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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부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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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손자(外孫子)와 친손녀(親孫女)

   이런 저런 동창들을 다 고려하면,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때가 종종 있다. 어떤 내용은 나에게 그냥 지나치는 일이지만 다른 동창에게는 부럽기는커녕 밉살스런 일일 수도 있고, 그 반대 일 수도 있어서 그렇다. 여기 손자들 이야기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너른 마음으로 접어두고 읽어주기를 바란다.

   추석 같은 명절에는 가족들이 모여 차례(茶禮)를 지낸다. 다방(茶房)이 널리 유명해질 때에 내가 중학생이 되고 한자를 배워, 이 한자 에 맞추어 다례라고 했다가 억울하게 망신을 당한 일도 있었던 차례는 명절에만 지키는 것은 아니다. 흔히 뼈대 있는 집안, 나중에 알았지만 친일파의 후손 집안에서는 껀수(件數)를 만들어 초하룻날, 보름날 등에도 낮에 제사를 지내며 이것을 차례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꼭 명절에만 낮에 지내는 제사가 아니다. 이 차례를 지내려고 초등학교 2학년짜리 친손녀가 올해에도 우리 집에 왔다. 중학교 2학년짜리 외손자는 가족 여행을 떠나고 국내에 없다. 국내에 있어도 우리 집에 올 리는 만무하다. 이번에도 친손녀는 멋대로 지가 놓고 간 크레파스, 스케치북을 찾아 꺼내놓고 지하고 싶은 대로 다하고 갔다. 그래서인지 친손녀의 그림, 낙서, 종이접기 등이 우리 집 여기 저기 널려 있다. 그 중에 외손자의 물건은 하나도 없다. 문득 외손자와 친손녀의 차이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친손녀는 오래 전부터 우리 집을 제 마음대로 휘 젖고 다닌다. 한 치도 눈치를 보는 일이 없다. 그러나 외손자는 조심스런 태도가 보인다. 이 녀석도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6학년까지 인근에 살면서 우리 집을 제 집 드나 들 듯이 뻔질나게 와서 살던 녀석이다. 그런데 지방으로 이사가 살면서 점점 서먹서먹해지더니 지금은 인사도 아주 점잔을 빼며 한다. 커서 그런 가보구나 하지만 어딘지 친가외가의 차이가 느껴져서 그러는 것 같다. 지난 여름, 그렇게 더운데 외손자를 데리고 충청도 괴산의 강가로 낚시를 갔다. 단 둘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비치파라솔도 치고, 통발도 놓고 잘 보냈는데, 내가 나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깊지 않은 강물 가이지만 한 시도 손자 녀석의 안전을 위해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었다. 손자 녀석의 안전을 생각하니 더 오래 낚시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셨다. 빨리 이 손자 녀석을 제 애미, 애비에게 반납하고 서울로 돌아가야겠다고 결정하였다. 딸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조수석이 조용하여 다시 살피니 이 녀석은 금방 잠이 들어있었다.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손자 녀석을 반납하고 돌아와서 마침 잘 들어갔느냐는 딸아이의 전화에, ‘, 다시는 외손자 데리고 어디 못 가겠다. 옛말의 외손자 업어가고 친손자 걸려간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더라. 너무 신경 쓰여서,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아주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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