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이 친구의 글이야'의 핀잔을 각오하고
2018.03.01 10:54
올립니다. 이름만 보고 지나치지 마시고, 읽어주시오. 어제 2월 27일 울산에서 제자들이 불러. 내려가서 읽고 온 글입니다.
1. 염치(廉恥) 없는 인사를 대신하여,
소인의 책 p.214에, “박문태는 모든 면이 그 중광스님(걸레스님)에게는 훨씬 못 미쳐 더 ‘괜히 왔다.’는 생각이라고 한다. 아직 가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이야말로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라고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은 당시로서는 진심이었고, 말레이시아로 떠날 때의 이런 기분은 심각한 수준이었음을 고백한다. 친구 송기방(변호사)에게 실수(?)로, 그때로서는 절망적이었던 심정을 두어 번 고백하였는데, 이 말을 발간 축사(첨부했음)에 공개하고 말았다.
“…도저히 지나간 자신의 출생 및 과거와 지금의 현실을 이겨 나가기가 너무 괴롭고 힘들어 인생을 마감하려는 심정을 갖게 되어, 아무도 찾지 못할 말레이시아 외딴 곳으로 도피해 갔다가…마음을 달래고 가다듬고 안정되어…위험한 순간이 있었음을 여기에 밝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양승춘이라는 친구, 지금도 제 왼쪽 손목에는 그 친구와 같이 전주의 기린봉 꼭대기에서 약속한 문신 ‘三’이 있을 만큼 단짝이었던 친구를 잃고, 허탈하고, 안절부절 못하던 때의 절박감은 발작적 우울증이었습니다. 말이 나왔으니 문신한 三의 뜻을 밝힙니다. 하나는 커서 직장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자, 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자. 셋은 그만 둘이 기억하지 못하는, 무슨 거창한 약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특히 고등학교 3년, 인심 사나운 서울에서 나의 피난처였던 친구였습니다. 대학이 다르고 직장이 달랐어도 계속 교류가 있어서 형제 이상이었던 동반자이었습니다. 어찌 어찌해서 오늘 이 자리에 서니 염치가 없습니다.
2. 돌연변이라는 망상?
소인이 책 좀 읽고, 잡생각 좀 했다고 해도 최근에 문득 문득 떠오르는 ‘나는 돌연변이로 태어난 것 아닌가?’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DNA 검사를 하여 혈통을 확인해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런 의심이 생기는 이유는, 소인의 책에도 나와 있지만 유전인자로 보면 그 뿌리를 알 수 없는, 소인의 성(姓)이 박(朴)씨인 것조차도 분명치 않을 만큼 ‘시궁창에서 건져 올리어진 것 같은데, 여러 분들(뒤에 나오는 은사님들)이 그 물이 시궁창인지도 모르고 건져준 것 같은데, 어려서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을 한 집에서 자랐는데 그 집이 sweet home이 아니고, 시궁창이었기에 하는 말입니다. 조선의 팔천(八賤; 노비, 기생, 백정, 광대, 공정, 무당, 승려, 상여꾼)에 버금가는 사람들만 이웃하여 사는 환경이니 이렇게 시궁창으로 비하해도 탓할 사람이 없습니다. 날품팔이, 퇴물 인력거꾼, 시계수리공, 술주정뱅이, 꽁초만 주워 피워대는 홀아비, 그의 딸 하나는 다 큰 처녀가 가출하여 집에는 오지도 않고, 행방불명의 모친을 두고 무엇을 먹고 사는지도 모르는 두 형제(17,8세), 이들은 시장의 좀도둑으로, 소인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이들의 꼬임과 협박에 끌려 시장에서 마른 명태, 오징어, 멸치 따위를 훔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이 기술(?)은 갖고 있습니다. 이런 이웃 중에서 밥술이나 먹고 사는 사람은 딱 한 집, 함석집으로 불리는 경찰 정보원(?)이라는 무서운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험악한 동네에서 자라며 감옥소 한 번 가지 않고, 장학금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장학금을 어떻게 해야 받는지도 모르고, 이웃으로부터 보고 배운 것 없이 독불장군으로 자랐기 때문에 ‘돌연변이’라고 해본 말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도, 도내 미술대회에 나가 상도 타고, 사고무친(四顧無親)의 서울로 홀로 고등학교를 유학가고, 대학도 가고, 태평양을 건너보기도 했습니다. 결과로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입니다. 적어도 나에게나, 빌 클린턴에게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막연하고, 해당 사항이 아닙니다.
이제야 철이 들어, 인생에는 목표 달성이라는 ‘목표설정’ 자체가 없고, 성공과 실패라는 것이 없고, 올림픽에서처럼 승리했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왔느냐를 한 번 쯤은 뒤돌아보는, 그 과정을 때때로 되새김질해야 하는, 그래서 인생은 항상 미완성임을 음미해야 할 대상이이라고 생각합니다.
3. 집필 동기
이 책을 쓰게 된 변명(?)을 해야 하겠습니다. 일말의 대안(代案)과 솔선수범의 실행도 보여주지 않고, 진보·개혁이라는 어려운 낱말만 외쳐대며 밥상을 뒤집는 행패는, 저 같은 사람을 보면서 멈추어야져야 합니다. 그래서 되잖은 글을 썼습니다.
