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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2016. 5.14)

2016.05.14 19:35

박문태 조회 수:125

 오늘은 강남 성모병원 근처의 네거리에서 복잡한 건널목 신호체계 때문에 엄마한테 억울하게 혼나는 중학교 2학년 짜리 여학생을 변호해주었다. 억울한 

상황을 처음부터 목도한 나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변호를 해준 것이다. 중간 건널목에서 자동차들이 오지 않으니까 이 여학생이 보행자용  빨간 신호에

태연하게 건너가고 그 뒤에 서서 기다리던 나와 여학생 엄마와 남자 동생은 신호가 바뀔 때까지 기다렸다가 건너왔다. 길을 건너와 갑자기 엄마가 신경질적으로 딸을 부르더니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잘 듣지 못 했으나 아직 40대 중반의 엄마의 히스테리성 목소리는 금방 갱년기를 짐작케하는 날카로운 소리였다.

 '사춘기의 저 딸의 얼굴을 보세요. 이쁜 얼굴에 반항하고 있어요. 신호체계가 잘 못 된 것이어요. 중간 건널목 신호와 큰 길의 신호가 체계화 되어 있지 않아요.

저런 신호에는 질풍노도의 사춘기 아가씨의 성미에는 짜증스런 것입니다. 그래서 그냥 신호한테 화가 나서 자동차도 없으니까 건넌 것이어요. 아까 엄마도

화가 났지만 그냥 참아주었잖아요? 나도 그랬고요. 용서해주세요. 자, 공주님도 엄마에게 잘 못햇다고 용서를 빌어요. 다음에는 바보 같은 신호를

기다리겠다고요. 우리 딸은 지금 47살이지만 애비하고 말이 안 통하는 때가 많아요. 항상 내가 져주지요.'

 그리고 한참을 멋적게 걸어내려오는데 헤어지는 다른 길 언저리에 '선생님 미한하게 되었어요.'하면서 썬글라스를 벗으며 인사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아파트 단지에 사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었다. 나도 머리를 긁적이며 '선생출신은 어쩔 수 없어요. 다음에 뵙죠'하고 당구장으로 발길을 잡았다.

우리 동창생 녀석이 한판 붙기로 했으니 미리 연습해두어야 했다. 아줌마의 이해심 때문에 내 헝클어진 기분이 풀려서 그랬는지 2대 0으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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