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쁜 여자 -1
2012.12.23 18:59
춥다. 영하 10도라는 뉴스에 든든하게 입었어도 엄청 춥다. 코끝이 떨어져나갈 듯 맵다. 응달진 정류장에는 내 나이쯤일 노신사 한 사람이 어깨를 움츠린 채 서성이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곁에 다가서며 흘끔 그를 본다. 깔끔한 차림이기는 했지만 그도 역시 나나 같게 유행이 지난 통 넓은 바지를 입고 있다. 주민 절반이 은퇴자들인 동네, 헐렁한 바지가 바람에 감긴다.
10분 가까이 기다려 도착한 버스는 평일 낮 시간이라 한가하리란 기대와는 달리 빈자리가 선뜻 눈에 띄지 않았다. 두어 번을 두리번거리고서야 뒷문 두 번째 좌석에 빈자리를 발견했다. 젊고 예쁜 아가씨가 안쪽에 1/2 첼로 케이스를 뉘여 놓고 통로 쪽에 앉아 열심히 스마트폰을 눌러대고 있었다.
“좀 앉을까요?”
뜨악하니 고개를 들어 흘낏 나를 칩떠보며 아가씨가 또박또박 대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