‘흙수저’도 안 되는 천민 출신이 연구소의 어느 부서 책임자가 되었는데, 불평만 일삼는 직원을 회유, 구제하기 위해 자비(自費)로 못 먹는 술을 대접했다가 초저녁 9시경에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어 벌금내고 운전면허가 취소된 일이 딱 한 번, 범법(犯法()한 것입니다. 이것 말고는 세금 미납도 못해보고, 가정교사로 꼬박꼬박 대학원 등록금 다 내고 착실하게 준법정신이 투철한 시민으로 자본주의 사회에 잘 적응하며 살아왔습니다. 겨우 미국에서 공짜로 진짜 박사학위로, 표절이 눈곱만큼도 없는 논문으로 졸업을 했습니다. 그야말로 잔머리, 꼼수로 세상을 흔들어대며 거기에 순발력을 발휘하여 이권을 챙겨본 일이 한 번도 없는, 시궁창에서 건져진 나와 같은 천민(賤民)도 훌륭한 은사님들의 공정한 사랑을 받았기에 이만큼이나마 자유·민주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여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훌륭한 은사님들의 사랑이 전부이었습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서양의 작가가 떠오릅니다, 실존주의 사상으로 뭉쳐진 노벨문학수상 작가 카뮈(이방인의 작가)가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자기 은사(고등학교 시절의 국어선생님)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는 말을 맨 먼저 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훌륭한 사업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람들이 은사에 대한 고마움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문화풍토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일자리 창출에서 하나의 대안이 됩니다. 2차대전에서 처칠이 고립무원의 영국을 쓰러지지 않게 버틴 것은 여기 계신 선생님들과 같은 서민들의 용기를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외람되게도 소인이 우리 선생님들이 지금의 국난에 버팀목이 되도록 긍지를 갖게, 나도 저 정도의 제자(박문태 같은)는 길러낼 수 있다는 자긍심을 가지시도록 저를 까발린 것입니다. 여기 계신 여러 선생님들도 과거에 저와 같은 제자들을 시궁창에서 건졌을 것입니다. 아쉬운 것은 제가 유명한 사업가가 못 되어 그렇게 자랑할 건수가 없어 크게 떠들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만 이 자리를 빌려 추모하고 싶은, 아버지 같은 은사 김종서 교수님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께서 저를 초등학교 교사의 길로 들어서게 용기를 북돋아주셨기에 오늘 여기 계신 여러 선생님들과 이런 자리를 갖게 된 것입니다. 제 책 p. 90에 나옵니다.
제 필명을 박해룡이라고 애절한 사연이 있는 이름을 ‘문키호테’ 로 바꾸기로 하였습니다. 앞에서 발간축사를 써서 동창에게 알려준 친구가 붙여준 별명입니다. ‘돈키호테’같이 기행을 많이 저지르고 다닌다고 해서 붙여준 별명인데 썩 마음에 듭니다.
2018. 2. 27
문키호테 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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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키호테가 무슨 연유로 이런 글을 올렸는지 진심을 헤아리기는 어려우나, 내가 어제부터 푹 빠저서 읽고있는 책
秋史蘭話추사난화(2018년 2월 9일 출간된 신간으로 이성현교수지음) 중에서 歲寒三友세한삼우 편의 서두를
일독하라고 권하고 싶어저서 보내드립니다. 모든사람은 자기 운명의 창조자이고, 역경을 이기는 인간이 100명
이라면 풍요를 이기는 인간은 한명도 않되는 것 같습니다. 인생은 초대하지 않았어도 저세상으로 부터 찾아왔고,
허락하지 않았어도 이세상 으로 부터 떠나갑니다. 또 來日을 먼저 맞을지 來生을 먼저 맞을지 모를 나이 까지
살아있다면 그또한 큰 복이니 편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나머지 인생도 살아봅시다.
"군자의 풍모를 의인화한 四君子사군자가 着根착근하기 이전 시대의 군자의 표상은 歲寒三友세한삼우로 통칭되던
松송, 竹죽, 梅매였다. 忍寒인한을 최고의 德性덕성이라 여기며 살아내야 했던 사람들의 가치관이 세한삼우로 뭉처진
결과이다. 성공한 인생보다 실패한 인생이 더 많고, 하늘은 삶이 힘겹지 않은 생명을 인간 세상에 허락하신 적이
없었던 탓이리라. 생명의 탄생이 의지의 소산이라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생명체는 어떤 형태로든 의지를 발현하고자
하기에 살아 있다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크고 강한 의지를 발현하고자 할수록 저항도 커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볼품없는 원숭이를 인간으로 이끈 힘도 의지이니,
인간의 불굴의 의지에 경외감을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의지를 발현하고자 하늘이 허락하신
한정된 생명조차 스스로 갉아낼 수 있는 존재이기에 인간이 된 것인지 아니면 신께서 인간을 그리 만드신 탓인지
알 수 없지만, 어려움에 굴하지 않는 존재에게 경외감을 느끼고 닮고 싶어 하는 인간의 특성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었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러한 인간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 세한삼우이고, 인한의 상징이었던
세한삼우의 대표 격이 소나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