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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가 손 꼽은 차세대 달 과학자… "저더러 토양 탐정이래요"조선일보 

입력 2019.08.10 03:00

[아무튼, 주말] 달 구덩이 분석 심채경 교수

지난달 20일은 달 표면에 인류 최초의 발자국이 찍힌 지 50년 되는 날이었다. 1969년 7월 20일 달에 그 역사적 첫걸음을
디딘 닐 암스트롱은 말했다. "한 사람에게는 작은 발자국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라고. 올해 50주년을 맞아
지구 곳곳이 기념행사로 들썩였지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달과 우주는 여전히 '남의 경사(慶事)'일까.

그런데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가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꼽은 차세대 과학자 5명에 한국 연구자가 호명됐다.
주인공은 경희대 우주과학과 심채경(37) 학술연구교수. 네이처는 달 과학의 다음 반세기를 만들어 나갈 과학자로
그를 지목하며 '토양 탐정'이라고 불렀다.

지난달 18일 경기도 용인의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 '토양 탐정 심채경'을 만났다. 우리나라 달 과학의 현주소를 묻자
심 교수가 답했다.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20년까지 달에 태극기가 펄럭이게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한국에는
달 과학자가 한 명도 없었어요. 빈 로켓으로 달을 찍고 돌아올 수는 없잖아요. 가서 뭐라도 알아와야죠. 다른 분야를 연구하던
과학자들도 그때부터 달에 달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경희대 우주과학과 심채경 교수는 “어릴 때부터 별 보는 것을 좋아하진 않았다”며 “나처럼 늦게 시작해도 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아이들에게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경희대 우주과학과 심채경 교수는 “어릴 때부터 별 보는 것을 좋아하진 않았다”며 “나처럼 늦게 시작해도 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아이들에게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달은 우주로 향하는 현관문

우리나라가 뒤늦게 달에 가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우주로 가려면 달을 지나야 해요. 달은 집 밖으로 나가려면 열어야 하는 현관문 같은 거예요. 인공위성을 쏘지 못하는 나라는
달에 못 가고, 달도 못 가면서 더 멀리 갈 수 있는 나라는 없어요. 걸음마처럼 연관된 기술이지요."

―앞서 달에 간 나라들이 그 위성에 대해 전부 알아낸 것 같습니다만.

"연구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빈틈이 있어요. 컴퓨터나 기기도 더 정교해졌으니 과거에 연구한 것을 다시 하더라도
새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고요. 비록 달에 가는 건 50년 이상 늦었지만, 반세기 동안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하고 싶어요."

―우리가 달에 관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2020년 말에 한국 시험용 달 궤도선(KPLO)이 발사됩니다. 저는 거기 탑재할 편광 카메라(폴캠) 팀에 참여하고 있어요.
편광 관측은 역대 어느 달 탐사선에서도 한 적이 없는 일이에요. 편광 카메라는 달 표면에서 빛이 어떻게 반사되는지
측정하는데, 그 데이터를 이용하면 달 표면 흙의 입자 크기를 알 수 있어요. 달의 입자 크기 지도를 만들 생각입니다."

―달에서 우리만 했고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연구 분야가 생기는 거네요.

"한국이 제일 잘하는 분야라고 내세울 수 있겠죠. 외국 연구자가 달 편광 관측이 궁금하면 우리에게 물어보고 협력을
요청해야 하는 거예요. 기존 연구자들이 가진 아이디어를 답습하면 협력이 쉽지 않아요. 아예 종속되거나 무시받을 테니까요.
협력을 통해 그들이 축적한 경험을 얻어오고 우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는 식이죠."

―아직도 '사람이 달에 간 적이 없다'는 음모론이 건재합니다만.

"천문학자들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요. 달에 갔다는 증거가 많기 때문이에요. 달에서 퍼온 흙에는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도 있거든요. 그런데 사실 음모론이 재밌긴 해요(웃음)."

―증거가 그렇게 많은데 왜 믿지 않을까요.

"눈앞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아요. 우리는 폴더폰부터 5G까지 발전하는 모습을 계속 봤기 때문에 지금
스마트폰을 쓰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런데 스마트폰을 조선시대로 가져가서 설명한다면 '저 사람들 이상한 걸 들고 다닌다'며
믿지 못하는 것과 비슷해요. 미국이 달에 착륙할 당시에 우리나라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어려웠잖아요. 우주 기술이 발전하는
단계를 차례로 접하지 못한 채 어느 날 갑자기 너무 큰 기술이 나타난 거죠."

