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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무심천의 추억





조성구




일전에 김영종형이 올린 무심천 벗꽃사진을 감명깊게 보고


내 머리 속에 남아있는 1950년도의 무심천을 떠 올리며


너무나 변한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 머리속에 떠오르는 무심천에는 교량도 하나 뿐이였고


차량 통행도 거의 없는 한적한 청주시민의 산책로이자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였던 곳이였습니다.



벗꽃나무도 지금같이 많지 않았던 기억입니다.


해방이 되자 일본인들이 심었다는 이유로 많은 벗꽃나무들을


잘라 버렸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반일 감정을 잘못 표현한


군중심리였겠지요. 그런데 김형의 사진에 그동안 자란 많은 벗꽃나무를


보고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무심천의 벗꽃을 보면서 생각나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군요.


무심천은 청주의 여의도 광장같은 곳이였습니다.


이승만대통령 정부는 휴전 결사 반대, 북진 통일을 주장하면서


전국의 중고교 학생들을 총 동원하는 관제 데모를 자주 갖게 했지요.


나는 당시 청주중학교 학생으로서 이 무심천 연변 백사장에서


학교별로 도열하고 여러 연사들이 휴전반대하는 열변을 경청하고


정부가 주장하는 북진 통일을 외치던 곳이였습니다. 본인은 키가 좀 컷다는


죄로 학교 대표 기수로 임명받아 항상 교기를 들고 앞에 서 있어야 했습니다.


뙤약볕아래 장시간 서 있노라면 학생들 몇몇이 일사병으로 쓸어지곤 했지만


기수로서 부동 자세로 서 있어야 하는 고역을 감내하던 장소입니다.



무심천 광장은 방과후 학생들의 비공식 결투장이기도 했습니다.


주먹 꽤나 쓴다는 친구들이 서로 감정이 있으면 무심천 백사장의 결투가


약정되고 선정된 심판앞에서 몇 라운드의 주먹싸움이 열립니다.


구경하는 학생들이 둘러 서서 구경하면서 응원도 하고 열을 올리는데


항상 뒤편에 서서 구경하면서 코피가 터지는 싸움끝에 서로 악수하고


신사적으로 헤어지는 것을 보고 감명이 깊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1953년대 청주중학에는 사변중 학교를 쉬었다가 늦게 진학을 한 나이


많은 학생들이 여러명 있었는데 한 시골 농가 출신의 한반 학생이 집안


어른들의 주선으로 중매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촌 농가에서 결혼잔치가


벌어 지자 반장이였던 저와 친구들 몇이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지요.


전통적인 신랑 각시차림의 결혼식 끝에 신랑친구들이 떡 벌어지게


한상을 받고 생전 처음으로 막걸리 한잔을 받아 마시고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져서 당황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 신랑친구의 색시는


이미 고등학교 졸업을 한 후인지라 이 친구는 신혼살림을 하면서는


색시가 숙제를 다 해 준다고 학교에 와서 자랑을 해서 반아이들이 모두 무척이나


부러워 했습니다.



무심천은 학교 체육시간에 뜀박질하는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가끔 미니 마라손을 전교생에게 시켰는데 항상 낙오는 겨우 면하는


마지막 구릅으로 들어오던 실력이라 올림피언으로서의 가망이 없음을


일찍이 터득하고 마음을 싹 고쳐서 나의 앞날은 책과 공부임을 자각하고


열심히 노력한 끝에 천하부고 입학시험에 합격하는 영광을 가졌으니


천만 다행이라고 하겠지요.



청주의 무심천가에서 이런 추억을 쌓으며 컷는데 도리켜 보면 청주 무심천에서


많은 용이 나기도 했습니다.



Seong Koo Cho Webpage by Sungja Cho April 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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