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2016.7.18)누가 훔쳐보지도 않을 일기를 쓴다
2016.07.18 19:45
옥수수 한 대에 옥수수 몇 개가 열리나?
기다리던 연락을 며칠 전(2016. 7.12)에야 받았다. 대학 때 은사이신 운주 정범모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시다. 점심시간을 내어주십사고 일주일 전에 의논을 드렸는데 어제야 시간을 내어주셔서 강원도 횡성에 있는 메밀 막국수 집에 다녀왔다(7.14). 서울의 고급 식당도 아니고, 강원도 산골로 드라이브를 한 이유는 운주 정범모 선생님의 제자 중의 하나이신 이상주 총장의 회고록을 마치며 회고록 내용의 일부에 아주 아름다운 장면이 나와 이 점을 말씀드리며 회고록 출판만찬회에 참석해주시기를 부탁드리려는 조심스런 부탁이 있어서였다. 아름다운 장면이란 이상주 총장의 학생 시절 결정적 진로지도, 유학의 꿈을 갖도록 부추겼고, 장학금 등의 제반 어려운 점을 해결해주었고, 피츠버그 대학원 논문제출 뒤의 심사가 끝나는 날에 맞추어 서울대학교 교수로 임용되는 소식을 전하게 한 점, 끝으로 전두환 국보위에 참여하게 된 배경에서 진백벌진(秦伯伐晉)할 때, 제하분주(濟河焚舟)하는 총장의 마음을 이해해주시고 스스로 결정하게 포용력을 보이신 점 등을 무척 고맙게 여긴다는 이야기를 조용하게 말씀드렸다. 그냥 빙그레 웃으시며 이 총장의 서울대학교 석사논문지도를 할 때 시뻘겋게 수정했더니 ‘내가 석사논문을 쓰나 봐라!’고 펄펄 뛰던 사람이라고 감회에 젖으셨다. 운주선생님은 금년에 92세이시다. 지금도 책을 쓰실 정도로 머리를 쓰시는데 아무 일 없으시다. 그래서 별 걸 다 기억하신다. 물론 나에 관한 것도 소소히 기억하신다. 그래서 지금도 옆에 계시면 긴장되는데, 횡성의 옥수수 밭을 다 돌아 내려오는데 뜬금없는 질문을 하셨다. 바로 옥수수 한 그루에 옥수수가 몇 개 열리느냐고 물으셨다. 마침 두 개가 달려있는 것을 보고 왔으니 두 개라고 자신 있게 답하였더니, ‘박정희 대통령이 모 도지사의 도정무보고회에 가서 도지사에게 같은 질문을 하였는데 대답을 못하니까 ‘도지사가 옥수수 한 대에 옥수수가 몇 개 열리는지 모르고 어떻게 도의 살림을 챙기겠소?’라고 꾸짖었다며, 박 선생이 두 개라고 했는데 맞으며 틀리는 답이라고 하셨다. 먹을 것은 하나이고 나머지 하나는 ‘쭉정이’라는 것이다.
나는 한 숨을 푹 쉬며 ‘저는 태어나면서부터 쭉정이였습니다. 그냥 쭉정이로 살죠.’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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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훔쳐 읽어보더라도
못본척 해야하는 것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