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함께하는 부고인
  
함께하는 부고인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2016.08.17 19:57

오세윤 조회 수:134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




평생을 시골과 소도시 공주의 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하다가 정년퇴임한 나태주 시인은 한때 병원 중환자실에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을 만큼 중병을 앓았었다.

병석에서 생사의 기로에 선 자신보다 곁에서
간호하는 아내에 대한 안쓰러움이 더 컷기에
그 마음을 하나님께 하소연하며 기도하는
내용의 시를 마지막 편지처럼 썼다
그리고 아내는 그 시에 답장을 썼다.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
나태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에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나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 아내의 답글"

너무 고마워요,
남편의 병상 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주신 하나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로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나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온 남자예요.

시 외의 것으로는 화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꽃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예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나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이런 부부가 많아진다면
세상 참 아름답겠지요?
가슴 따뜻해지는 부부의
예쁜 기도문에 감동입니다.

사진: 류시화 /아침의 시 중에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12807 神이 빚은 최고의 예술품 [6] 김영송 2016.08.19 134
12806 시어머니의 증발 [4] 심재범 2016.08.19 15106
12805 ' 차 한 잔의 명상 ( 36 ) ㅡ 하기용 2016.08.19 49
12804 세계를 이끄는 여성 지도자들… / 조선닷컴 [8] 김영송 2016.08.18 113
12803 ' 차 한 잔의 명상 ( 35 ) ㅡ 하기용 2016.08.18 39
12802 8월 두 번째 인사회 / 투썸플레이스에서 [18] 이문구 2016.08.17 213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7] 오세윤 2016.08.17 134
12800 ' 차 한 잔의 명상 ( 34 ) ㅡ [1] 하기용 2016.08.16 53
12799 1945년 解放 그시절 [7] 김영송 2016.08.16 134
12798 폭염을 이기는 8가지방법 /홍혜걸 [9] 김영송 2016.08.15 133
12797 ' 차 한 잔의 명상 ( 33 ) ㅡ 하기용 2016.08.15 54
12796 LALA - 연습 , 잡동산이 (8월17일 인사회 현장 학습용) [12] 최종봉 2016.08.15 171
12795 너무 더워 이때를 그리워하며 [4] 심재범 2016.08.14 121
12794 ' 중앙공원 으로 가자 ㅡ [1] 하기용 2016.08.13 109
12793 [re] ' 중앙공원 으로 가자 ㅡ [2] 정지우 2016.08.14 107
12792 ♣눈 덮힌 몽블랑(4300m)에서 쾌속 하강비행(10분)♣ [14] 김영송 2016.08.12 123
12791 아름다운 과일나라 [1] 심재범 2016.08.12 98
12790 ' 서대문 실버극장 영화안내 ㅡ 하기용 2016.08.12 126
12789 8월 17일 인사회 모임은 장소를 옮겨 '투썸플레이스 (9호선 신 논현역점)'에서 만나요. [15] 이태영 2016.08.12 176
12788 유럽 자전거 여행 [9] file 박일선 2016.08.11 110
12787 ' 차 한 잔의 명상 ( 31 ) ㅡ [3] 하기용 2016.08.11 71
12786 ' 차 한 잔의 명상 ( 30 ) ㅡ [1] 하기용 2016.08.10 86
12785 선사회 160회 출사 [6] 정지우 2016.08.10 127
12784 中國人들의 生活 哲學 [5] 오세윤 2016.08.09 119
12783 ♡산책길에서(10) [16] file 홍승표 2016.08.09 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