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9월에도
2017.09.30 10:05
긴 추석 연휴에 "11" 식구들이 긴 글을 읽기나 할까 하면서 나의 9월 이야기를 올립니다.
해마다 9월이 오면 빠뜨리지 않고 하는 나의 년중 행사, 무말랭이 작업을 올해도
잘 마쳤다.
어머니 살아 계실때 9월 초가 되면 초가을 땡볕에 말려야 된다고 무 2 박스 사다가
씻고 다듬고 밤새 썰어서 플라스틱 큰 광주리 2개에 잔뜩 담고, 아침 햇살이 퍼지면
뒷마당 deck에 가득 펴 널으시느라 분주하셨다. 낮 동안 가끔 뒤집고 골고루 펴치고,
하늘에 구름이 혹시 끼이나 살피시고, 해 지고 나면 눅눅해 진다고 저녁 햇살 지자 마자
거두어 들이고, 며칠을 무말랭이와 같이 보내셨다.
비가 잘 오는 N J 의 날씨라 나는 일기예보를 주의 깊게 보면서 한 5일 정도 비 소식이
없는 화창한 기간을 알려 드려야 했다. Deck 가득하던 무가 며칠 말르고 나면 도둑 맞은
듯이 폭삭 줄어 든다. 바짝 마른 무 말랭이들을 봉지, 봉지 꾸려서 예쁜 보자기에 싸서
일요일 교회 친구분 들에게 나누어 드리고 고맙다는 인시말에 그날 저녁은 정말 즐거워
하셨다. 힘들게 썰고 말리고 한것을 남 한테 다 준다고 내가 투덜대면 엄마는 항상 말씀
하셨다. " 초영아, 내가 맛있게 먹으면 그 사람들도 맛있게 먹지 않겠니. 그것도 작은
이웃 사랑이다."
어머니 가신지 15년, 9월이 되면 어느 사이 나도 무 1 박스 사서 trunk에 싫고 무거워서
몇 개씩 나누어서 운반을 하고 엄마가 하시던 과정 그대로 씻는 작업 부터 시작한다.
이 많은 것을 ( 큰것 20개 정도 들었음) 나 혼자서 썰면서 " 얘, 칼 조심 해라. 손가락 다칠라"
하고 주의를 주시던 엄마말씀 생각 하면서 썰어서 광주리를 채우는 것이 10여년이 되었다.
CA로 이사 와서는 넓은 deck는 없지만 손바닥 만한 앞마당 잔디밭에 sheet를 깔고 펼쳐 말린다.
다행히 비가 안 오는 CA 가을날이라 아침에 널어 놓고는 낮 동안 나가 다녀도 비 걱정할 일이
없어 안심이 된다.
지나가는 미국 이웃들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radish 말린다" 고 설명해주고 " 이것을 당신이
손으로 다 썰었느냐, 얼마나 걸렸느냐?" 묻는 말에 대답하느라 바쁘다.
이렇게 말린것을 봉지에 나누어서 freezer 에 넣고 올해도 9월이 다 갔구나.
" 엄마, 올해도 말렸어요. 나 먹을 것만 1 박스 말렸어요." 지금도 보고 싶고, 그리워
울적해 지는 마음 갈아 앉히며 초점없는 눈으로 높은 창공을 올려다 본다.
저 흰구름 속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계시겠지 ...
중간 싸이즈 봉지로 4개, 일년 은 잘 먹겠지요.
이래뵈도 꽤 맛이 있어요.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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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자
2017.09.3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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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영
2017.09.30 15:09
승자야. 새신랑, 새댁이 해운대 사진 잘 보고 세월이 어느새
이렇게 흘렀나 실감이 안나. 처음에는 누군가 잘 몰랐어.
흰버선, 흰고무신에 흰장갑까지, 아름다운 신혼여행 사진 엊그제 같지?
내가 부지런한 살림꾼이 아니야. 식품점에서 파는 무말랭이가 표지에 중국제라고
써있어서 방부제 잔뜩 넣었겠다 싶어 내가 말려 먹는거야.
10월에도 햊볕 잘드는 대낮에는 잘 마르겠지. 너도 말려서 솜씨내어 만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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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구
2017.09.30 10:49
피난 살이 중에 내 도시락 반찬이 무말랭이뿐이어서
늘 불만이었는데 이초영님이 올리신 글과 사진을 보니
무말랭이가 가장 좋은 한국 반찬 음식이란 생각입니다.
그리고...
정성스레 도시락을 싸 주시던 어머니 생각에 마음이 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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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영
2017.09.30 15:17
이 교수님.
서울과 근교의 명소 사진 올려 주시니 고국방문 못 가는 사람이
멀리서 감사히 잘 봅니다..
이제는 어머니 단어만 들어도 너무 그립고 뵙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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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2017.09.30 11:11
초영아~ 네가 올린 글이 너무 귀하고 아름답구나.
갑자기 나도 엄마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나네... 늙으면 어린애가 된다더니.
맨아래 네가 만든 무말랭이 반찬 너무 맛있게 보여. 고추가루가 적게 들고 풋고추가 섞여 있어서
아주 맛있겠는데 어떻게 무쳤니? 참기름도 마늘도 들어갔지? 나도 만들어 먹어 보려고 해.
물론 무 말랭이는 사다가...ㅎㅎ. 가까이 있으면 "나도 한봉지 줘~"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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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영
2017.09.30 15:25
동연아, 서울로 이사온후 네가 제일 신나게 즐기는것 같아.
다 건강해서 즐길수 있으니 축복이라 생각해.
너는 더 맛있게 만들면서 물어 보니.
