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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 소식 (4) 발트 3국

2015.07.25 22:45

박일선 조회 수:153


 





발틱 3국을 (혹은 발트 3국) 잘 아십니까? 별로 알려지지 않은 나라들이지요. 저도 이번 여행까지는 그런 나라들이 있다는 것 정도밖에 몰랐지요. 그런데 발틱 3국 여행을 하면서 좀 더 알게 되어서 친구님들과 별것 아닌 지식이나마 공유하려 합니다. 저는 핀란드를 떠난 다음 이 나라들을 10일 동안 여행하고 내일 폴란드로 떠납니다.



발틱 3국은 발틱해 (혹은 발트해) 동해안에 위치한 에스토니아 (인구 130만), 라트비아 (인구 200만), 리투아니아 (인구 3백만) 3국이지요.


발틱 3국은 주위 나라들에 비교해서 땅도 인구도 아주 작은 나라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한 나라 같이 생각되는 나라들입니다. 사람들도, 경치도, 도시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왜 한 나라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나라들 서쪽은 발틱해 바다고 동쪽으로는 산이 안 보이는 평평한 숲이 끝없이 계속됩니다. 아마 시베리아가 시작되는 수천 km 동쪽에 있는 우랄산맥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왜 세 나라를 묶어서 발틱 3국이라는 말이 나왔을까요. 물론 발틱 해안에 연접해 있는 세 나라이니까 그런 말이 나왔겠지요. 그러나 제 생각에는 세 나라가 비슷한 비운의 역사를 가졌기 때문에 그런 명칭이 나왔을 것 같기도 합니다.


발틱 3국 중 제일 북쪽에 있는 에스토니아는 언어가 대부분 유럽 나라들의 언어가 속하는 인도-유럽 어족에 속하는 언어가 아니고 핀란드, 헝가리의 언어가 속하는 우랄 어족의 언어입니다. 그리고 수천 년 전 핀란드, 헝가리 사람들과 같이 우랄산맥 북쪽 지역에서 서남쪽에 있는 유럽 대륙으로 이동해왔답니다. 일부는 우랄산맥 동쪽에 있는 시베리아로도 이동했고요.


에스토니아 언어와는 달리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의 언어는 인도-유럽 어족에 속합니다. 그러나 같은 인도-유럽 어족에 속하는 동유럽 대부분 나라들의 언어인 슬라브 언어와는 다른 언어랍니다. 세상 사람들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사람들을 슬라브 족 사람들로 잘못 아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 사람을 중국 사람이나 일본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게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는 기분 좋은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에스토니아 사람들에게는 더 말할 나위 없고요.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수천 년 전 흑해 북쪽 지역에서 유럽 대륙으로 이동해왔다고 추정한답니다.


이 세 나라 사람들은 원래 지금의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위치한 넓은 지역에 살다가 이들보다 늦게 이동을 시작한 독일계 사람들과 슬라브계 사람들에게 밀려서 발틱해 해안까지 오게 되었답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곳까지 오게된 것이지요. 그리고는 수천 년 동안 살아남아서 지금의 발틱 3국이 생긴 것이지요.


세 나라 중에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의 존재가 미미했던 시절에 유럽의 대국이었을 적도 있으나 오래 가지 못하고 소국이 되었고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는 항상 외세의 지배 하에 살다가 1918년 제정 러시아가 넘어갈 때에서야 처음으로 제 나라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불과 20년 밖에 지탱하지 못했지만요. 이 두 민족은 13세기까지는 역사도 없는 처지였다가 (한국의 삼한시대 사람들과 비슷하게) 독일 십자군들에게 정벌을 당하면서 유럽 역사에 등장한 민족들입니다.


