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 함께하는 부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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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머리
2013.10.29 02:05
![]() 어느날 갑자기 딸아이의 까만 머리에 은빛 실오라기가 내눈에 잡혔다. 아들은 설흔을 넘기면서 그 숱많은 검은 더벅머리를 마치 흰 페인트벽에 문질른 듯 흰 머리가 수북했어도 그리 안스럽지 않았건만 딸의 까맣게 윤나는 머리칼 틈에 빤짝이는 은빛 실오라기는 나의 마음을 뒤 흔들어 놓았다. 내가 머리에 염색을 시작한 것은 지금 큰딸나이였던 사십대 초반이였다. 친정어머니는 내가 아버지를 닮아서 머리가 빨리 세나보다고 하셨다. 하긴 위의 두 언니들은 여전히 머리가 까맸고 몇해 전까지도 흰 머리카락을 형부가 뽑아 주신다고 할 정도였는데 유독히 내 머리는 빨리 세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이 마흔이면 아직 젊었으니 흰머리카락이 생긴 들 뭐 크게 늙어 보일리는 없었으련만 철없는 감상에 사로 잡혀 재고해 볼 여지도 없이 남들처럼 미장원에 가서 시간과 금전을 없애며 열심히 염색을 하고 살았다. 때로는 희끗희끗한 새로 자란 머리가 눈에 거슬려서 화장대앞에 잔뜩 벌려놓고 머리에 물을 들이느라고 법석을 떨기도 하며 살아 오기 거의 삼십년을 꼽는다. 요즈음엔 젊은 아이들의 모험심과 작난기 섞인 무지개빛 머리빛갈에서부터 바비 인형같은 미모의 여배우며 뉴스 캐스터들의 아름다운 금발도 거의 인위적인 걸 감안하면 아름답고 젊고싶은 본능을 부인할 수 없다. 나 역시 단연코 젊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까님을 쓴 셈이고 억지였고 그래서 스스로 나에게 경제적, 시간적 멍에를 씌운 셈이였다. 머리염색도 여자가 얼굴에 화장하는거나 같은거 아니겠느냐고 합리화도 하면서... 그런데 나도 이제 내 나이에 걸맞는 머리를 이고 살아야겠다는 철이 드는 계기가 온것일가? 내 딸의 머리도 변해 가는데 칠십먹은 내 주제에 무슨 안깐님이며 무슨 억지인가? 남편은 자기 머리가 하얘 지는건 섭섭지 않지만 점점 머리숱이 엷어지는걸 더 아쉬워한다. 맨머리에 찬 바람이 스치면 더 할 수 없이 스산하다고 한다. 그러나 자고로 노신사의 백발은 Romance Grey를 연상시키지 않는가! 더구나 젊었을 때에는 두상이 커서 머리에 맞는 모자를 찾기가 힘들었다고 했는데 이제는 웬만한 모자는 다 잘 맞고 철따라 갖가지 모양의 모자 쓴 모습이 멋있을 뿐만 아니라 찬바람 부는 날에는 따스하게 머리를 감싸주니 머리가 희게 세고 머리가 빠진들 서러울 리 없지 않은가! 반면에 나는 얼룩 얼룩 묵은 물감이 남은 머리에 새로 자라나는 뽀얀 머리카락이 얄궂게 섞여 햇볕아래서나 바람이라도 부는 날에는 몸둘바를 모르는 처지다. 누가 이 노인의 머리만 유심히 쳐다 볼 리는 만무하지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볼때마다 마음이 착잡하니 아직도 내 마음만큼은 젊고 싶은 여자인가? 내 참 모습으로 늙어 가기로 마음을 먹은지 반년째, 아직도 흰머리카락, 까만머리카락에 염색들였던 진갈색 머리카락이 뒤섞여 얄궂잖은 내 모습은 솔직히 나를 슬프게 한다. 가끔 남편도 문득 놀라는 시선으로 쳐다 보면서 아직은 검은 머리가 많이 남아 있는데 뭘 그러냐고 나를 위로한다. 내 모습에 연민을 느끼는거다. 오늘 아침에도 백발이 되어 가는 내 모습을 드려다 보며 거울앞에 머뭇거린다. Vanity? 이래 저래 늙는게 어찌 슬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Sungja Cho Oct. 26,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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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라파 여행도 다녀 왔고 뉴옥 아들네도 다녀오다 보니
한참 이방에 발길을 끊고 지냈습니다.
모두 재미있게 지내시는 모습을 뒤늦게 찾아 봅니다.
여기서 안부드립니다.
한참 손을 놓았더니 음원을 옮겨오는게 잘 되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