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로 5.16 군사혁명 58년이다. <양상훈 칼럼>
2019.05.16 16:19
5·16은 이승만 건국과 함께 오늘의 한국 출발한 날
기적의 리더십 없었다면 지금 잘돼도 태국 정도일 것
역사를 있는 대로 인정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양상훈 주필
오늘로 5·16 군사혁명 58년이다. 이날은 이승만의 건국과 함께 오늘의 한국이 시작된 출발점이다.
박정희 매도가 유행이지만 엄연한 역사를 바꾸지는 못한다.
세계 최빈국이던 우리가 미국 대통령이 '가장 부자인 나라'로 지목하게 됐다.
그래도 젊은이들은 '한국의 기적 드라마'를 고리타분한 얘기로 여긴다.
1958년생 필자는 청년 시절 전체가 한국 고도 성장기였지만 그 기억은 희미해지고 있다.
가슴 뛰던 자리엔 풍요 속의 갈등과 불만만이 가득하다.
최근 두 분이 보내준 글에서 잠시나마 기적의 역사를 다시 떠올려 보았다.
하나는 100여 년 전 우리 모습을 기록한 독일 여행가의 글이었다.
그가 본 서울은 집 5만채 대부분이 쓰러져가는 초가 흙집이었다.
'산업도 굴뚝도 유리창도 계단도 없는 도시. 극장 커피숍 찻집 공원 정원 이발소도 없는 도시.
집엔 가구도 없고 대소변을 집 앞 거리로 내다 버리는 도시.
모든 사람이 흰 옷을 입고 있는데 이보다 더 더러울 수 없고 인분 천지인 도시.
도시가 낙후된 태국, 버마, 캄보디아에도 높은 사원 하나는 있었지만 여긴 아예 없다.
남산서 본 서울은 땅바닥에 붙은 납작한 황토집들이 황무지 같은 광경을 이루고 나무조차 없다.
단 한 곳 오아시스 같은 곳이 있었지만 500년 왕조의 왕궁이란 말을 듣고 그 초라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여행가가 '형언할 수 없이 슬프면서도 기묘한 광경'이라 했던 그 나라는 곧 망해 세계 지도에서 없어졌다.
전쟁으로 폐허까지 됐다.
독일 여행가가 경악했던 바로 그 원시와 야만의 장소에 지금 세계 최고 수준의 도시가 서 있다.
이 불가사의한 도약이 일어나던 때의 국민은
100년 전 흙집에 살며 대소변을 집 앞 길에 버리던 사람들의 아들딸과 손주다.
그대로였으면 지금 잘됐어도 태국 정도일 것이다.
기적의 리더십이 흙집 국가였던 1875년부터 일제강점기이던 1936년까지 연이어 태동했다.
이승만 1875년, 구인회 1907년, 이병철 1910년, 정주영 1915년,
박정희 1917년, 최종현 1929년, 김우중이 1936년에 태어났다.
한 세기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인물들이 50~60년 동안에 한꺼번에 태어나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이승만의 자유민주 건국과 농지개혁, 국민교육 제도 확립, 한미 동맹 쟁취의 바탕 위에서
박정희가 외자 도입, 수출 입국, 전자·중화학 육성, 농촌 혁명 전략을 밀어붙였다.
수천년 농업 노예(노비) 국가를 근대 공업 국가로 탈바꿈시키는 기치였다.
박정희는 독일 방문 때 우리 광부들에게 "
나라가 못살아 이국 땅 지하 수천 미터에서 일하는 것을 보니 가슴에서 피눈물이 납니다.
우리는 못살아도 후손에게는 잘사는 나라를 물려줍시다. 나도 열심히…"라고 말하다 울음을 터뜨렸다.
광부들도 다 울었다. 그 현장 목격자 중엔 이 통곡 현장이 한국 기적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여럿 있다.
그 깃발 아래서 기업인들이 기적의 역사를 써나갔다.
"기업이 국민들 생활용품을 제대로 만드는 것도 애국이고 전쟁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 "(구인회)
"수원 반도체 공장은 43만평으로 한다. 일본 히타치가 40만평이다.
