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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이러고 있는가?

2017.07.10 20:06

박문태 조회 수:185

공감할 사람이 없는 것 같으니 더욱 적막해집니다. 수리계산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감정적으로 막상 당하고 나니, 그것도 연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으니 갈피를 못 잡고 쩔쩔 매고 있습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쳐 주십사고 메일을 보냈지만 논리적 설명뿐입니다. 내 왼손 손목에 세가지 먹물을 뜬 문신이 그 친구의 왼손에도 있습니다. 무슨 우정을 변치말자는 맹세가 아니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자는 서로의 다짐이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때 전주의 기린봉 꼭대기의 풀잎 이슬로 먹물을 내어 뜬 문신입니다. 우리 둘이서는 이 약속을 지키려고 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올림픽 엠블럼 디자인 색동저고리 문신의 비약을 전세계에 알린 양승춘 친구입니다. 지난 6월 20일에 갔습니다. 소인의 학위논문 디펜스에 방청으로 참석하여 그 전모를 사진 찍고 소인의 영어실력(?)을 감상한 친구가 그토록 일에만 파묻혀 살다가 심장마비로 먼저 갔습니다. 나와의 점심 약속을 1주일 남겨놓고 말입니다. 문교부 차관(최희선 교수)이 되었을 때, 다음은 장관이라고 축하하던 내 목소리를 죽이라고 간청하던 사람이어서 그렇습니다. 소인이 박사학위에 겁을 먹고 엄두를 못내고 있을 때, 엄청 자신감을 심어주던 친구, 이희종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내가 아니고 열등감에 빠져 온통 분풀이만 하러 다닐 나를 이렇게 사람 흉내를 내도록 해준 친구였습니다. 특히 이 친구는 미국식으로 내가 자기 부인을 hug 하여도 빙긋이 웃어주던 너그러움이 넘쳐났습니다. 탈라하시 플로리다에서 편안하게 작별 하였을 것입니다. 장학금도 근무하던 대학에 남겨놓았으니 그는 자기 이름을 영원히 남겼습니다. 이 자리에 밝힐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고, 그 일들이 질서 없이 떠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하는데 마음이 산란해서 입맛조차 떨어지고 있어 친구에게 하소연 했더니 '이제 자주 맞다드릴 일들일 것 어쩌나!', 고승들이 열반에 들기 전에 게송을 남기는데 인생의 무상함을 사지가 멀쩡할 때, 어떻게 승화했는지 궁금하다고 했더니, '멀쩡할 때, 다 생각하고 말해놓은 것 거야. 후세들이 열반에 들 때 말한 것처럼 갖다 부치는 거지.' 그랬을 거다는 생각에 한 시름 놓으며, '인생은 미완성' 이진관의 노래를 들으니 더 슬퍼지는 거, 다 들 느끼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을 사람들, 산란스럽게 해서 미안합니다. 동창 여러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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