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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가(현대편)

2013.03.21 06:53

박문태 조회 수:166


 2월 16일자 모 일간지의 책 소개 첫 머리에 ,

 "공것을 바라지 말며, 남에게 억울한 짓을 하지 말라. 성실하라. 정직하라. 그리고 겸손하여라."

소개말이 시작되어 단숨에 따라 읽어갔다. 유명한 '딸깍발이 선비' 이희승 선생님

(교수라는 호칭보다 선생님이 더 어울리는 분)의 가훈이다.

  회고컨데 전주의 비천한 집에서 서울로 유학 올 때, 나의 서울 학생들에 대한 기대는

이런 가훈을 갖고 있는 명가(名家)의 자제들이 수두룩할 것이라는 촌놈 생각이었다.

이 생각은 금방 혼란에 빠졌다. 1학년 봄 소풍 장소가 서대문 밖 어느 능이었다.

전주의 경기전이 어려서 놀이터였고, 이씨 왕손의 무슨 기록보관소라는 것을 얼핏

들어서 알고 있던 터라 가슴 두근거리며 왕손의 묘를 관찰하였다. 당시 나는 묘똥 처놓고

저렇게 큰 묘똥은 처음 봤다는 충격이었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며칠이 지난 뒤,

이 사진이 옆반의 K에게 보여졌고, K는 '그 새끼 불러와!'라는 호통으로 뭣모르고 그 반으로

불려갔다. 많은 서울놈(?)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이 꿇리고 발길질로 얻어터졌다.

'이 새끼가 너야?'하면서 사진을 보여주어 알았다. 그는 나보다 키도 크고 눈꼴도

험상궂었다. 체면도, 자존심도, 뭐(X)도 없이 내 반으로 돌아와 보따리 싸 갖고

당장 전주로 내려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가 이를 악물고 버티기로 했다. 학기 중에

전주에 가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뾰족한 방안이 없어서 그랬다.

 70이 넘은 지금도 우리 주위에 '공것을 교묘히 챙기며,---정직하지 않고 아주 엉큼한 친구'가

있어서 '보지 않고, 듣지 않으려 해도' 검색할 때마다 떠올라 잠시 글을 남긴다. 재범아, 용서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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