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 함께하는 부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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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가(현대편)
2013.03.21 06:53
2월 16일자 모 일간지의 책 소개 첫 머리에 ,
"공것을 바라지 말며, 남에게 억울한 짓을 하지 말라. 성실하라. 정직하라. 그리고 겸손하여라."
의 소개말이 시작되어 단숨에 따라 읽어갔다. 유명한 '딸깍발이 선비' 이희승 선생님
(교수라는 호칭보다 선생님이 더 어울리는 분)의 가훈이다.
회고컨데 전주의 비천한 집에서 서울로 유학 올 때, 나의 서울 학생들에 대한 기대는
이런 가훈을 갖고 있는 명가(名家)의 자제들이 수두룩할 것이라는 촌놈 생각이었다.
이 생각은 금방 혼란에 빠졌다. 1학년 봄 소풍 장소가 서대문 밖 어느 능이었다.
전주의 경기전이 어려서 놀이터였고, 이씨 왕손의 무슨 기록보관소라는 것을 얼핏
들어서 알고 있던 터라 가슴 두근거리며 왕손의 묘를 관찰하였다. 당시 나는 묘똥 처놓고
저렇게 큰 묘똥은 처음 봤다는 충격이었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며칠이 지난 뒤,
이 사진이 옆반의 K에게 보여졌고, K는 '그 새끼 불러와!'라는 호통으로 뭣모르고 그 반으로
불려갔다. 많은 서울놈(?)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이 꿇리고 발길질로 얻어터졌다.
'이 새끼가 너야?'하면서 사진을 보여주어 알았다. 그는 나보다 키도 크고 눈꼴도
험상궂었다. 체면도, 자존심도, 뭐(X)도 없이 내 반으로 돌아와 보따리 싸 갖고
당장 전주로 내려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가 이를 악물고 버티기로 했다. 학기 중에
전주에 가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뾰족한 방안이 없어서 그랬다.
70이 넘은 지금도 우리 주위에 '공것을 교묘히 챙기며,---정직하지 않고 아주 엉큼한 친구'가
있어서 '보지 않고, 듣지 않으려 해도' 검색할 때마다 떠올라 잠시 글을 남긴다. 재범아, 용서해라.
댓글 7
-
김동연
2013.03.21 06:53
-
박문태
2013.03.21 06:53
신정재가 잘 아는 사람입니다. 10여년 전에 'K야, 훌훌 털고 떠나자'라고
동창회보에 화해하고 용서하자는 결론으로 기고 했었는데, 편집위원들, 특히 박여사가
K한테 다시 봉변 당할지도 모른다면서 탈락시킨 일이 있습니다. 그렇게 탈락 시킨 뒤에
신정재가 미안해서 전화하면서 무슨 예감이 있어서 그렇게 글을 썼느냐면서 K가 세상을
떴다고 알려왔습니다. 삼가 조의를 표했지만 K 덕분에 입으로 공갈, 협박 싸움하는
기술은 익혔습니다. -
오세윤
2013.03.21 06:53
吉人은 無論作用安祥이라 則夢寐神魂도 無非和氣며
凶人은 無論行事狼戾라 則聲音笑語도 渾是殺氣니라
착한 사람은 몸가짐이 침착하고 자상한 건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잠자는 사이의 신혼도 화기 아님이 없고
악한 사람은 행동이 사나울뿐만 아니라 목소리와
웃으며 하는 말에도 모두 살기가 있느니라 - 채근담 -
박문태
2013.03.21 06:53
나는 길인 되기를 꿈도 꾸지 못하는 사람이고, 흉인은 더더욱 안 될터이니
염려놓으시요. -
김영종
2013.03.21 06:53
많은 타교 진학생들이 같은 이야기를 50 년이 넘어도 하는걸 들으며
잊어 버릴때도 되었는데 하면서도
내가 아는 중의 한 K 는 벌써 먼저 갓고 또한 K는 많이 아픈 모양이드라
그냥 마음속에 감추고 갖으면 하는 바램이긴 하다만 않될까
잊을수야 있겟냐 만은 ........... -
박문태
2013.03.21 06:53
사실은 엉뚱한 친구가 지금도 거룩한 소리는 다하면서 공것바라고,
정직은 正直이 아니라 停直으로 묵묵무답하고 있으면서 남들이 다
알아서 속아주는 줄 알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심재범이 좋은 글 올려주어서 나 스스로 반성했는데 이 친구는 지금도
속아주는 척 하는 동창들을 '너희들이 그러는 것을 내가 다 알지. 그러나
현실적으로, 결과적으로 나에게는 공짜가 이득이야.'하고 있을 것이다. -
임효제
2013.03.21 06:53
그 때 참기를 잘 했심더,, 박교수님.
먼저 하늘 나라 간,, K는 감을 잡지만,,
또 다른 K는 무지한 매조는 모르겠심더,, 갸우뚱!
이제 다 늙어 고태골 갈 나이들인데,, 이제는 잊으소 형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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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서 좀 혼내주지 그랬어요?
지금은 점잖은 척 하고 있어요?
한 번 혼내주고 용서해 주시지요.
오래 가지고 가면 병이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