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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2016. 7.8) 소설쓰기의 끝

2016.07.08 07:50

박문태 조회 수:127

  그래서 낭만을 낭만적으로 살펴본다. 낭만의 개념적 요소 안에는 첫째 현실성(現實性, reality)이 없다는 점이다. 실현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다. 우리나라 굴지의 소주회사 소주제조 전문가로서 일하던 월급회장(사장보다 높은)이 창업주 친계존속의 과욕으로 부도를 맞고, 게다가 덤터기를 써서 빚더미에 알거지가 되었다. 이에 낙담하지 않고 시골로 가서 텃밭 농사를 지으며 유유자적하고 있다. 이 사람의 텃밭농사는 밭을 일구며 벌레들과 이야기 하고 잡초를 옮겨 심으며 채소가 되라고 중얼거린다. 여기에 누가 시키지 않은, 그러니까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낭만이 깃들어있다. 다른 말로 앞과 뒤를 재는 계산성(計算性)이 거의 없다.

위의 위선자는 아주 엉큼하게 계산을 빨리 한다. 이렇게 하면 무슨 이익이 있고, 저렇게 하면 얼마만한 손해가 있는지 따져보지만 낭만을 즐기는 사람은 이런 영악스런 계산 없이 그냥 감정적, 정서적으로 저질러버린다. 한 마디로 좋은 걸 어떻게 해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낭만성(浪漫性)에는 외부로부터 통제 받지 않는 자기만의 열정이 에너지원이 된다. 시쳇말로 돈키호테 기질이 약간 있다.

낭만의 둘째 요소는, 거창하게 말해, 가치관이 평범한 일반 사람들과는 구별되는 사람의 행동이다. 남의 눈치를 보기 보다는 개성적 자아(自我)가 먼저다. 그렇다고 이기주의자는 아니다. 물론 개인주의에 가까워 이런 사람은 낚시를 낭만적으로 한다며 혼자 낚시터를 찾지 누구와 동행하지 않는다. 형식에 얽매이기를 끔찍할 정도로 싫어하고, 그저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생활무능력자이기가 십상이다. 당연히 부끄러워하는 것이 없고, 오히려 남이 칭찬하거나 관심을 보이면 피해버리는 무애사상(無碍思想) 예찬론자이다. 이런 유()의 가치관을 갖고 있으니 위의 오만덩어리와는 상극이다.

   위 오만 방자한 사람의 심보의 원천은 어느 동창 하나가 자신의 얼굴은 물론 이름도 모르니까 나말이야, 일등으로 입학했던 나라고. 나 모르겠어?’의 자기 자랑에 있다. 이 작자는 순수하고 진정으로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일이 없다. 바로 이 자아도취에 빠져 있어서 그렇다. 같은 맥락에서 어느 동창에게도 기마이로 한턱 쓴 일이 없을 만큼 돈에 인색하다. 그렇게 돈을 모아 대저택에 살면서 혼자서 잘 난 척 하는데, 말이 통하는 여자를 갈구(渴求)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었다. 언뜻 무슨 낭만, 이상(李霜) 비슷한 낭만이 있어 그러는 줄 알았다. 그러나 자기가 원하는 것을 알아서 척척 해주는 여자이면서 피천득의 수필에 나오는 조용한 주택가를 걸어가고 있는 소복(素服)한 여인이고, 강릉 바닷가를 감상할 줄 알고, 창 넓은 찻집의 창가에 마주 앉아 전통차를 마시며, 웃을 때면 일그러져 무섭게까지 보이는 자기 얼굴을 싫어하지 않고 보아주는 아량에, 위스키 한 잔으로 모텔 방까지 따라 올라오는 약간 백치(白痴)끼가 있는 그런 여인, , 모든 돈을 지불하고 헐레벌떡 뒤따라 뛰어오는 여인을 찾고, 기다리고 있었다. 찾아 나서 저돌적으로 고백 한 번 해본 일도 없이 감나무 밑에서 입을 벌리고 있다가 잘 익은 홍시가 입으로 떨어지기를 바라는 심보이다. 이런 우라질 놈은 자기의 폐()에 문제가 있어 담배연기를 피하고 싶은데 자기에게 끌려 다니며 어울려주는 사람들에게는 자존심이 상하는지 전혀 말하지 않고, 처음 보는 사람이 공공의 장소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핏대를 올려서 시비를 벌어지게 해놓고 본인은 뒤로 빠져버리는 치사한 자식이다. 더 기분 나쁜 것은 누구라도 자기를 다른 동창과 비교하여 그 동창이 더 우수하다고 하면 펄펄 뛰며 욕을 해대는 놈이다. 모든 일에 자기가 일등을 해야 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하는 격이어서 그런 것이다. 이런 작자가 되지도 않는 소리로 여기저기 나를 비평하고 다니고 있어 나는 만만한 홍어 거시기(?)가 되어버렸다.

소설쓰기에는 소설가의 낭만이 필수 요소이다. 그것도 가짜 흉내낭만이 아니라 진짜낭만이 있어야 그만한 정신노동을 감내할 수 있다. 그렇게 진짜낭만으로 쓴 소설들이 독자들의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계산에 밝은 생활방편으로 소설을 썼다면 지나가는 이야기 거리로 사라지고 만다. 낭만은 항상 좋은 것인데 소설 속에 소설가의 낭만냄새가 배어있지 않으면 금방 시들해진다. 무우 시래기는 정성들여 말리기라도 했지 김장 때 버린 배춧입 시래기는 곰팡이가 피어 먹지도 못한다. 가짜낭만은 배춧입 시래기와 불쾌만 남는다. 낭만이라는 정열 없이 쓴 소설, 신문연재 소설의 일부는 시간에 쫒기며 써서 낭만을 쏟아 붙지 못하고 써서 명작이 안 나온다. 특히 낭만은 현실성이 한참 부족한 정서(情緖)적 심리현상인데, 이것이 없으면 로봇들의 생활인 것과 같아서 쇳물 냄새가 풀풀 풍긴다.

벼르고 별러서 가 본 키웨스트의 헤밍웨이의 집은 낭만이 넘쳤다. 돌로 지은 단충 집이 해안가의 낚시터를 벼르고 진은 것 같았다. 그는 낚시와 사냥을 좋아하며 세계 1,2차 대전에 두 번 다 자원해서 참전할 만큼 낭만적으로 살다가, 62살에 엽총으로 자살하며 낭만적(?)으로 세상을 떠났다. ‘바다와 노인을 능가할 낭만이 부족해서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는가? 그냥 노인과 바다로 한 번 더 쓰지 그랬나?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남아있다. 노벨상까지 받은 뒤의 허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우울증으로 변질, 악화된 것 아닌가라고 억지 분석을 해본다. 이것이 바로 편벽되게 인간행동을 관찰하는 것의 하나이다. 최근 은희경(소설 새의 선물의 작가)이 내일 모래면 60인데 삶과 인간에 대해 물어야 할 게 계속 생긴다.’고 낭만이 넘치고 있는데, 헤밍웨이의 자살에 관하여 스스로 물어보라고 하면서 내가 일주일만 젊었어도 프러포즈 하고 싶다. 이런 연애감정이 일어나는 것이 남자의 로망(roman)인데 이것이 없으면 글을 쓰려는 욕망이 나오지 않는다, 나는.

( p.s 모자란 머리로 상당 기간 매달려 쓴 글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었으면 대단히 고맙습니다. 다음 일기는 스릴 넘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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