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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방 분실 사건

2013.03.29 23:59

신승애 조회 수:241


 

 

 

 


 



                            


                                                                                                                             소록도(사슴섬) 축대 벽화


 


 


여행가방 분실 사건

 

남쪽의 섬 탐방 23일의 여행을 떠나는 화요일 새벽 530,

손가방을 목과 어깨에 걸쳐 메고 카메라가 든 배낭을 지고 가볍게 현관을 나선다. 현관문을 열쇠로 잠그고 대문을 향하여 발걸음을 떼는데 문밖 큰 길에서 툴툴툴툴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서둘러 문을 열고 내다보니 키가 큰 외국남자 둘이서 트렁크를 끌며 가고 있다. 그것을 보는 순간, “ !, 내 가방

그들이 아니었으면 나는 여행가방을 안방에 잘 모셔두고 떠날 뻔하였다. 얼른 되돌아 운동화를 신은 채 안방으로 들어가 작은 여행가방을 들고 나왔다. 잔소리 할 사람도 없으니 당당하게 신발을 신고 안방까지 들어갔다.

 

집 근처에서 택시를 잡아탔다.

이렇게 일찍 어디를 가십니까?”

소록도 나로도 이런 섬에 가요

좋은 일하러 가시는군요?.”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을 보니

기사님이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인가 보다.

아니요. 그냥 구경하러 갑니다.”

이렇게 대답하면서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소록도를 가니 좋은 일도 좀 생각해 보아야 되겠네.”

금새 독립문 전철역에 도착하였다. 나는 카드로 요금을 결재 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좋은 하루 되세요.” 기사양반의 인사를 뒤로 하고 나는 땅속으로 들어가 지하철을 탔다.

노인 석에 자리 잡고 앉았다, 양재 동 까지 가야하니 한참 걸릴 터이다. 그때 어떤 사람이 트렁크를 끌고 전철로 들어왔다.

! 내 가방”,

가방을 택시에 놓고 나만 내린 것이었다. 아니 이렇게 연속적으로 까맣게 잊어버리고 잃어버릴 수가 있단 말인가? 황당하고 어이 없었다. 영수증도 받지 않았고 물론 차번호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른다. 택시 색깔이 진한 오렌지색갈이라는 것 외에는.

어쩌지? 짐 없이 그냥 가? 그만 되돌아 집으로 가?.......”

카메라와 카메라 충전기는 배낭 안에 있고 돈과 핸드폰은 손가방에 있고 손수건도 두 장이나 들어 있거든. 그러면 된 거야.

그냥 가자. simple life 다시 한 번 해 보는 거다. 잘 되었네.” 나는 그냥 계속 갔다.

양재역에서 나와 좀 걸어가니 양재 동에서 소록도 까지 가는 우리 팀의 버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좀 이르기에 눈에 띄는 작은 마트에 들어가 양말 한 켤레를 샀다 그리고 얼굴에 바르는 로션 같은 것 있느냐고 물으니 없단다. 그러고 보니 지하철 역 안에는 화장품 가게도 있었을 터인데 눈에 안 띄었다. 아마 너무 일러서 문을 열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다시 버스로 갔다. 두 동기생 친구가 벌써 와 앉아 있었다. 나는 내 옆에 앉은 친구와 그들에게 택시에 짐을 두고 빈 손으로 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모두들 놀라서 술렁술렁 하였다. 내 앞에 앉은 선배(이 팀에는 나 보다 나이 많은 이들이 여럿 있다.) 두 분은 그래서 짐을 항상 내리는 문 쪽에 놓아야 한다고 모두에게 충고하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조용해지면서 나는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23일 동안 짐 가방 없이 지나는 것은 좀 불편은 하겠지만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내가 스페인의 산티아고도 배낭 메고 다녀온 사람이 아니던가. 그런데 짐은 어떻게 찾지? 별것 안 들어 있으니 못 찾아도 하는 수 없지만 될 수 있는 한 찾아는 보아야지.”