독일 십자군 얘기가 갑작기 여기에 왜 나올까요? 십자군은 예루살렘 성지 회복에 연관되어서나 나오는 얘기인데. 13세기 성지에서 이슬람 군의 공세에 견디지 못하고 철수해서 귀국한 독일계 십자군 군인들 중 이런저런 이유로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당시 기독교가 전파되지 못한 발틱해안 지역을 정벌한 것입니다. 기독교 전파도 하고 (로마 교황의 승인 아래) 자기네 영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지요. 16세기 스페인 사람들이 중남미 땅을 차지한 것이나 마찬가지 식이죠.


그렇게 해서 독일계 십자군 세력은 독일 발틱해 해안부터 핀란드 발틱해 해안에 이르는 지금의 폴란드 일부, 러시아 일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를 포함한 지역을 정벌하고 1939년에 (나치 독일과 소련 간의 불가침 조약의 일부로) 강제 퇴거될 때까지 800여 년 동안을 지배한 것이죠.


그들은 발틱해안 지역의 땅에 영주가 되고 북독일에서 상인, 장인, 농민들을 그곳에 이주시켜서 독일 사람들 사회를 만들었답니다. 지배 계급은 독일 사람들이고 피지배 계급은 현지 사람들이었던 것이지요. 좀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스웨덴과 러시아가 이 지역을 차지해서 정치적으로 지배는 했지만 실제적인 지배는 (특히 경제적인) Balt German으로 알려지게된 이 지역 독일 사람들이 20세기까지 지배를 했답니다. 이 지역은 독일 상인들의 모임인 한자동맹의 (Hanseatic League) 중심지역으로 경제적으로도 매우 부강해졌던 지역이었습니다.


1918년 제정 러시아가 무너지면서 발틱 3국은 Balt German이 아닌 민족의식을 회복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사람들에 의해서 잠시 독립국이 되었습니다. 1939년 독일과 소련의 불가침 조약에 의해서 소련에 강제 편입되었다가 이차대전 중에는 잠시 독일군의 점령 하에 있다가 종전 후에 다시 소련에 강제 편입 되어서 40여 년 간 소련 지배를 받았지요. 그러다가 1990년 소련이 와해되면서 독립국이 되어서 지금에 이른 것이지요. 그러는 동안에 발틱 3국은 항상 한 나라인 것처럼 함께 취급을 받았지요. 1980대말에는 에스토니아에서 리투아니아까지 650km를 2백만 명의 발틱 3국 사람들이 손을 잡아서 소련의 발틱 3국 강점을 항의하는 시위도 했답니다. 항상 함께 했지요.


참 기구한 운명을 가진 민족들이지요. 800여 년 동안 외세의 지배하에서 언어와 문화를 지키면서 살아남아서 이제는 독립국이 된 것이지요. 에스토니아는 한때 인구가 불과 6천 명으로 내려가면서 완전히 없어질 뻔까지 했었답니다. 에스토니아 사람에게 살아남은 비결이 있나 물어봤더니 지배 세력에 저항하지 않고 저자세를 지키면서 조용히 사는 것이라는 답을 받았습니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답변이었지요.


너무 말이 길어졌습니다. 이렇게 얘기한 요점은 발틱 3국은 800여 년 동안 독일의 일부 지역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것입니다. 발틱 3국의 제일 중요한 볼거리는 독일 사람들이 13, 14세기에 세운 발틱 3국 수도 Tallinn, Riga, Vilnius의 잘 보존된 "Old Town"들과 13세기 독일계 십자군이 이 지역을 정벌하면서 세운 옛날 성들입니다. 꼭 독일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발틱 3국이 그렇게 오래 동안 외세의 지배를 받고도 살아남은 역사가 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800여 년 동안 떵떵거리며 잘 살았던 사람들은 없어지고 독일 사람들 밑에서 숨죽이면서 조용히 살았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제 독립국 국민으로 당당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장래는 어떨까요? 소련 시절에 러시아에서 이곳으로 대거 이주해와서 돌아가지 않고 살고 있는 먹구름 같은 존재인 그 많은 러시아 사람들은 (에스토니아 25%, 라트비아 26%, 리투에니아 6%) 언제 어떤 문제를 일으킬까요?


이것으로 발틱 3국 얘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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