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세 설치작가 오계숙, "난 이름없는 여성들과 협업한다"<중앙일보>
2019.07.07 08:35
'푸른 해먹'(2010, 미 캔사스대 스펜서미술관 소장).[사진 갤러리 아트링크]
78세 설치작가 오계숙, "난 이름없는 여성들과 협업한다"
서울 삼청동 정독도서관 인근의 아담한 갤러리.
붉은 벽돌로 둘러싸인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뜻밖의 설치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누군가 입고 버린 낡은 군복을 재료로 조각조각 꿰매어 이어 만든, 가녀린 해먹이다.
그 낡은 천들 아래로 늘어뜨려진 수많은 실이 흔들리고 있다.
작품 제목은 ‘푸른 해먹(Green Hammock)’.
여성들의 삶과 경험을 소재로 자신만의 섬유 설치작업으로 표현해온
오계숙(78)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로, 미국 캔사스대 스펜서미술관의 소장하고 있다.
갤러리 아트링크 '삶이 지나가는 자리'
여성들의 노동 흔적을 작품으로 재구성
"세상 보듬고 치유하는 여성의 힘 믿어"
서울 갤러리 아트링크에서 열리는 오 작가의 개인전에 '푸른 해먹'이 걸려 있다.
‘삶이 지나가는 자리’라는 제목 아래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바늘과 실로 작업하는 작가가 이 세상의 여성들에게 보내는
존경과 헌사의 메시지로 채워져 있다.
‘푸른 해먹’은 베트남 전쟁터에서 쓰던 미국 여군 간호병의 제복으로 만든 작품으로,
여러 전시작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미국 간호병의 군복이지만
이것을 보며 저는 아홉 살 때 제가 목격한 6.25가 떠올랐어요.
전쟁이 남긴 상처도 어루만져주고 싶었고,
그 가운데서 상처를 입은 병사들을 보살핀 여성들의 흔적을 작품으로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전시장에서 만난 팔순의 작가는 소녀처럼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비록 전쟁의 슬픈 기억이 담긴 제복이지만,
고단한 누군가의 몸을 편하게 쉬게 할 수 있는 사물로 재구성하고 싶었다”며
“전쟁터에서 상처받은 영혼들의 숨겨진 사연을
‘군복에서 끊임없이 새어 나오고 흘러나오는 것들’,
즉 늘어뜨린 실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를 기획한 이경은 갤러리 아트링크 대표는
“오계숙 작가는 고국을 떠나 미국에서 작업하면서도
‘동양’ ‘여성’이라는 화두에 천착해온 그의 작품엔
‘여성의 연대’라는 강력한 주제가 녹아 있다”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진화해온
그의 작품에 매료돼 2012년부터 그의 전시를 기획해왔다"고 말했다.
오계숙, '여행' (2019, 손 자수 실, 한지, 혼합재료, 188x206x30cm). [사진 갤러리 아트링크]
오계숙, '그녀의 손' (혼합재료)[사진 갤러리 아트링크]
오계숙, '그녀의 손'(혼합재료). [사진 갤러리 아트링크]
‘그녀의 손’ '과일 자루' ‘태반’ ‘여행’ 등의 설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재료는 옛 여성들이 입었던 옷이나,
국적을 초월해 여성들의 손 자수 흔적이 남아 있는 천과 실이다.
작가는 이들을 조각조각 다시 잇고 꿰매는 방식으로,
생명을 품고 꽃피워낸 이 세상 여성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1963년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주리 주립대학원을 마칠 때까지 그림을 그렸던 그가 붓을 내려놓고
새로운 작업을 시작한 것은 83~84년부터다.
“유화 작품으로 큰 상을 받았지만, 내 그림에
‘한국 여성’이라는 나의 정체성이 담겨 있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내 경험과 이야기,
여성으로서의 경험이 녹아 들어간 작품을 해야 한다고 결심하면서
더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시 미술사를 돌아보니 수많은 작품에 표현된 여성은 남성이 본 여성뿐이었다.
여성의 시선으로 본 여성의 이야기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그는 유화 관련 화구를 모두 불태웠다. 방황의 시간도 길어졌다.
“먹을 재료로 작품도 해봤다.
