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 (2016. 7.5) 계속되는 원고
2016.07.05 19:54
한편 ‘노동’이라는 낱말을 툭 던지고 어떤 낱말이 바로 연상(聯想. free association)되느냐고 물으면 상당수의 사람들은 손가락 근육(소설가들의 원고지 쓰기, 자판기 두드리기) 운동이 아니라 ‘팔과 허리 근육’을 써야 하는 어떤 작업을 떠올린다. 그래서 소설쓰기를 정신노동으로 보면 ‘도대체 무슨 육체적 운동이 따르는데?’라고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렇게 걸림돌이 생기지만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 작업가설(working hypothesis)로 노동으로 인정해주고, 크게는 ‘문학이란 무엇 하는 일인가?’에서 연역(演繹)하여 소설쓰기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여러 측면에서 관찰하는 일이라고 해둔다. 이럴 때, 'By definition' 이 나온다. 즉, 이 정의(定義)에 따르든지 아니면 딴 데로 가라는 것이다.
그래서 ‘관찰(觀察)’하는 것을 노동으로 인정하고, 한자풀이를 하면, 이 낱말에는 보고(볼 觀), 살피는(살필 察) 것이 들어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살필 察이다. 이 한자 훈(訓)에 ‘편벽되이 볼’ 察이 있다. 즉,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본다는 뜻이 들어있다. 이 편벽되어 본다는 것에 문학의 입장에서는 ‘일부를 제한적으로 본다는 것’으로 우리의 관심을 끈다. 여러 종교지도자들은, 그들이 생물학적 사람이라고 가정하고, 가능한 한 모든 사람을 보려고 하였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이다. 예수도 당시 조희팔(사기꾼) 같은 사람으로부터 사기를 당해보지 않았으니 그 원통함을 직접 느껴보지 못했고, 사기를 당한 다른 사람들, 비록 그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어리석음과 더 많은 재물에 관심을 가졌을 지라도 애통해 했을 그 느낌을 느껴보지 못 했을 것이다. 석가모니도 인도에서 미국 올랜도의 동성애자들 파티와 총격 사건 비슷한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다. 인도의 카마수트라에는 온갖 성애(性愛) 장면이 나오지만 동성애 조각상이 없었던 점으로 볼 때 그렇다. 공자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엘렉트라 콤플렉스 행동은 상상조차 하지 않았을 것으로 유추(類推)된다. 부자유친, 부부유별하며 효도를 사람됨의 으뜸으로 여기는데 감히 이런 못 된 생각을 하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문학, 특히 소설에서는 편벽되어, 특정한 일부 사람의 특정한 행동을 살피는 것이 중심을 이룬다. 춘향전, 심청전이 그랬고 홍길동전도 그랬다. 물론 허생전도 그랬다. 나관중은 삼국지에서 조금 많은 사람을 보았고, 단테는 ‘신곡(神曲)’에서 무수한 사람들을 보았다. 그러나 이 모두는 인간의 행동을 가장 편벽되게 관찰한 결과이다. 물론 정도의 차이가 있었고,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이 말은 문학평론가의 말장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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