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2016. 5.9)
2016.05.09 17:50
부고 17회 서병수 사장이 은퇴 후, 소일거리로 JD당구장을 경영하고 있어 당구를 배우러 찾아갔다. 2호선 교대역 1번 출구로 나와서 100m 동쪽으로 걸어가면
당구장이 나온다. 300점을 치는 고수라서 즐겁게 배우고 있다. 문제는 가르치는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나의 운동신경이다. 그러나 가르치는 서 사장이
제대로 따라하지 못한다고 한번도 짜증을 내지 않는다. 항상 즐거운 낯빛으로 가르쳐주어 귀찮지 않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바로 선배님의 행복해하는 모습이 자기를 행복하게 해서 좋다고 한다. 행복? 그렇다 행복은 가장 주관적이어서 그럴 수 있다고 감동을 주었다.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는, 객관적 기준을 잡고 거기에 맞추어 비교하기 시작하면 불행이 시작되는 것 아니겠는가? 가장 주관적 행복을 누리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더욱 그렇다.
최근 친구 하나가 소꿉놀이를 시작했다.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소꿉놀이에는 어제가 없고 지금과 내일뿐이다. 나는 어렸을 때, 같은 학교 이웃반 여학생과 소꿉놀이를 우리 집 처마 밑에서 한 일이 있다. 그 아이는 새색씨였고 나는 새신랑이었다. 둘이서 동네의 마당에서 거행했던 전통 결혼식장에서 본 대로 흉내를 내었다. 사금파리를 여기 저기 흩으러 놓고 온 갖 풀을 그 위에 조금씩 나누어 놓았다. 갑자기 할아버지가 되어 나물을 잘 못 무쳤다고 혼내었더니 새색시가 우물가에서 물을 잘 못 길어왔다고 새신랑을 벌 세웠다. 엄마와 아빠의 행동을 하나씩 흉내내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다.
나의 소꿉놀이를 뒷집의 최옥래 여학생(다른 반)이 다음 날 우리 반 남학생들한테 소문내었다. 한 동안 놀림감이 되었는데 저희들이 못하니까 시기심이 발동하여 그랬을 것이라고 지금 생각한다. 참 행복한 소꿉놀이였는데 지금 그것을 하고 있을 내 친구가 부럽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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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효
2016.05.0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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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완기
2016.05.09 17:50
박문태박사님의 남다른 회상기에 크게 감명받았읍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겠지만 저의 짐작으로는
시간의 절벽(죽음)으로 질주하는 우리에게는 절벽이후의
생각보다는 거쳐온 숟간, 순간이 더 명료하게 확대되어올때가
많은것 같습니다.
며칠전 태평회에서 만난 송기방동문이 요즘 먼저 타계한 동문들이
꿈에 나타난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라는 말을 하려다 그의 변호사식 속사포
언변으로 기회를 노치고난후 집에 와 "뭐 좋지도 않은 얘기" 오히려
잘되었다고 여긴후 홈페이지를 여니 이희종모친 작고 소식이 있어
매우 우울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생각을 해보니 시간의 절벽을 소꿉놀이회상으로 극복하는 방법도
매우 좋을듯 합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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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작가답게 옳은 말은 다 했군.
"행복은 주관적이다. 소꼽놀이에는 어제가 없고 지금과 내일만 있다"
금과옥조일세...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