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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간호사의 짧은 감동이야기

2017.02.10 18:16

심재범 조회 수:125





 
   
대학교 4학년 때
암병동으로 간호사 실습을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있었던 곳은
그 중에도 소아 병동이었지요.
무서운 암과 싸우는 환자 중에
유난히 눈이 동그랗고 창백한 피부를 가진
여섯 살 된 꼬마 아이가 있었습니다.


“지혜야, 언니가 동화책 읽어줄까?”
“… ….”
“그럼 지혜가 언니한테 노래 하나 불러줄래?”
“… ….”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별 반응이 없는 아이었습니다.
주사를 놓을 때도
아픔을 애써 참고 있는 듯 했습니다.


부모가 이혼을 해서
할머니만 가끔 병문안을 와 줄 뿐인 지혜 엄마는
새로 시집을 갔고,
아빠는 중동으로 떠나는 바람에
꼬마의 병실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오직 나이드신 할머니 한 분뿐이었습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할머니가 시장에서 장사를 하면서 대주던 병원비는
할머니가 쓰러지는 바람에 끊기게 되었고,


병원장이 지원하던 보조금조차
원장이 바뀌는 바람에 더이상 지급이 안되어
어쩔 수 없이 퇴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몇 몇 간호사들과 의사들이
퇴원을 앞둔 지혜를 위해
병실에서 조그만 송별파티를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그 애가 너무 안쓰러웠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선물다운 선물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가
한 가지 꾀를 내었습니다.


“지혜야, 여기 백 원짜리, 천 원짜리,
만 원짜리 중에 네가 가장 가지고 싶어하는 걸
하나 줄테니 뽑아봐….”


그 방에 있던 우리 모두는
지혜가 만원짜리 지폐를 집을 줄 알았는데,
주저하지 않고 백 원짜리 동전을
집는 게 아니겠습니까?


“지혜야, 아직 어떤 게 큰 지
모르는가보구나.
이중에는 만 원짜리가 제일 좋은거야,
동전 대신에 이걸로 가지려무나.” 라고
제안하자 아이는,
“저는 이 동그란 백 원짜리가 제일 좋아요,
백 원짜리는 멀리 있는 우리 엄마와
얘기를 할 수 있게 해주거든요….”


그 이야기를 듣자 병실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자기 호주머니에 있던
동전을 있는대로 털어서
아이에게 주고 말았답니다.

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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