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감
2017.02.01 09:19
독감을 달포나 앓았다. 첫날 39.7c 더니 치료약 타미풀루를 복용하자 다음 날 열은 내렸지만
기침은 계속됐다. 가래가 생기기 시작했다.감기 자체를 앓는 것이 10년만이었다.
독감이라고 별건가 감기뿐인 것을,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저녁부터는 뱃가죽이 땡겨 기침을 해 가래를 뱉어내기가 힘들어졌다. 그제서야 슬그머니 두려워졌다.
나이든 사람들이 대부분 폐렴으로 사망한다는 게 실감됐다.
가을에 독감주사를 맞았어도 독감에 걸렸 듯 폐렴예방주사를 맞았지만 안심할 일이 아니었다.
기실 독감바이러스는 변이가 심해 해마다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다르고, 예방약은 과거의 유행한 바이러스를 예측해
제조하기에 완벽한 예방을 기한다고는 볼 수 없는 법, 과녁을 빗나갈 수도 있는터라 안심할수는 없는 예방책이다.
더구나 조류독감이 인체에 감염된 중국의 사례도 있어 겁이 났다.
폐렴예방주사(폐주라고 하자)를 맞은 것도 대동소이. 현재 만들어진 폐주는 두 가지다.
그 하나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보건소에서 무료 접종하는 PPSV23(다당질 백신 23가)로 5년 정도 효과가 있다.
65세 이전에 맞은 사람은 한 번 더 맞아야 한다. 65세 이후에는 한번만 맞는다. 하지만 이 주사는 완벽하지 않다.
폐렴구균의 일부만 예방할 뿐이다. 이를 보완하여 나중 개발된게 병원에서 맞는 PCV13, 즉 프리베나 13이다.
항체형성율이 좋고 면역이 평생 간다.(13~15만원)
보건소에서 PPSV13을 맞은 경우는 1년 기간을 두고 PCV13을 맞아야 하고,
병원에서 먼저 PCV13을 맞은 경우는 2개월의 텀을 두고 PPSV23을 맞아야 한다.
결국 노인들은 13을 먼저 맞고 23을 맞는 게 기간 상 조금 더 유리할 듯 하다.
둘을 다 맞아야 폐렴구균에 의한 폐렴이 예방된다고 한다.
하지만 함정이 있다. 폐렴은 대부분 폐렴구균에 의해 발생하지만 그 외에도
포도상 구균, 연쇄상 구균, 바이러스, 곰팡이 균 등 많은 것들이 일으킬 수 있다.
예방접종을 햬다고 안심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 감기가 들거나 뼈가 부러지거나 하여 오래 누워있게 되면 가래를 배출 못해 쉽게 폐렴균이 번식할 여건이 조성된다.
물을 자주 마시고 물수건도 널어 습도를 높이는 한 편, 파뿌리와 생강 대추를 끓여 꿀을 타 먹고 배도 수시로 먹었다.
나흘이 지나자 차도가 생겼다. 괜찮으려니 싶어 차를 몰고 마트에 갔다. 그 저녁 다시 기침을 했다. 가래는 멈추지 않았다.
나은 듯 싶어 나갔다가 다시 재발하기를 근 두 달, 독감을 앓으면서야 겨우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
새해에는 더욱 날 앞세우지 않고 매조처럼 헤벌쭉 웃으면서, 고개를 숙이고 살아야겠다고,
정 사나운 사람이 아니면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그간의 허물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가슴에 박힌 옹이를 빼고 가시를 거둬내고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이제 80을 코 앞에 둔 상 노인들인 우리, 오늘 건강하지만 언제 갑자기 감기가 들고
폐렴으로 발전할지 알 수 없는 취약한 나이들이다. 모두 들 건강하시기를...
댓글 8
-
연흥숙
2017.02.01 09:19
-
오세윤
2017.02.01 09:19
좀 끓여줄래요? ㅎㅎ -
이태영
2017.02.01 09:19
요즘 감기로 꽤 고생을 했군요
우리에게 아주 유익한 지식이라 여러번 읽을께요
다음 인사회에서 만납시다. -
오세윤
2017.02.01 09:19
오래 앓다보니 은근히 두렵더라고요.
이젠 생사에 연연하지 않노라 오만했었는데 다 거짓이데요.
서로서로 조심하자고 올렸습니다. -
이문구
2017.02.01 09:19
오박이 독한 감기로 그처럼 힘들게 고생한 줄도 모르고
오늘 인사회에서 오박이 참석한다고 했는데 웬일인가 했답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동창들의 건강을 위해 유익한 정보까지 올려주다니 고맙지요.
속히 깨끗하게 회복되어서 다음 인사회에서는 환한 미소로 반갑게 어울립시다. -
오세윤
2017.02.01 09:19
오늘은 꼭 나가리라 했는데 연휴에 무리를 했나봅니다.
참 독한 감기도 다 있데요.
담 번엔 건강해져 어울리도록 하겠습니다. -
김동연
2017.02.01 09:19
아무리 잘난 사람도 독감 한 번 걸리면
참회를 하면서 용서를 구하게 되는군요.
건강할때 좀 겸손하시지...ㅎ.ㅎ.
살아 있을때는 구박을 하다가 죽고나면
아 참 좋은 사람이 갔다면서 슬퍼하고... -
오세윤
2017.02.01 09:19
감기는 하느님의 자애로운 은총이라고 누군가 말했습니다. 옥좌에 기어오르려는 인간의 오만을 가르치는 무릎 꿇림이요
사랑의 채찍이라고요. 그래서 일년에 세네 번 쯤 앓아야 정신건강에 좋다고 말하더군요.
여름용과 종묘옆의 국밥거리 '공주집'을 드나들면서, 함께 옥천에 가 낮술에 취해서, 술이 다 깬 뒤 차를 몰고 내 집에 돌아와
밤이 새도록 이슬을 기울이며 횡설수설 하는 중에 나온 잡설이라 누구의 말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ㅎ ㅎ(아니면 말고)
두 달쯤 감기를 앓는 통에 등껍질이 좀 말랑말랑해 졌을 듯도 합니다. 얼굴에 열심히 크림도 발랐거든요. 예쁨직하게 봐 주시기를....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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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가 삮을 것 같네요.
아픔 후에 후덕해지면 결과는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