언젠가 일본을 능가해야 하지 않나. 왜? 내 말이 틀리나? "(이병철)
"나는 땅에는 우리나라 자동차가, 바다엔 우리 배가 다니는 모습을 정말 보고 싶다. "(정주영) "
내 인생 80%는 인재 육성에 썼다. 인재는 석유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무한 국가 자원이다. "(최종현)
"당신들 미국인은 우리를 이길 수 없다. 당신들은 하루 8시간 일하지만 우리는 24시간 일한다."(김우중)
다른 한 분은 문재인 대통령의 '수출 6000억달러 돌파' 언급을 듣고 편지를 보내 왔다.
'저는 60학번으로 1960년대 후반부터 해외 세일즈에 평생을 바친 사람입니다.
우리나라 수출이 몇 억불에 불과했던 시절 1만불, 2만불짜리 오더를 주워서라도 공장을 돌려야 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어떻게 수출을 입에 올립니까.
한 일이 무엇입니까. 세일즈차 방문한 40여 년 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는 지상낙원 같았습니다.
지금은 지옥 아닙니까. 우리가 그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할 뿐입니다.'
이 심정은 이해하나 모두 동의할 수는 없다.
민주화는 산업화와 함께 한국 기적의 두 축이다. 문 대통령과 같은 분들의 기여도 결코 폄훼될 수 없다.
다만 서로를 인정하고 사실은 사실대로, 역사는 역사대로 평가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지난 100 년 한국은 기적을 이뤘다.
인구 5000만 소득 3만달러 이상의 일곱 번째 나라가 됐다"며
"일부에서 우리 역사를 그대로 보지 않고 대한민국의 성취를 폄훼하는 것은 자부심을 버리는 것이다.
긍정적 사고를 가질 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한마디도 버릴 것이 없다.
그 실천으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치졸한 박정희 욕보이기, 지우기부터 그만뒀으면 한다.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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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2019.05.1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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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창섭
2019.05.18 11:08
우리들이 항용 말하는 '正論直筆'(정론직필)의 대표적인 글 로 마음에 와닿는 글입니다.
"긍적적 사고를 가질 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라는 말은 잊어서는 안될 말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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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2019.05.18 21:45
양상훈주필 글이 참으로 마음에 와 닿습니다.
반듯한 글을 읽고 마음으로 동감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차츰 올바른 연설을 하기 시작해서 무엇인가를 기대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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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울컥해 지네요.
역사의 진실을 부정하고 국가의 정체성을 바꾸려는
집권층이 개과천선 하고 올바른 정책을 실행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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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2019.05.20 23:21
온건하게 그러나 사실을 적확하게 논하는 양상훈 칼럼을 좋아합니다.
정치 경제 문화등 60년이라는 세월속에서 숱한 시행착오와 부침을 겪으면서
오늘의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나라의 정체성이 어느 집단에 의해서 조급하게
바뀔 수는 없죠. 역사를 제대로 평가하고 서로를 아우르는 유능한 지도자가 목 마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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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19.05.21 21:19
사실은 사실대로 역사는 역사대로 정당하게 평가되고, 폄훼되고 부정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아니된다는
존경스러운 언론인 양성훈 칼럼리스트의 편향적이지 않고 이성적인 지성인으로의 애국심이 담아있는
미래를 향한 소리없는 부르짖음이 우리 가슴을 두두리게 하고 있다.
작금 문재인 정권하에 저질러지고 있는 엄연한 역사적인 사실의 부정,
근대 산업화의 긍정적인 측면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작금의 형태는
우리의 미래도 더 이상의 국가번영도 멈추게 할것이며 다만 심각한 국론 분열을 부르는 역사적 죄인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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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주필 온화한 성품대로 글도 차분하고 점잖게 쓰셨네요.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독일여행가의 글을 읽고 정말 우리의 부끄러운 과거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동안 물질적인 풍요는 이루었지만 정신적인 성숙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문대통령은 말과 생각, 행동이 각각 따로 인 것 같지요? 역사를 부정하는 이유가 뭘까요?
나는 요즘, 젊은 우파청년들의 연설을 자주 듣다보니까, 자꾸만 마음이 급하고 과격해지는 것 같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