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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불감증

2017.09.28 16:15

오세윤 조회 수:218

성숙의 불씨
 
 549호 2017. 09.19
‘성숙의 불씨’는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에서
주 1회(화)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안보불감증의 제 유형

 

  오늘 아침 보도에 의하면 최근 미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군사옵션의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그런데 현 정권은 평화와 대화만 외치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은 체제유지를 위한 것이지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판단한다. 우리는 이 판단이 옳기만을 기도해야 한다. 이러한 현상은 '설마-신드롬'의 한국적 병폐가 아닐 수 없다.

 

  1592년 임진왜란 발발 전, 조선 사대부들이 보였던 안이한 안보의식, 안보불감증을 오늘날 우리는 다시 답습하고 있는 것 같다. 임란(壬亂) 10년 전부터 조선의 위정자와 지식인들은 정치적 이해관계로 국가가 처한 누란의 위기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율곡(栗谷)이 1582년 병조판서로 부임하면서 국방개혁안 '시무6조계(時務六條計)'를 상소하고 그다음 해에 소위 '10만대군 양병설'을 주창하자, 정치적 반대자들은 평화의 시기에 병란을 운운하는 저의가 무엇인지를 따져 물었다. 임란 2년 전 일본에 다녀온 조선통신사 정사 황윤길과 부사 김성일의 상이한 정세 보고에 조정은 안보불감의 오판을 했고, 그 고통과 시련은 백성의 몫이었다.

 

  일제의 침략으로 근세 중국이 망해갈 때 중국의 지식인 계급들이 나라가 망해가는 현실을 보고도 방관만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사상가 양계초(梁啓超)가 그의 문집『음빙실(飮氷室)』에서 "방관자를 꾸짖노라!"라는 제목으로 설파한 글이 있다. 이 글이 오늘날 우리의 안보불감증의 여러 증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혼돈파(混沌派)가 있다. 마땅히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을 모르는 '배운 무식꾼(the learned ignorant)'의 무리, 끓기 직전의 냄비 물에서도 봄날의 따스함을 느끼는 물고기 신세, 불붙은 제비집 안의 제비가 날이 밝은 줄로 아는 것과 같은 혼돈파. 이들은 세상 물정 모르고 교과서의 이론만 외운다.

 

  둘째, 위아파(爲我派)는 벼락이 떨어져도 들고 갈 짐만을 꾸리는 무리들, 나라가 망해도 나만 살면 된다는 자들로서 옳고 그름보다 단기적 손익계산에 밝은 먹물들이 다.

 

  셋째, 오호파(嗚呼派)는 한탄과 한숨만 쉬고 통곡만 하는 자들로서, 입으로만 모든 일을 하는 자들, 실천력, 행동, 추진력, 용기가 부족한 나약한 지식인 부류가 있다. 

 

  넷째, 소매파(笑罵派)는 남의 등 뒤에서 냉소, 욕설, 비평만 하는 자들, 대안 없는 비판, 비판을 위한 비판을 일삼는 놀부 심보의 부류가 있다.

 

  다섯째, 포기파(抛棄派)는 자포자기를 하는 자들. 남에게는 기대를 걸면서 자기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들이다. "내가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가 하겠지"라고 변방을 맴도는 방관자 지식인의 부류가 있다.

 

  여섯째, 대시파(待時派)가 있다. 항상 때가 안 됐다고 이유를 대며 방관하는 무리들, 위선자들로서 방관자들 중 가장 간교한 먹물들이 대시파이다.

 

  아일랜드인 정치가 버크(Edmond Burke)의 "악의 승리를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선량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뿐이다."라는 말과 스탈린(Iosif Stalin)의 명언, "악인의 무관심은 선행이 되지만 선인의 무관심은 악행이 된다."를 음미하면서 우리는 안보불감증의 필연적 결과를 걱정해야 한다.

 

 

글쓴이 / 이택호

 

·육군사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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