하지만 이것 역시 모두 남자들의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할
머니한테 배웠던 바느질이 떠올랐다.
내 버선에 빨간 실로 자수를 놓던 할머니, 그 자수로 당신의 마음을 표현했던 할머니…. ”
오계숙, '흔적 #3'( 손으로 만든 한지, 손자수 실 혼합재료, 51 x 41 cm, 2019). [사진 갤러리 아트링크]
그의 '바느질 드로잉'은 그렇게 시작됐다.
중고시장에서 사 온 '이름 없는' 여성들의 손수건, 행주,
뜨개질 레이스 등을 자신의 작품 속으로 끌어들였다.
한지에 자신이 직접 자수를 놓고, 이것을 이름 없는 여성들이 남긴 작품과 함께 이었다.
오 작가는 “할머니의 유산을 현대 예술에 담고 싶었다”며
“세계 여성들의 노동 흔적이 남아 있는 천 조각으로 작업할 때 나는 시공을 초월해
이 세상의 여성들과 협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8일까지.
[출처: 중앙일보] 78세 설치작가 오계숙, "난 이름없는 여성들과 협업한다"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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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선
2019.07.0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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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창섭
2019.07.07 20:01
중앙일보 기사 관련정보를 제공해 주어 감사하오.
옮기는 과장은 인사회에서 만나서 토론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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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계숙
2019.07.07 17:55
어마나!! 엄 회장님 어찌 이렇게 올리셨나요! 감사 합니다,
여러 동문님들의 꾸준한 격려와 성원으로 전시가 잘 보여지고 있어 감사드립니다.
여기 사진 _오계숙, '그녀의 손' (혼합재료)[사진 갤러리 아트링크]_ 는
우리의 이태영 회장님이 찍으신 사진입니다.
중앙일보에 보낸 아트링크 사진이 잘 안나온다 사이즈가 적다,,,다른 사진 보내달라 해서...고민하다..
부고 웹에 올린,, 손 디테일이생각나서 이태영 회장님께 전화들였드니 ...다행히 곧 받으시고, 곧 주셔서..
마치 한 회사팀이 일하듯,,옛 Dead line 마추기 솜씨가 나온듯!!,, 일분도 안되어, 사진을 바꾸고 멋지게 엎그레이드 시킬 수 있어...
중앙일보 일이 잘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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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창섭
2019.07.07 20:04
이테영인사회장 실력이야 공인된 실력 입니다.
그래서 사부님으로 모시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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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2019.07.07 20:00
사진 대단합니다.
"푸른 해먹" 이 그림에서는 강하게 느껴졌었는데
현장에 가보니 분위기가 부드럽고 푸근하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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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창섭
2019.07.07 20:21
여군 간호복을 재활하여 '침상'(Hammock) 으로 면모 시켜 놓은 작품으로
부드럽고 따사로운 마음을가지게 해주는 요람(Cradle)같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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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2019.07.07 22:02
나도 중앙일보 기사를 읽었지만 옮길 줄 몰라 컬러인쇄로 뽑아 두었습니다.
혹시 기회되면 그걸 찍어서 올릴까 했지요. ㅋㅋ
다음 인사회는 주제가 한 개 있어서 재미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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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창섭
2019.07.08 21:01
좋은 기사 옮기기도 때때로 홈페이지의 다양성을 나타내는 소재가 될수 있다는 생각에서
배워가면서 실습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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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2019.07.07 22:50
전시장에서 오화백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니 마음에
와 닿았는데 중앙일보 기사를 보니 더욱 자랑스럽습니다.
정보 제공 박일선님, 제깍 올린 엄창섭님 좋은 친구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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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창섭
2019.07.08 21:07
오화백의 전시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위해서 꼭 읽어 보아야할 좋고,유익한
기사라고 박일선동문이 천거함에 따라 옮기기 실습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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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흥숙
2019.07.10 07:06
신문사 원고 마감 직전에 숨가쁜 뒷이야기 재미있군요.
이태영씨 사진 작가로 등장하시기 바랍니다. 엄창섭씨는 그걸 또 올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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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창섭
2019.07.10 17:00
감사합니다. 그런데 바쁘고 마음가는데가 여기,저기 있겠지만 인사회 활동에 좀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가져주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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