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함께하는 부고인
  
함께하는 부고인
  

천천히, 찬찬히 흘러내리게 하기로 한 글이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나를 인정해주고 일기를 기다려주는 남자 동창 하나가 있었는데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동창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는, 그만큼 기억해낼 수 없는 그녀가 아마 큰 용기를 내어 책을 부친 것 같다. 그만큼 뜻밖의 동창이 아무런 사연도 없이 책만 보냈는데, 제목만 보아 나를 어느 종교로 인도하려고 한 것 같다. 오늘도 리쳐드 도킨스를 밑줄 쳐가며 읽는 사람이어서 미안하지만 못 읽었다. 나의 자기 충족적 망상이겠지만 이 난을 통해 영종이를 보내는 내 글을 읽고(영종이가 살아있을 때 따뜻한 내 손의 온기로 다리를 주물러주어야 한다며 주절거린 내 말에 그게 아니라고 항변하는 종교적 가르침), 영혼의 존재를 일깨워주려고 보내준 책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짐작하고 걱정, 안타가워 했겠지만 나는 어쩔 수 없는 신(神)의 존재를 부정도 아니고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그냥 감사의 문자만 보냈다. 그것도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를 수첩에 써갖고 다니며 시도 때도 없이 암송하며 좋아하는 고창을 찾아갈 때 인사차 방문하겠다고 하였다. 

  궁금해 할 것 같은, 일기를 기다리는 그 친구에게 안부전화를 했더니 목소리에 경쾌함이 없어서 울쩍해지는 내 기분을 추스릴려고 유튜브에서 리차드 클레이더만의 피아노 연주를 골랐다. Amour('못이룰 사랑'이라고 번역해두자)가 나오는데 영주의 황영호가 떠오른다. 영종이가 살아생전에 여기에 어렵디어려운 음악들을 올리며 나를 만날 때마다 황영호를 다시 만나야겠다며 너무 미안해 하던 합죽이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못 이룰 사랑이었다. 영호야, 봄 되면 내가 대신 영주에 꼭 가마. 그냥 라면 하나 먹고 오련다.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13332 남미 여행기 - 베네수엘라 Santa Fe [7] file 박일선 2017.02.01 116
13331 남미 여행기 - 브라질 Boa Vista [4] file 박일선 2017.01.31 86
13330 하기용씨가 남기고 간 글 중에서 [1] 연흥숙 2017.01.30 230
13329 남미 여행기 - 브라질 Amazon 강 [4] file 박일선 2017.01.30 80
13328 이꽃 처음 보시지요? [2] 김동연 2017.01.29 155
13327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 [4] 이태영 2017.01.29 150
13326 남미 여행기 - 브라질 Amazon 강 [6] file 박일선 2017.01.29 96
13325 아름다운 우리들 2015 [6] 연흥숙 2017.01.29 175
13324 일기(2017.1.28) 할 일 없는 사람이 이런 트집을 잡는다 [2] 박문태 2017.01.28 128
13323 남미 여행기 - 브라질 Macapa [1] file 박일선 2017.01.28 85
13322 600년 만에 고향에 돌아오다 [6] file 오계숙 2017.01.27 151
13321 남미 여행기 -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브라질로 가는 길 [6] file 박일선 2017.01.27 91
13320 아! 옛날이여~(2)[2006.02.17 --- 덕유산] [10] 홍승표 2017.01.26 117
13319 2월 첫 인사회는 2월 1일입니다. [6] 이태영 2017.01.26 163
13318 모차르트 교향곡 14번 [1] 심재범 2017.01.26 84
13317 남미 여행기 - 프랑스령 Guiana Devil's Island [3] file 박일선 2017.01.26 69
13316 남미 여행기 - 프랑스령 Guiana 수도 Cayenne [4] file 박일선 2017.01.25 92
13315 남미 여행기 - 프랑스령 Guiana 가는 길 [9] file 박일선 2017.01.24 75
13314 소금은 최고의 고혈압 치료제이다 [5] 심재범 2017.01.24 170
13313 知識人과 敎養人의 차이 [7] 김영송 2017.01.23 141
13312 눈 내린 영등포공원 [14] 이문구 2017.01.23 140
13311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홈멜 편곡) [2] 심재범 2017.01.23 95
13310 남미 여행기 - 수리남 수도 Paramaribo [6] file 박일선 2017.01.23 91
» 일기( 2017. 1.21) 그냥 휙 뿌려버리기에는 뭐하여 [4] 박문태 2017.01.22 151
13308 이제사 저의 다움 블러그를 열었답니다. [14] 연흥숙 2017.01.22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