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사 사찰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누구나 오는 곳' 에 들러서
순두부 백반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었지.
날 좀 따뜻해지면 봄나들이 함께하면서 막걸리 한 잔 나누세나.

서울 주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찰이 제법 많이 있더군요.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리 전통 문화재로서 품위를 갖추고
마음에 아름답게 다가오기에 산책 장소로 즐겨 찾는답니다.

심영자 님은 아직도 미국에 거주하고 계시지요?
귀국하셔서 인사회에 나오시면 친구들과 함께 나들이 한번 해 보세요.
인사회가 전에 화성행궁, 용주사, 경복궁, 동대문 DDP 등에 다녀왔답니다.

누렁이가 보이기에 반가워서 좀 오라고 불렀더니 외면을 하더군요.
우리집 두 마리 강아지를 생각하면서 사진으로 담아 보았습니다.

사실 사찰에 가려면 꽃피는 봄이나
단풍이 물든 가을철이 제격이지만
겨울 설경이나 삭막한 분위기도 제법 괜찮다네.

자전거로 세계를 누비는 친구를 도저히 흉내도 못 내니
서울 주변을 당일치기로 어슬렁거리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단순한 회화(繪畵) 구도로 잡은 평밤한 사진인데도
디자인 전문 화가인 이태영이 너무 좋게 봐 주는 거 같아.
사실 사진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낙제감일 텐데...
추천해 준 소니 알파57 성능 때문에 화질은 괜찮은 것 같긴 해.

내가 주로 탑승하는 4호선 상록수 역에서 상행선으로 두 정거장이면
대야미역인데 거기서 마을 버스로 10분 정도면 수리사 입구라.
내려서 경사진 자동차 길로 약 20분 걸으니 사찰이 보이더라구.
내가 다녀 본 전통 사찰 중에서는 내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 같네.

아직 겨울이지만 숲이 우거진 골짜기라 제법 산골 기분이 나더군.
지금 같아서는 계절마다 극기 훈련 삼아 가끔씩 들러 볼 생각이야.

수리사는 수리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어서
수리산 능선을 따라 종주하면 볼 수 없겠지.

우리집 뒷동산이란 곻ㅅ도 수리산 끝저럭이라네.
수리산은 그리 높지는 않아도 안산, 군포, 시흥 등과
연결되어서 폭 넓게 접근이 가능한 산인 모양이야.

누렁이가 귀여워서 친해 지려고 손짓도 하면서 불러 봤더니
낯선 사람을 외면하면서 모른 체하는데 그게 더 귀엽더군요.
인적이 드문 산사의 스님 모습이 무척 경건해 보였습니다.

사실 사찰 건물 주변에 걸리적거리는 전깃줄과 전봇대.
현수막을 피하려 노력하고 사찰 앞에 주차한 승용차들도
피해 가면서 사진을 촬영하려면 제법 애를 먹는답니다.

불공은 드리지 않고 카메라 들고 어슬렁거리는
영감이 누렁이에게는 괘씸하게 여겨졌나 봅니다.

기와지붕에 관심이 간다면 사진 작가의 안목인 것 같네요.

망월사가 힘든 산챙(山行)이라면 수리사는 그야말로
평지를 어슬렁거리며 걷는 편안한 나들이라 하겠지.
오죽하면 제목에도 산책(散策)이란 단어를 썼겠나.

청계사에도 한번 가 봐야지만 나와 함께 가려면 안내심이 필요할 거야.
내가 워낙 언덕길 오르는 걸 쩔쩔매니 동행하면 무척 힘들테니까.
그래도 좋다면 맑고 따뜻한 날 잡아 함께 가 보도록 하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