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작(酬酌)이란?
2017.06.27 01:14
수작(酬酌)이란?
멀리서 벗이 찾아 왔다. 얼마나 그리웠던 친구였으랴...
두 친구가 주안상을 마주하고 술부터 권한다.
“이 사람아~ 먼 길을 찾아와주니 정말 고맙네, 술 한 잔 받으시게"
“반갑게 맞아주니 정말 고맙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이렇게 잔을 주고 받는 것을 수작(酬酌)이라고 한다.
왁자지껄한 고갯마루 주막집 마루에 장정 서넛이 걸터앉아 주안상을 받는다.
한잔씩 나눈 뒤 연지분 냄새를 풍기는 주모에게도 한 잔 권한다.
“어이! 주모도 한 잔 할랑가?” 한 놈이 주모의 엉덩이를 툭 친다.
이때 주모가 “허튼 수작(酬酌) 말고 술이나 마셔~" 한다.
수작(酬酌)은 잔을 돌리며 술을 권하는 것이니 '친해보자'는 것이고,
주모의 말은 ‘친한 척 마라. 너하고 친할 생각은 없다’는 뜻이다.
도자기병에 술이 담기면 그 양을 가늠하기 어렵다.
'병을 이 정도 기울여 요만큼 힘을 주면...' 하며 천천히 술을 따른다.
이것이 짐작(斟酌)이다.
짐(斟)은 ‘주저하다’ ‘머뭇거리다’는 뜻이 있다. 따라서 짐작(斟酌)은 '미리 어림잡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할 때는 우선 속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한다. 이것이 작정(酌定)이다.
'작정(酌定)'은 원래 '따르는 술의 양을 정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무작정(無酌定)' 술을 따르다 보면 잔이 넘친다. 무성의하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무례한 짓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오랜만에 찾아온 벗이라 해도 원래 술을 많이 못하는 사람이라면, 마구잡이로 술을 권할 수는 없다.
나는 가득 받고, 벗에게는 절반만 따라주거나 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상대방의 주량을 헤아려 술을 알맞게 따라주는 것이 '참작(參酌)'이다. 판사가 형사피고인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형량을 정할 때,'정상 참작(情狀 參酌)해 작량 감경(酌量 減輕)한다'라는 말을 쓰는 것도 술을 따르는 것에서 유래된 것이라 하니...
술 한잔에도 여러 의미가 있음을 알고 난 후 마시면 그 맛이 더 할것 같다.
짐작도 작정도 참작도 하지 말고 수작이나 한번 부려봄세...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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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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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표
2017.06.27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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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선
2017.06.27 01:30
이런 귀한 글이 어디서 나왔나. 이런 글들을 모아서 책을 낸다면 틀림없이 대박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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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
2017.06.27 07:34
수작, 짐작, 무작정, 참작등 재밌는 글이네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인데
이 나이에 참뜻을 이해하다니...하하
승표, 좋은 글에는 음악이 있어야 좋을 것 같아서 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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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17.06.27 08:19
허, 허!! 승표 이 사람아,나는 이걸 어찌할고?
벌써 지난 얼마전 일이 되었네만,
모처럼 멀리서 어렵게 용기를 내어서 찾아준 친구들과
수작도 못 하고 돌려보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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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송
2017.06.27 09:38
수작에 비슷한 어휘가 이리 많은지 몰랐네.
김회장에게도 감사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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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규
2017.06.27 10:12
이글은 물론 제가쓴 글이 아니고 친구가 보내준 글이 재미있어 우리 친구들과
나누고 싶었읍니다. 다만 이글이 맞는 말들인지는 이문구형의 감수가 필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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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구
2017.06.27 17:17
처음 듣는 재미있고 유익한 좋은 자료일세.
그런데 나도 이 내용을 다 기억해 익히려면
한동안 고생 좀 해야겠지만 쉽지 않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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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창섭
2017.06.27 19:17
술문화가 만든 재미있고 지혜로운 표현들인것 같습니다.
유용한 자료에 감사드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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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2017.06.27 23:40
우리가 알고 있는 酬酌은 주모가 한 말 정도로 씌어지고 있는데
酬는 갚을수, 酌은 따를작, 이런 깊은 뜻이 있다니요.
酌量, 參酌, 酌定등 어원이 술과 관계 있다는게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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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호
2017.06.28 06:55
우리 홈피에 이런글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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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2017.06.28 11:57
짐작(斟酌)하고 참작(參酌)은 많이 해보았지만 수작(酬酌)은 못해 봤네요.
수작 한 번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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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흥숙
2017.07.01 08:18
술친구, 풍요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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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경
2017.07.02 12:39
아하 그렇군요. 이렇게 많이~. 첨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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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정
2017.07.11 11:53
많이 배웠습니다. 쉽지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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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규 동문 부탁으로 올린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