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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부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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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5일, 토요일, Karakol, Yak Tours Hotel


(오늘의 경비 US$25: 숙박료 200, 승마 700, 점심 23, 택시 40, 버스 5, 식료품 10, 환율 US$1= 40)


아침에 같은 숙소에 묵고 있는 일본 배낭여행객 요시코를 만났다. 아주 상냥하게 생긴 20대 말이나 30대 초의 처녀인데 내가 먼저 인사를 청하니 자기가 오늘 승마를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배낭여행객들은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이런 요청을 많이 하는데 그 목적은 경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고 대부분 배낭여행객들은 이런 요청을 받으면 좋아한다. 여럿이 함께 다니는 배낭여행객들은 그럴 필요가 없겠지만 혼자 다니는 배낭여행객들은 항상 같이 갈 사람들을 찾는다. 승마를 하는 경우에는 말 빌리는 돈은 각자 내면 되지만 가이드와 가이드가 타는 말을 빌리는 비용은 나누어서 낼 수 있기 때문에 경비절약이 되는 것이다. 승마 얘기를 들어보니 해볼 만할 것 같아서 같이 가자고 했다. 요시코는 이곳에 오래 있었고 오늘 승마를 하고 내일 떠난다고 한다.


11시쯤 요시코와 함께 여행 안내소에 가서 나는 이곳 여행정보를 얻고 있는 동안에 요시코는 승마 가이드에게 연락해서 오후 2시까지 가이드의 집으로 가기로 약속을 했다. 2시부터 7시까지 5시간 동안 Karakol 뒷산을 말을 타고 다니는데 가이드 비용은 700 som이고 말 빌리는 것은 한 시간에 70 som이라서 총비용이 한 사람 앞에 700 som이다. 17,000원 정도인데 이 나라에서는 큰돈인 것 같다. 우리가 승마를 하러 찾아가는 가이드 집은 소위 CBT에 소속된 한 가정집인데 요시코가 벌써 가이드로 써봐서 아는 곳이었다.


CBT는 Community-Based Tourism의 약자인데 중앙아시아에서 키르기스스탄에만 있는 일종의 관광 조합이다. 주민들이 여름 한철 민박, 승마, 가이드 등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버는 것이다. 10여 년 전에 이곳을 여행한 스위스 사람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것인데 스위스와 프랑스 자원봉사자들의 후원을 받아가며 하고 있단다. 키르기스스탄 110여 개 도시에 CBT 사무실이 있어서 외국 여행자를 상대로 민박, 승마, 등산 가이드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이 나라 생활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외국 배낭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단다.


점심때가 되어서 요시코와 함께 요시코가 자주 간다는 싸구려 음식점에 갔다. 시장 안에 있는 조그만 음식점인데 싸고 맛있단다. 나는 Dungan 족 음식인 냉국수와 한국의 만두 같은 manty를 시켜 먹었다. 냉국수는 맛이 그저 그런데 manty는 먹을 만 했다.


Dungan 족은 19세기말에 중국 서부지방에서 피난 온 중국 회교도들인데 주로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 살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중국어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음식이 중앙아시아 음식과는 다르다 한다. 당시에 중국 서부 난조우 근처에 살고 있던 회교를 믿는 회족이 반란을 일으키자 청나라에서 군대를 보내서 많은 회족이 희생되는 사건이 있었다. 1999년 중국 남쪽 국경 지대에 있는 윈난성을 여행할 때 회족 사람들을 만났었는데 이들은 회족 반란이 평정된 다음에 청나라에서 회족 생존자들을 강제로 윈난성으로 이주시켰는데 그들의 후손들이 아직도 윈난성에 살고 있는 것이다.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에 사는 Dungan 족은 윈난성으로 쫓겨 가지 않고 이곳으로 도망 온 회족 사람들의 후예인 것이다.


오후 2시에 승마 가이드 집으로 미니버스를 타고 갔다. Karakol 시내를 벗어나서 한참 가니 Karakol 시가지가 끝나는 곳에 있는 아담한 농가였다. 아주 깨끗한 집인데 말, 소, 개, 고양이, 닭 등의 가축과 과일나무가 많았다. 요시코는 이런 집에서 묵고 싶다고 하는데 나도 동감이었다. 정말 정겨운 풍경의 농가였다. 이 집에는 말이 다섯 마리나 있는데 그 중 셋을 준비를 해서 승마를 떠났다. 요시코와 나는 말을 하나씩 타고 가이드는 14세 정도의 동생과 함께 말 한 마리에 같이 탔다. 요시코가 안다는 가이드는 바쁜 일이 있어서 못 가고 그의 형과 함께 떠났는데 영어를 못해서 말이 잘 안 통했다.


승마는 아주 재미있었다. 지금 까지 승마를 한 중 제일 재미있었다. 오늘 날씨는 승마에 최적인 날이었다. 말이 아주 영리해서 말을 잘 듣는다. 가볍게 뛰기도 했는데 전과는 달리 제법 몸 중심을 잡을 수가 있었다. 오는 승마를 많이 배운 기분이다. 다음 가는 Lake Song Kol에 가서 말을 타고 싶은데 오늘 승마 연습을 한 셈이다.

Karakol 뒷산 산정에 오르니 경치가 그만이었다. 앞으로는 멀리 Karakol 시와 Issyk-Kul 호수가 보이고 뒤로는 넓은 초원과 나무가 무성한 산이 보였다. 초원에는 yurt가 여기저기 보였고 멀리에는 눈 덮인 산도 보였다. Sound of Music 영화에 나오는 경치 못지않았다.


승마는 좋았는데 오후 7시까지 끝내기로 한 약속은 안 지켰다. 저녁 8시에 숙소에서 저녁을 먹기로 식사주문을 해 놓았는데 7시에 승마가 끝나야 8시 저녁 식사시간에 대어 갈 수 있는데 가이드에게 여러 번 다짐을 받았는데 가이드가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8시 반이 되어서야 끝났다.


가이드 집에 돌아와서 내 숙소로 가려하니 차 한 잔 마시고 가라고 붙잡는다. 나는 약속 때문에 빨리 가고 싶은데 요시코는 있고 싶어 한다. 할 수 없이 방으로 들어갔더니 찬 한 잔이 아니고 만찬 상이 나온다. 결국 저녁 약속은 못 지키고 가이드 집에서 대접을 잘 받고 택시로 9시가 넘어서야 숙소에 돌아왔다. 숙소 주인이 늦었지만 주문한 저녁 식사를 하라고 하는 것을 다음에 먹겠다고 하고 간신히 벗어났다. 그러나 참 미안했다. 이 숙소는 음식이 맛있다는 소문이 나서 비싸지만 한번은 꼭 먹어볼 생각이다.


숙소에 돌아와서 요시코와 한참 얘기를 나누었다. 내 이메일 주소를 적어가면서 꼭 연락을 하겠단다. 아주 다정다감한 처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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