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숙한 사회 가꾸기 송신
2017.04.28 07:58
나가사끼 평화공원
며칠 전 일본을 다녀왔다. 우리가 묵은 야마구치 호텔 주변에는 메이지유신 150년을 기리는 깃발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1868년 일본은 연호를 메이지(明治)로 바꾸고 에도를 도쿄로 개칭했다. 그러나 메이지유신은 엄밀한 의미에서 근대화라기보다는 서양의 기술을 받아들여 부국강병을 도모한 산업화로 보는 것이 옳다.
야마구치 시에 메이지유신 150주년 기념 깃발이 펄럭이는 이유는 메이지유신의 여러 주역들이 야마구치 현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토 히로부미, 야마가타 아리토모, 가쓰라 다로, 이노우에 가오루, 미우라 고로, 데라우치 마시다케, 하세가와 요시미치 등이 모두 지금의 야마구치 현 출신들이다. 이들은 조선 침탈에 앞장섰다.
1868년 일본은 '존왕양이(尊王攘夷)'를 표방하면서 메이지유신을 단행하여 산업화에 접어들었다. 메이지유신으로 일본의 서양 따라잡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산업화는 방향과 목적이 잘못되어 강력한 힘을 갖춘 군국주의로 귀착되었다.
메이지유신으로 시작된 일본 군국주의의 끝은 이틀 뒤에 방문한 나가사끼 평화공원에서 확인되었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그리고 8월 9일 나가사끼에 미군의 원자폭탄이 투하되었고 일본은 며칠 뒤에 항복하였다. 조선은 패전국 일본의 식민지로 해방을 맞이하였고, 곧 분단으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전후 일본은 승승장구하여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 되었다. 역사의 신은 정의롭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가사끼 평화공원의 외진 곳에는 조그마한 추모비(碑)와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었다.
'이름 없는 일본사람들'의 기원과 달리 '핵무기의 완전 철폐와 조선의 자주적 평화통일'은 고사하고 지금 한반도는 군사적으로 아주 불안한 상태에 있다. 우리는 '평화는 평화의 염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이번 일본 여행은 여러 가지로 머리가 복잡하고 무거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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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내용은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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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2017.04.2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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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윤
2017.04.29 16:27
요즘은 힘이 정의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트럼프의 사드 값 내라는 말이 슬프더군요.
한 나라의 운명을, 한 민족 전체를 우습게 여기고 멋대로 하는 말에
절망하고 있습니다.
좀 가난하게 살아도 좋으니 안보를 제대로 챙기는 대통령이 있는 나라에서 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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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2017.04.29 15:44
성숙한 사회 가꾸기가 국력을 키우는 길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만 어떻게 힘을 보태야 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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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윤
2017.04.29 16:28
공감하는 내용일 때면 여기 올리겠습니다.
읽어 주시면, 이웃에 옮겨 주시면 그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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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
2017.04.30 07:07
추모비에 써있는 글을 읽으면서 추모비를 만든
'이름없는 일본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이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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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윤
2017.04.30 20:21
네. 일인들은 표리부동족으로 알았는데
속 깊은 사람들도 있더군요. 고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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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끼 평화공원 150주년 기념식에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참석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평화의 염원..? 국력을 키우는 길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