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2016. 5.12)
2016.05.13 00:12
동창들이 하도 점잖은 분들이라서 누가 꼭 부탁을 하거나 충고를 하지 않아도 다들 알아서 이 자유게시판에
정치 이야기와 종교 논쟁을 삼가하고 있는 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동창들을 '우리끼리'라는 믿음 속에 이것
하나만은 예측을 하고 싶어 여기에 증거를 남긴다. 무슨 비밀 이야기나 남을 흉보는 가십이야기가 되어
명예훼손죄에 걸릴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니까 행여 어떤 위선적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세대에는 '운동권'이라는 낱말조차 없었다. 내가 운동권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그러니까 1970년대 초에
데모를 끈질기게 하던 때에 나를 두고 '박 선배는 조금만 늦게 태어났어도 골수 운동권이 되었을 것입니다'고 해서
바보 같은 대답을 했다. '나는 그 유명한 서울사대부고 럭비부의 볼 보이도 못해본, 운동부와는 인연이 없는 사람이요'
했더니 그 사람, 서울상대 운동권의 숨어있던 실세, 그래서 체포되거나 수배를 받지 않았던 사람이 기가 막히다는 듯이
큰 눈으로 쳐다보다가 '그런 운동 말고요. 반정부운동이요.'하면서, 박선배는 운동권 후보의 제1순위라고 하였다. 요즈음 말로
흙수저 물고 태어났고, 시험보는 요령하다는 타고나서 천하부고를 졸업하였고, 사다리를 잡지도 못하고 있다가, 복권에 당첨되듯이
눈감고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다 사다리 끈(서울 사대, 그것도 채점 미스로 합격하여)을 잡아 쪔프 한번 못하고, 한 계단씩 올라가는 천민
노동자 집안 출신이, 어느 재벌의 회장이 갑자기 돌아가시자, 그의 아들(골프나 치며 유학 하던 32살 짜리), 망나니가 유학 때려치우고
귀국하여 재벌 회장이 되는 것을 보고 이래서 공산주의가 필요하다고 침을 튀기며 역설하던 나를 보고 한 말이다.
나 같은 사람이 아직 대학생이라면 가만히 있어도 운동권으로 가입하게 된다고 칼 막스 전공자는 의미심장하게 옷었다.
그는 체질적으로 운동권이다. 지금은 가장 합리적인 정치인으로 유권자들에게 각인되게 하려고 별별 말꼼수와 얼굴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지방의 어느 장소에 세워진 작은 묘비를 장갑 낀 손으로 카메라를 의식한 경건한 표정을 애써지으며 닦고 있었다. 맨손으로 닦으면 좋은 연출상을
받았을 터인데 몇달 안 가서 저 눈 빛에 살기를 번득이며 장갑을 벗어던지고 운동권 성질이 나와 개성공단 개통 협상을 외칠 것이다.
이런 예측은 운동권한테 인민재판을 받아 본 피눈물 나는 체험에서 나온 것이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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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대로 뱃장 꼴리는 대로 거침없이 사는 문태가 난 더 좋은 것 같아..
제자들 초대로 골프 접대 받은 얘기, 최근에 홀인원한 이야기는 언제 쓸거야?
그 얘기가 먼저 나오기를 기다렸느데 쓰잘데 없이 남 소꼽놀이 얘기나하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