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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김찬삼씨를 기리는 문정희의 시 꿈
2013.07.04 16:57
꿈
내 친구 연이는 꿈 많던 계집애 그녀는 시집갈 때 이불보따리 속에 김찬삼의 세계여행기 한 질 넣고 갔었다. 남편은 실업자 문학청년 그래서 쌀독은 늘 허공으로 가득했다. 밤에만 나가는 재주 좋은 시동생이 가끔 쌀을 들고 와 먹고 지냈다. 연이는 밤마다 세계 일주 떠났다. 아테네 항구에서 바다 가제를 먹고 그 다음엔 로마의 카타꼼베로! 검은 신부가 흔드는 촛불을 따라 들어가서 천년전에 묻힌 뼈를 보고 으스스 떨었다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또 떠나리 아! 피사, 아시시, 니스, 깔레..... 구석구석 돌아다니느라 그녀는 혀가 꼬부라지고 발이 부르텄다.
그런데 어느날 그녀는 그만 뉴욕의 할렘 부근에서 쓸어지고 말았다 밤에만 눈을 뜨는 재주꾼 시동생이 김찬삼의 세계여행기를 몽땅들고 나가 라면 한 상자와 바꿔온 날이었다 그녀는 비로서 울었다 결혼 반지를 팔던날도 울지 않던 네 친구 연이는 그만 뉴욕의 할렘 부근에서 쓰러져서 꺽꺽울었다.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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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표현하려고 했나요.
우리나라 봉천동 달동네는 어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