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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 Alice

2015.03.16 11:16

김승자 조회 수: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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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 Alice"







아카데미 주연상을 탄 Julienne Moore가 주연한 “Still Alice”라는


영화를 보며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슬픔이 밀물처럼 가슴 가득히


몰려든다. 물론 엘리스의 치매현상은 노화에서 오는 증세가 아니고


유전자에 의해서 일찍이 악화현상을 보이는 소위 “Familial Alzheimer”


경우지만 이와 유사한 기억상실 증세가 언제 나타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문득 지난날 나의 경험들을 되돌아 보게 한다. 과연 나는


어디쯤에 도달하고 있는 것일가?







남편의 도시락을 싸기 위하여 전날밤에 달걀을 삶아서 껍질을 벗기고


컨테이너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놓고는 막상 아침에 쌀라드를 만들면서


삶은 달걀은 깜빡 잊어 버렸다. 순간 낭패스러운 심정을 어찌 표현하랴!


어떻게 그런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일을 까맣게 잊어 버릴 수 있을가?


영 기분이 맑지 못하다.



하긴 이런 일이 처음인가? 흔히 장을 보러 가기 전에 무엇이 필요한가


조목 조목 적기는 잘 한다. 문제는 가게에 들어 서면서 아차! 메모지를


카운터위에 놓고 그냥 온거다. 머리를 굴려가며 대강 대강 기억나는 걸


사들고 돌아 와서 보면 영낙없이 꼭 필요한 종목 한, 둘을 빼먹고 온 거다.




아직까지는 아이들 생일이며 형제들 생일, 시부모님 제사날, 모두 머리속에


기록되어 있으니 크게 실수한 적은 없다. 오히려 손주들 생일을 잊어버릴가봐


미리 미리 신경을 더 쓴다.


이번 여행떠나기 전에도 iPhoto에 저장해 두었던 손녀사진으로 생일카드를


정성껏 만들어 미리 Apple회사에 주문해 놓고 다녀 와서는 잊어버리고


카드상점엘 가서 카드를 한장 사들고 와 보니 쌓인 우편물중에 미리 주문해


놓았던 카드가 와있지 않은가! 기왕 사온 카드니까 일곱살 되는 손녀에게 카드


두장을 함께 주니 내 사연 모르는 손녀는 입이 함박만해 진다. 나이먹으며


기억력이 희미해지니 이런 재미있는 일도 일어 나긴 한다.




자주 여행을 하다보니 짐싸는데에도 이력이 생길 법 하건만 매번 짐을


어떻게 하면 요령껏 싸느냐가 큰 문젯거리가 되고 있다.


이년전 겨울 어느날 캘리포니아로 가는 가방을 싸면서 내 나름으로 요령껏


여기 저기 작은 물건을 낑겨 넣었겠다. 문제는 가서 짐을 풀었을 때 내가


꼭 필요한 물건이 가방을 다 털어 쏟아나도 보이지가 않는 거다.


할 수 없이 백화점엘 가서 필요한 것을 사서 지내고 집으로 돌아 온 후


가방을 비우다 보니 손잡이 안쪽으로 짚퍼가 눈에 띄였다. 흠, 이런게


있었던가? 자문하며 열어 보니, 아뿔사, 내가 그렇게 찾던 것이 그속에


얌전하게 들어 있질 않은가! 워낙 부피가 적은 물건이고 보니 가방 안쪽


pocket에 들어 있는걸 찾아내지 못했던 것이였다.



얼마 전에는 아이들이 가는 봄방학에 참가하려고 비행기표를 사는데 어쩐 일로


딸아이가 일러 준 날자보다 한주일 뒤 스케쥴로 표를 사는 실수를 저질렀다.


다행히 비행기표 바꾸는데에 벌금을 물리지 않는 Southwest Airline 표라서


억울한 일 없이 바른 일정으로 바꾼 것까지는 좋았는데 딸이 우리 일정표를 받아


보고는 Vail 로 와야 한다고 하질 않는가! 하긴 그렇게 일러 주었는데 왜 내


마음대로 Denver행을 샀을가? 내 이유는 Denver로는 Non-Stop Flight가


있으니까 순간적으로 마음이 혹했던 것이리라. Snowmass가 목적지이니까


Vail로 오라고 한 딸의 말을 잊고 그저 Denver로 가면 편하다고 생각했던거다.


또다시 비행기표를 캔슬하고 새 비행기표를 구입하는 지경이였다. 늙은이 소견


별 볼일 없으니 앞으로는 젊은 사람들이 시키는대로 묻지도 말고 따라 하기로


다짐하면서 Southwest Airline에서 받은 크레딛을 잊을가봐 전전긍긍한다.


내 컴퓨터앞에는 "Southwest Credit부터 쓸것!"이라는 쪽지가 대문짝만하게


한동안 써 있었다.



그나 그뿐인가, 요즈음은 읽고 있는 책이름이나 작가이름도 누가 물으면 막상


떠오르지 않아서 말문이 막힐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내가 봉사하고 있는 미술관 친구들과 Book Club에서 Art에 관련된 책을 선택하여


읽고 토론하는데 요즈음 예술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Art Forger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다. 이번 책 이름이 "The Art Forger"인데 한 친구 왈, 이전에 우리가


이미 읽은거라서 자기는 읽지 않겠다고 한다. 실은 이전에 읽었던 것은


"The Forger's Spell"이였고 이름은 비슷해도 전혀 다른 작가가 다른 각도에서


쓴 글임을 간과하고 있는 걸 보고 나만 기억력이 흐미해 져가고 있는건 아님을


알고 다소 위안감을 느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내가 읽는 책 이름과


작가를 꼬박 꼬박 기록해 두기로 마음 먹는다.



생각하면 한심할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다행히 아직은 끼니를 잊는다던가,


아이들 이름이며 생일을 잊어버린다던가, pass word를 어디에 적어 두었는지를


까맣게 잊어버린다던가, 주차한 곳을 잊어 버린다던가, 비행기시간을 놓쳤다던가,


약속을 잊어버린다던가, 열쇠를 냉장고에 넣는다던가, 심지어는 Alice처럼


집으로 가는 길을 잊어버렸다던가 한 적은 아직 없지만 앞으로 장담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자신의 기억력이 도리킬 수 없이 악화됨을 알자 콜럼비아 대학의 명성있는


언어학교수인 50대의 Alice는 자신의 이지적인 판단력이 있는 동안 자기의


운명을 끝내는 절차를 설명하는 비디오를 녹화하여 컴퓨터에 저장해 둔다.



그러나 그 지침을 따르지 못하고 끝내는 안개낀 듯한 머리속에서 뱅뱅도는


단어들을 신음으로 토해내는 Still Alice가 되고 만다.



간밤엔 Still Alice의 허망한 모습에 밤잠을 설쳤다.









Photo & Web page by Sungja Cho March 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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