23 18:57
예쁜 얼굴과 날씬한 몸매에 걸맞지 앉게 차고 도전적인 표정을 한 첼리스트, 그녀의 가슴에도 사람의 피가 흐르고 있을까. 듣는 이의 심금을 울려 모르는 새 눈물 한줄기 주르륵 흘리게 하는 연주는 자크린느 뒤프레나 요요마, 바이올린의 정명화와 같이 혼이 담긴 손과 뜨거운 가슴으로 하는 연주가 아니냐고 묻고 싶어진다. 그리고 또한 작거나 크거나를 막론하고 주어진 일에 정성을 다하는 여자, 가슴이 따뜻하고 예의를 중히 하는 진정 아름다운 심성을 가진 이가 연주하는 음악이 진정한 음악이 아니냐고 묻고 싶어진다. 비록 얼굴을 예쁘게 만들어 가졌다 해도, 가슴도 혼도 갖지 않은 마네킹 같은 여자가 기계적으로 연주하는 음악이 과연 음악일 수 있느냐고 묻고 싶어진다.
근래 들어 예쁜 여자들이 넘쳐나는데도 도시 매력을 못 느끼겠더라고, 예쁘면 마음도 고울 거란 선입견은 완전 착각이더라고 씁쓰레 웃던 벗 박교수의 대학시절 농담이 떠오른다.
졸업반이 되기까지 애인 한 사람 못 구하고 뭘 했느냐 물을라치면 그는 “똑똑하면 예쁘질 않고 예쁘면 머리가 비고, 예쁘고 똑똑한 여자는 이미 임자가 있고 -.”
죽전역에서 갈아 탄 전철, 공교롭게도 예의 여자가 뒤따라 타더니 내 곁에 앉는다. 그리고 또 역시 자기 옆 빈자리에 악기를 세워놓고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 보통 철면피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내 곁에 앉는담. 고개를 돌렸다.
전철 안의 정경은 평소나 다름없었다. 젊은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거나 눈이 빠지게 화면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과학의 발달로 사람 사이 소통이 단절된, 아인슈타인이 예고한 천치들의 시대가 이미 오고만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