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구열이 높은 국문과 친구들 때문에 좋은 곳을 또 찾아가게 되었지.
전시장에서 나는 사진 찍으며 건성으로 둘러보고 있는데 친구들은 해설사의 설명을 열심히 듣기도 하고
권율 장군묘에 가서는 비석의 한자(漢字)를 열심히 읽어 가면서 이건 권율 장군의 묘, 이건 형님의 묘,
이건 부인의 묘 하면서 일일이 지적을 하더군.

내 사진에 대한 좋은 평가는 고맙지만 사실은 충실한 기록 보도 사진일 뿐이야.

차를 타고 다니고 별로 걷지도 않았는데
너무 먼 곳이라 그런지 피곤하더군.

권오경 님, 그림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저는 요즘은 뭐든지 건성으로 보는 버릇이 있어서
가끔씩 자책을 하지만 그 버릇이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소중하게 감춰두고 사용하지 않는 것은 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하더군요.

하기는 이 미술관 건물 자체가 예술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외형적으로도 두 개의 리본을 연결시킨 형태이고
실내도 안정된 4각형 구조가 아닌 통로 연결이 특이했습니다.

1층 전시실에서 2층 전시실로 올라가는 계단 외형이 일상과
다른 데다가 외부 조명 효과가 특이한데 그걸 보셨군요.

좀더 평안하게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지런하게 보일 만큼 설쳐야 하니까...
이 곳으로 가게 된 것은 내 의지가 아니고 국문과 친구들 따라다닌 것 뿐이야.
국문과 친구 중에 한 사람이 장욱진 화백 사위라서 선택된 곳이지.
내 평생에 꾀병을 가까이 한 적이 없으니 그게 뭔지도 나는 잘 모른다네.

어지럼증을 극복하는 방법 중에 걷기가 제일인 것 같습니다.
눈을 감고 걸으면 더 좋은 것 같아 가끔씩 시도해 본답니다.
물론 열 발자국마다 한 번씩 눈을 떴다가 바로 다시 눈을 감고 계속...
이렇게 동네 노적봉공원 안전한 곳에서 거의 4km를 걸은 적이 있지요.
늘 걱정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석란] 님의 우정이 고맙습니다.

윤여순 님 말씀이 맞아요.
서남쪽 끝에서 동북쪽 끝까지 정말 먼 거리였답니다.

너무 힘이 들어 집에 돌아와서는 몇 시간 푹 쉬며 몸을 풀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