추석연휴가 길어서 애들하고 잘 지내고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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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17.09.30 17:06
함초롬 고운 꽃 피어있는 이 초영님의 잔디밭위 무우 말랭이
초 가을 땡볕에 깔끔이 말려 정성 쏟아 장만한 맛 갈스런 무우 무침
사람들의 입 맛을 다시게하고 있네요.
이 초영님의 9월의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에 아름다운 감동을 울리게합니다.
어머님이 남기고 간 마음을 담아 생전의 자상한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면서 품안으로 닥아가는 따님의 효심이
읽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내 몸 힘든것 보다 이웃의 즐거움이 더 큰 보람으로 여기시며 사랑을 베프시던 어머님의 자화상이 더없이 아름답고
긴 세월 15년이 무상히 흘렸어도
행여 우리 딸 다칠세라 보듬어 주시던 어머니에 대한 아프도록 그리워하는 애틋한 마움,
이초영님의 9월의 이야기는 아름답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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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영
2017.10.01 02:37
황영호님, 제 마음을 어찌 그렇게 읽으시나요.
정감어린 댓글 감사합니다.
영호님의 댓글을 모아 문집을 내셔도 아름다운 서간문집이 되겠어요.
동창회보 100회로 마감하기 전에 영호님의 서간집 기대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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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
2017.10.01 11:05
어머님이 하시던 9월 무말랭이 작업을 그대로 10여년간 지속해 오셨군요요
'작은 이웃 사랑이라'는 어머님 말씀에 귀감이 됩니다.
마지막 컷을 보니 지금도 즐겨 먹지만 학교 시절 귀한 도시락 반찬이 생각나네요.
'어머님의 은혜'라는 음악을 초영님에게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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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영
2017.10.01 14:19
이 태영 회장님. 노래선물 감사합니다.
가사를 음미하면서 들었어요.
79년에 미국에 오신후 부터 16년간 내가 모시고 사는 동안
나 살기에 바빠서 효녀노릇을 못 해드린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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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흥숙
2017.10.01 18:36
초영아, 그 많은걸 어떻게 그리 일정하게 썰었니.
그리고 시트를 깔고 말릴 생각을 한 것도 깔끔한 초영이 답네.
역시 우리들 엄마는 무를 가지고 맛있는 반찬을 추억으로 남기셨어.
나도 새콤달콤한 깍뚜기를 엄마생각을 하면서 초영이 따라 해 봐야겠다.
그런데 그 깍뚜기에 밥비며 먹으면서 땀을 흘리던 분이 없어 힘이 덜 난다.
그래도 해 볼께. 너의 글 재주 감탄해. 도둑 맞은 듯 폭삭 줄었다는 것 말야.
이태영님, 올린 노래 초영이 글에 꼭 맞고 우리들 마음에도 꼭 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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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영
2017.10.02 06:09
흥숙아. 추석명절 새느라 바쁘지?
여기는 래디오에서, 신문에서, 식품점 광고에서
추석이라고 야단이지만 자녀들이 직장에서 휴일이
아니니까 같이 모일수도 없고, 영감, 할마이 송편이나
한그릇 사다 먹고 오두거니 둘이 지낸다.
태평양 해변가로 나가서 한가위 보름달을 볼수 있게
밤하늘에 구름이 안 끼었으면 좋겠어.
흥숙아. "부고 11" 에 기사로, 사진으로 열심히 올리는 네글,
반갑게 잘 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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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2017.10.02 10:30
초영아 뉴욕을 가도 너를 볼수없게 되서 많이 서운하단다.
따뜻한곳으로 이사가서 살림하는 모습 너무 마음에 와닫는다.
뉴저지는 너무 추웠어. 무말랭이는 건강을 지켜주는 음식이래.
맛있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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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영
2017.10.02 12:20
은영아, 네가 올리는 사진들, 특히 삿보로 라벤드 사진들 ,
색감, 구도, frame까지 멋있는 사진작품이야.
인사회 우등생이 되었구나.
동연이와 건강하게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
NY에 자주 가니? 추위가 싫고, 폭설이 무서워 떠나 왔는데도
낙엽지는 가을로 계절이 바뀔때, 겨울에 눈오는 NY, NJ풍경을 뉴스에서 볼때는
아련리 그리워 지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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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2017.10.03 23:19
너의 9월을 노래한 귀한 글을 놓칠번 했구나.
마트의 무에서 무말랭이 만들어 먹음직스럽게 접시에 담기 까지,
구수하게 술술 풀어내는 과정의 너의 재치있는 글 덕분에
너도나도 무말랭이 만든다 유행일라. 영양가 최고인건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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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영
2017.10.04 04:21
영은아. 그곳은 오늘 추석이지. 언제 추석 명절 지냈는지 기억도 까마득해.
친구들 만나는 것도 뜸해지고, 아침, 저녁 벌써 초가을 썬들 바람이 불고,
이해도 서서히 ... 마음부터 앞서간다. 환절기에 건강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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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표
2017.10.04 18:43
예전에 내 도시락 반찬은 새우젓 꽁댕이어서 한 번 쏟아졌다 하면 그 냄새가 책가방 안에 진동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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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영아,
정말 착하고 부지런하게 살림을 하는구나!
역시 훌륭하신 어머님의 착한 딸이였기 때문일거야.
무쳐놓은 무말랭이는 어느 집에서도 맛 볼 수 없이 맛있어 보여서 침이 나온다.
글쎄, 내일이면 시월인데 아직 늦지 않았을가?
나도 무 세개만이라도 사다가 쓸어서 너처럼 말려볼가?
여기도 해가 좋을 때는 호박쓸어 말리면 잘 말른단다.
어머님께서 "초영이, 우리 큰딸, 살림 잘하고 신통하구나!" 하시면서 기뻐하실테니
초영이, 너는 착한 효녀다.
아, 초영이 무말랭이, 맛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