택시의 색깔이 오렌지 색이였다고 하니 버스기사님 왈

거의 모든 택시가 오렌지색인걸요. 그것 가지고는 못 찾습니다.”

이때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월말이면 날아오는 카드요금 청구서에 택시 요금과 함께 택시 번호가 줄줄이 기록되어 있었던 것. 그러니까 탑승한 날자와 시간, 그리고 대충의 요금만 기억하고 있으면 청구서로부터 택시번호를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이젠 되었네.” 하는 안도감이 나를 감쌌다. 그러는 가운데에 다시 떠오르는 생각,

택시에서 요금을 카드로 결재하는 순간 결재내용이 은행으로 넘어가는 것일지도 몰라.

그렇다면 청구서가 올 때 까지 다릴 것도 없지 않는가?”

다행히도 내 핸드폰에는 오랜 단골은행의 내 담당자 최 차장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었다.

은행 직원은 일찍 출근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8시 경에 전화를 하였다. 그가 전화를 받았다. 이른 시간에 어쩐 일이시냐며 놀랐다. 나는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였다. 그는 이미 컴퓨터를 켜고 읽으며 말했다. “3500원 짜리가 있네요. 어제도 택시를 타셨나요? , 또 하나가 올라왔어요. 2400원 짜리. 이것이 오늘 것 입니다.” 그렇다. 나는 주차하기 어려운 가까운 곳,  집에 가까운 지하철 역등을 택시로 다닌다. “그런데 택시회사와 택시번호는 더 알아보아야 되겠습니다.”

11시 경에 택시회사 이름과 그 전화번호와 택시번호가 나에게 주어졌다. 나는 택시회사에 전화하였다. 그 택시번호의 기사에게 전화하여 알아보겠다고 하였다. 내가 10분후에 다시 전화하니 기사가 가방을 택시에 보관하고 있으니 그가 회사로 들어오는 4시에서 6시 사이에 회사로 찾으러 오란다. 내가 여행 중이고 목요일 밤에 돌아가니 금요일 저녁에 찾으러 가겠으니 회사에 잘 보관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리고 전화 받는 분의 성함을 알려 달라 하였다. 그냥오시면 되요 하는 것을 그래도 이름을 알아야 겠기에 다시 청하니 자기는 특석양이라 했다.

특이요? 특가도 있나요?”

네 그래서 저를 석대리라 부릅니다.”

회사는 북가좌동에 있단다. 우리 집이 있는 신촌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이쯤 해 놓고 보니 찾은 것이나 진배없다. 새벽에 잃어버린 가방을 그 오전 중에 찾은 것이다, 이래서 좋은 세상이라 하는가보다.

내가 40대 초에 시아버님이 주신 조상님들의 글씨와 그림을 액자에 넣겠다고 택시 타고 갔다가 차에 놓고 내린 적이 있다. 그때는 찾을 염도 내지 못하였다. 그냥 깨끗이 잃어버렸다. 귀중한 조상님의 작품들을. 조상님들이 재상을 지내신 분들이니 허술하게 볼 작품들이 아니었다. 그러니 지금이 좋은 세상 아닌가? 이번이 두 번째 택시 내 분실 사건이다. 젊어서도 그랬으니 그 때도 건망증이 심했던가보다. 젊어서도 그랬다는 것이 지금의 나로서는 위로가 된다. 늙어서 치매기가 있어서 그렇다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팀장과 친구들에게 짐을 찾았다고 말했다. 모두들 환호성을 질렀다어떤 분은 어떻게 찾았느냐고 물었다. 나는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고흥에서 점심을 먹고 제일 먼저 소록도를 구경하였다. 그 코스 중에 자료관을 보게 되었다. 그네들이 쓰던 옷들 가구들 등등 소소한 것들 그러나 그들의 한이 서린 물품들이 전시된 전시관 출구 근처에 모금함이 눈에 띄었다. 투명한 플라스틱 함이라 안이 다 들여 다 보였다. 얼마간의 동전들과 몇 장의 천 원짜리가 들어 있었다. 택시기사의 말이 생각나서 나는 그 함에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얼마를 집어넣었다. 그러면서 아마도 그는 짐을 내게 돌려주고 싶은데 나의 연락처를 몰라서 안타까워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소록도 감금실

