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 (2016. 9.3) 한 달이 됩니다.
2016.09.03 18:13
(가벼워 부담이 가지 않는 글이어야 하는데 미안허이. 딴에는 고심한 거지)
삶에 의미부여하기(1)
그의 생전에 일면식도 없는 내가 그의 자살 뉴스에 ‘사는 게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였다. 어려서 서울로 유학 와, 갑자기 집안이 쫄딱 망해 밤에 잠 잘 곳도 밥 먹을 곳도 없어 남산에 올라, 서울 한 복판을 내려다보며, 저렇게 많은 집들 속에 내가 잘 곳이 없구나 하면서 ‘사는 게 무엇인지’를 멍하니 생각해 본 일은 있었다. 그리고 남대문 지하도로 밀려 내려가서 책가방을 끌어안고 웅크려 잡을 잘 때도 양아치들이 교복과 모자를 빼앗으려 하지 않을까 벌벌 떨면서 자는 둥 마는 둥 하였지 사는 게 무엇인지를 따져보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대기업의 아주 높은 자리에서 월급도 많이 받으며 물질적으로 부러울 것 없이 살았을, 더구나 내일 모래면 일흔 살이 될 사람이 무섭게 넥타이로 목을 매어 자살했다는 뉴스에 멈칫 깊은 생각에 빠졌다. 물론 넥타이에 목이 걸렸을 때 얼마나 아팠을까를 상상으로 느끼려니 내 목구멍이 막히기도 했다. 사실 수사물(搜査物) 기록에 의하면 목매어 자살하는 사람들 거의 모두가 목 맨 줄을 다시 움켜잡은 흔적이 손바닥에 남아있다고 한다. 이 말은 본능적으로 다시 살겠다고 목 맨 줄을 풀 열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도 그랬는지는 보도되지 않았으니 알 수 없다. 타살이면 뒤 손이 뒤로 묶였던 흔적이 손목에 나타나지 목맨 줄을 풀려고 다시 움켜잡았던 흔적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하여간 삶에 관한 본론으로 돌아가, 결론부터 말하면, 삶은 의미부여(意味賦與, assignment of meaning)인데 의미를 부여할 대상과 그럴 의욕이 없어져 버렸을 때, 삶은 그냥 사그라지는 것이라고 말이다. 꼭 콤마(의식불명)상태가 아니어도 밥 잘 먹고 변비 없이 살아가는데 다음에 살펴볼 살아가는 것이 아닌, 즉 살아주는 삶에는 의부여가 없다. 굳이 개똥철학, 이희승편 국어대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낱말을 수고롭게 인터넷에 들어가 찾아보니 ‘대수롭지 아니한 생각을 철학인 듯 내세우는 것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는데, 개똥철학으로 이름 붙여질 ‘의미부여’를 철학인 듯 내세우려고 하니 어느 누가 나를 낮잡아 보아도 나는 개의치 않을 것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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