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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의 불씨

2017.03.21 22:01

무한정 조회 수:176

성숙의 불씨
 
   523호 2017.03. 21
‘성숙의 불씨’는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에서
주 1회(화)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왕과 개구리

 

 《이솝우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개구리들은 자기네 사는 모습이 너무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해서 제우스에게 특사를 보내 왕을 내려달라고 탄원했다. 제우스는 개구리들의 어리석음을 꿰뚫어보고, 늪에다 나무토막 한 개를 떨어뜨려주었다. 개구리들은 갑작스런 큰 소리에 너무 놀라 모두들 늪 속으로 숨어버렸다. 그러나 나무토막이 꿈쩍도 하지 않자 다시금 꾸물꾸물 기어올라 왔다. 개구리들은 새 왕을 아주 업신여기게 되었고, 심지어 왕의 등 위에 뛰어올라 앉아 있기도 했다. 개구리들은 한심한 왕이 부끄러워져서, 다시 특사를 보내 제우스에게 왕을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처음 내려준 왕은 너무 무능한데다가 도대체 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제우스는 그만 귀찮아져서 황새를 내려 보냈고, 황새는 개구리들을 몽땅 잡아먹어버렸다.

 

   이 이야기는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 하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이 개구리들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지도자를 선택하면 불상사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람직한 지도자를 선택하여 민주주의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루소(J. J. Rousseau)는 그의『사회계약설』3권 4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민주주의란 말을 엄밀한 의미로 해석한다면, 진정한 민주주의는 아직 존재한 일이 없고, 또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 만일 신들로 구성된 국민이 있다면 그들은 민주정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완전한 정체(政體)는 인간들에게 적합하지 않다."

 

   이것은 우리가 신들처럼 완전히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면 제대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처칠이 지적한 대로 “민주주의는 우리가 아는 한 최악의 정치 제도인데도 불구하고 그보다 나은 것이 아직 없다”는 사실에 있다. 만약 이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우리는 완전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향유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일단 버려야 한다. 그 대신 우리가 지니고 있는 이성적 능력을 극대화하여 그 이상에 가능한 한 근접하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애써야 한다. 물론 우리는 전지전능하지 않으며, 완전히 선한 존재도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누구나 오류를 범할 수 있고, 그것을 개선함으로써 조금씩 나아질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이솝은 우리가 완전한 지도자를 선택하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민주’라는 말이 암시하듯이 각자가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제대로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쓴이 / 엄정식
·서강대 명예교수
·생명다양성 재단 이사장

·세계시민기구(WCO) 철학종교분과 위원장
·전 서강대 대학원장
·전 한국철학회 회장

·계간 철학과현실 편집인

 

※ 글 내용은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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