 

 

 


 

                                                                                                                           자료관 입구

 

 

소록도를 지나 나로도를 구경하고 나로비치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우리 방에는 4사람이 함께 있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룸메이트들은 다 친절하였다. 화장품을 나누어 주고 핸드폰 충전기도 시간을 나누어 쓰고 여분으로 가져온 1회용 칫솔도 받아 쓰고 단지 잠옷이 문제였는데 호텔에서 까운을 주어서 해결되었다. 나로도에는 물건 파는 트럭이 들어와야 바지 하나라도 살 수 있단다. 내가 여행 중 산 것은 거문도의 고도 만물백화점에서 면 팬티 한 장을 3000원 주고 산 것 뿐이다. 만물백화점에는 잠옷으로 입을 만한 바지도 있었다. 그러나 호텔 까운이 있으니 이제는 필요가 없었다. 훨씬 더 크고 번창한 나로도에도 없는 만물 백화점이 작은 고도에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실은 친구가 팬티 하나를 입으라고 주었는데 그것은 예의가 아닐 것 같아 그냥 가지고 있다가 돌아오는 길에 정중하게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돌려주었다. 고도는 거문도를 이루는 세 섬 중에서 가장 작은 아름다운 섬이다. 여기서 두 번째 밤을 지냈다.

이렇게 짐 없이도 별 불편 없이 900여장의 사진을 찍으며 유쾌하게 여행을 즐기고 돌아 왔다.

나는 꼭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고집만 내려놓으면 내 앞에는 넓은 가능성이 열린다.

 

은행의 최 차장을 비롯하여 주위의 여러 분에게 감사의 표시를 해야겠다.

또한 다음부터는 여행 떠날 때 모든 것을 좀 넉넉하게 가지고 다니며 필요한 때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해야 겠고 택시를 탈 때는 영수증을 잘 챙기고 국내에서도 여행 짐에는 이름표를 달아 놓아야겠다.

그리고 항상 배낭여행하듯 심플하게 살아가자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귀경 다음날,

아들이나 딸에게 시간을 내어 짐을 찾아오라고 시켜? 아니지 내가 하자.

금요일 아침부터 내내 일이 있어 오후 4시경에 택시 회사에 전화하였다. 석대리가 받았다.

주소와 대략 위치를 물어 네비에 찍고 택시회사를 찾아갔다. 마침 한강 강변북로로 인도하여 강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달려가서 월드컵 운동장 방향으로 우회전 한 후 별로 어렵지 않게 택시회사를 찾았다.

회사의 넓은 주차장에 택시가 가득 차 있었고 기사들이 여기저기 있다가 내 차가 들어가니까 모두 내게로 와서 어쩌다가 짐을 놓고 내렸는가고, 잃어버리면 어쩔번 했느냐고, 한 마디씩 하였다. 석 대리가 짐을 내 주었다. 그러면서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였다. 전화벨이 울리지 않았다. 전화를 꺼내보라 하였다. 진동으로 되어있었다. 석 대리는 그 번호가 내 것임을 확인한 후 짐을 가져가라고 했다. 짐을 싣고 집으로 오면서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며 감사했다.

하나님은 참 특별한 방법으로 우리를 사랑하신다. 어처구니 없게도 연속적으로 두 번을 망각하게 하시더니 또 꺌끔하게 짐을 찾게 해주시는 것이다. 그 분의 방법은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진작에 듣고는 있는 터이지만 그저 그저 감복할 따름이다. 이 사건을 통하여 나는 다시 한번 활력을 얻는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 내가 여행 떠나는 것을 알지 못하는 어떤 친구가 내게 성경 말씀을 문자로 보내주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호와께서 너의 출입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지키시리로다(121:8).” 

 

 

 


 

                                                                                                                                                          소록도 다리  

 

 

 


 

 

 

 

 

 


 

 

 

 


 

                                         감금실 옆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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