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창회보 통권 90호에서
2017.07.11 20:56
이황원의 '농사일기'를 읽고서 문자 메세지를 보냈었다. '고명한 선승의 수행기를 읽는 마음으로 공부했어'라고 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런 고승에게는 默言이 정답 일 텐데 옹졸한 소인배는 참지 못하고 음성전화를 하였다. 그러고서 독후감을 올리겠다고 허락을 받았다.
그의 허락이나 어떤 의견, 대답도 없이 선문답만 한 셈이었다. 그렇게 그는 말이 적었다.
나는 약 20일 전에 김무경을 꼬드겨 양평을 찾았었다. 그가 신구용을 먼저 보내고 울쩍했는지 왕십리를 찾아와 빈자리를 채우는 역할을 했던 일이
있어 그 답례로 무경이는 돼지갈비(?)를 사고 나는 기사로 이황원의 수행암자, 사실은 초현대식 남향 별장를 찾은 것이다. 100평이 넘는 집 앞 밭에는 온갖 작물들이 꽉 차 있었다. 농사일기에 나와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나무, 푸성귀, 화초까지 있었다. 밭고랑 사이를 걸어가는 뒷모습이 진짜 '선승(禪僧)' 같았다. 나는 속으로 이런 고승과 같이 있으니 내 마음 속 저 아래에 있는 속물성(俗物性)이 착 가라 앉는 것 같았다. 농사짓는 자질구래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서 상치를 큰 봉투로 가득 담아 주어 한 열흘간 싱싱하게 먹었다. 어찌나 튼실한 상추(?)인지 시들줄 몰랐다.
농사야 나는 촌놈이니까 더 잘 알거라고 자만했었는데 황원이는 미국드라마 '초원의 집' 이상으로 전문가 수준이었다. 더구나 그 과정에는 철학이 있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수행(修行)의 향기가 풍겨나오고 있었다. 동창들에게 감히 추천하는데 한번 들려보이소.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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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 우리집 텃밭에서 아버지가 옥수수, 감자, 콩, 배추, 무를 가꾸시던
생각이 나게 하는 글에 현장이 궁금했는데 다녀오셨군요.
잘 못했어요. 세미원 가는날 그곳 까지 갔다 올걸요.
가시는 분 있으시면 저도 동참하고 싶습니다.
저도 심영자의 글을 읽고 어쩌면 우리 상황을 이처럼
잘 표현했느냐고 감탄의 전화를 한다면서 아직도 못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