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 (2016. 11.25) 경고하노니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읽지 마시기를
2016.11.24 21:23
오늘 그를 병원으로 문안을 갔었다. 부인이 며칠 쉬는 동안 간병인이 잘 못 보살펴 발목과 정강이에
멍까지 들어있었다. 부인이 약간 눈물끼까지 보이며 안타까워해서 나까지 울컥했다. 간병인 새끼를
최순실 같은 새끼라고 욕을 퍼붙고 피멍든 그의 정강이를 쓸어다듬으며 이런 저런 위로를 하다가
내일 또 오마 하며 나오려다 '야가 나를 못 알아 보든데...?' 하였더니 부인이 아니다고 다시 확인하니
그때는 정신이 드는지 내 이름을 기억하며 빤히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 눈에 한 맺힌 서글픔이 우러나왔다.
말도 제대로 못하고 합죽이 웃음은 어디로 가고 그냥 꽹한 얼굴만 남아 있었다.
'OO엄마, 이 놈. 살아있을 때, 이렇게 와서 손 한 번 더 잡고 가야해서 내일 또 오겠습니다. 이 놈, 손을
살아 있을 때, 내 온기를 전해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만져야지 식은 뒤에는 만질 수도 없죠.'
목이 메어 더 말을 못하고 맥빠진 운동화 발을 끌고 병실을 나왔다. 차마 뒤를 보지 못했다.
지금 저녁 시간에 동창들에게 이 글을 쓰며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그의 이름을 밝히지 못하며 나의 하소연
을 늘어놓는다. 촌놈이 서울에 와서 서오능으로 소풍을 갔을 때, 이 친구가 벗해주어 김밥을 얻어먹었다. 다른
친구들은 서울 문화(진짜 깍쟁이 문화)로 빈손으로 소풍 온 나를 눈여겨 보지도 않는데 이 친구만은 나를 사투리로
놀리며 데리고 김밥을 먹여주고 사진까지 찍어주었다. 그 일이 생생히 기억되어 지금까지도 고맙게 여겨 친분이
계속되고 있다. 이 글을 쓰며 흘러간 노래를 틀었는데 빌어먹을 노래가 '눈물젖은 두만강'이 트럼벳으로 흘러나오니
그냥 눈물이 흘러나온다. 더 이상 쓸 수 없어 그만 멈춘다. 미안하다. 서로가 살아있을 때 울어줄 수 있으면 울어주자.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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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이에 있는 사람의 죽음이 많이 슬프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곧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한 발 먼저 떠나는
친구의 죽음을 그리 슬퍼하지 않을 것 같아요.
(냉정하다고 욕하지 말아주세요. 누군지 모르는 사람일때는 더 냉정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