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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걸이

2013.07.11 21:47

김영송 조회 수: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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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두 수선공은 신발 굽을 보고 신발 주인의 성격을 짐작한다. '굽 바깥쪽이 닳은 사람은 외향적이고 안쪽이 닳으면 소극적이다. 뒤쪽이 닳으면 낙천적이고 두 굽이 달리 닳으면 고집이 세다….' 신발 닳는 모양이 다른 것은 사람마다 걸음걸이가 제각각이어서다.


 걷는 품새는 부모로부터 물려받는다는 얘기도 있다. 인상학(人相學)에선 걸음도 중요한 관찰 대상이다. 걷는 모습에서 성격·기질·건강을 보아 내고 운명까지 내다보려 한다.


 ▶걸을 때 어깨와 팔이 벌어지는 '킹콩형(型)'은 힘을 과시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주먹질 좀 한다는 사람을 '어깨'라고 부른다.


 어깨 펴고 하늘 보며 걷는 사람은 자신감과 자기주장이 강하다. 잰걸음은 마음 여리고 성급하다. 엉덩이를 빼는 걸음은 뒷심이 부족하다.


 독일 신경·언어 전문가 로만 브라운은 책 '말의 힘'에서 "수퍼맨의 망토가 등 뒤에서 펄럭이는 기분으로 걸어라"고 권한다.


 고른 보폭으로 성큼성큼 걸으면 인생의 기둥이 바로 선 듯 든든하다.


  




▶올 초 서울 시내버스 차고에 불을 지른 범인이 CCTV에 잡혔지만 얼굴은 찍히지 않았다. 경찰은 버스 회사 기사들이 화면 속 걸음걸이를 알아본 덕분에 이 회사에서 해고된 기사를 범인으로 붙잡았다.


 걸음걸이는 지문만큼 다양하다. 몸무게, 근육 강도, 힘줄과 뼈 길이, 뼈 밀도, 습관, 질병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두 다리 각도가 30도 넘게 벌어지는 팔자걸음은 0.2%밖에 안 된다고 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집에 화염병 던진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도 CCTV에 찍혔지만 복면을 한 데다 화질이 나빴다. 경찰은 CCTV 화면과 용의자가 평소 걷는 영상을 영국 족부(足部)의학 전문가 헤이든 켈리에게 보여줬다.


 켈리 박사는 "오른쪽 무릎이 바깥으로 휘게 걷는 모습이 일치하는 동일인"이라고 판정했다. 엊그제 법원은 켈리의 소견서를 유력한 증거로 인정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국엔 켈리의 걸음 분석을 활용하는 법의학 전문가가 스무 명을 넘는다.


  ▶재작년 일본 신슈대(信州大) 연구팀이 100명의 걸음을 분석한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했다. 그런 다음 한 사람씩 바닥에 깔린 패드 위를 걷게 하자 컴퓨터가 99명을 알아맞다.  


 걸음걸이를 지문·안구(眼球) 같은 생체 인식 정보와 군사 방어 체제에 쓰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속담에 "남산골 생원이 망해도 걸음 걷는 버릇은 남는다"고 했다. 빈털터리가 돼도 샌님의 유별난 걸음은 그대로이듯 버릇은 쉬 사라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내 걸음걸이는 어떤지 거울 앞에서 걸어봐야겠다.


 (조선일보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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