―미국에서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라며 민간 회사로 주도권이 넘어가 돈 되는 우주 산업을 추진하는 분위기예요.

"큰 흐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저 같은 자연과학자는 말 그대로 자연을 관찰하는 사람이거든요. 우리나라에서 우주 탐사는
아직 산업보다 정치에 머물러 있어요. 대통령이 자기 임기 내에 달 탐사를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처럼요. 달 탐사는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선명한 증거거든요. 그런데 정치인들은 달에 뭐 하러 가는지는 자랑하지 않아요(웃음).
과학자들은 '세금을 들여 달에 갈 거라면 우리나라만의 새로운 과학으로 탐사선을 알차게 채우자'고 하는 거죠."
 
과학저널 ‘네이처’는 달 과학의 다음 50년을 만들 세계 과학자 다섯 명 중 한 명으로 경희대 심채경 교수를 꼽았다. /네이처
과학저널 ‘네이처’는 달 과학의 다음 50년을 만들 세계 과학자 다섯 명 중 한 명으로 경희대 심채경 교수를 꼽았다. /네이처
오늘만 보고 살다 보니 달 과학까지

―네이처가 선정한 차세대 달 과학자 5명은 교수님 외에 인도, 미국, 영국, 중국 과학자예요. 우주 탐사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나라들입니다.

"중국과 인도는 오래전부터 달 탐사를 해 안정적인 기술을 확보한 나라지만 한국은 제대로 시작도 안 한 단계예요.
우리나라에 몇 없는 달 과학자들이 해외 학회에 가서 우리 연구를 알리려고 애쓴 덕분에 학계에서도 한국이 달 과학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도 그래서 뽑힐 수 있었고요."

―네이처에서 '토양 탐정'으로 소개했는데.

"2017년에 달 표면의 흙을 바스러지게 하는 우주 풍화 요인을 제가 분석해 주목을 받았어요. 그동안 달 과학은 지질학으로
다뤄졌고, 크레이터(구덩이) 한두 개를 집중적으로 연구했거든요. 하지만 저는 천문학을 연구하던 사람이라 달 표면에 있는
크레이터 수천 개를 통계적으로 분석했어요. 별 수천 개를 그래프 하나에다 그리며 연구하는 천문학자에겐 흔한 방법이었는데
지질학을 하던 기존 달 과학자들이 보기엔 몹시 새로운 접근이었던 거예요."

―경희대 학부에서는 우주과학을, 대학원에서는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을, 박사 학위를 받은 뒤엔 달 과학을 각각 연구했네요.

"계기가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할 말이 없어요. 제가 타이탄이나 달을 사랑해서 연구를 시작한 건 아녜요.
대학원에 갈 무렵 카시니 탐사선이 촬영한 타이탄 데이터가 쏟아져 나왔어요. 교수님이 '관측 자료가 있는데 누가 해볼래?'
하셔서 손을 들었죠. 제가 박사 졸업할 무렵엔 정부에서 달 탐사를 본격 추진한다고 해서 또 '저요!' 한 거예요. 저는 오늘 할 일을
오늘 하는 게 목표인 사람이라 어디로 반드시 가겠다는 구상은 없어요."

―연구실 책상에 아이들 사진이 수십 장 붙어 있는 게 인상적입니다.

"열한 살, 여섯 살이에요. 육아를 도와줄 수 있는 분이 없어서 제가 학회에 갈 때마다 애들을 데리고 다녔어요. 대학원생
후배들은 제 아이가 자기보다 학회에 더 많이 참석하는 것 같다고 농담해요."

―육아와 연구, 병행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힘들었죠. 엄마로서 미안해지는 순간이 와요. 다른 엄마들은 유치원에서 애를 오후 2시에 데리고 가는데 우리 애만 6시까지
있어야 하거나 아이가 아플 때 더 그래요. 그래도 미안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엄마가 자기 분야를 계속 파고든 걸
나중에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할 것이라 믿고 의심하지 않았어요. 일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내 선택이지 누구에게 잘못한
것은 아니니까요."

천문학자들이 망원경을 보며 연구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라도 한참 달랐다. 심 교수는 대부분의 연구를 모니터 앞에서 했다.
탐사선·천문대의 관측 데이터를 재료로 삼기 때문이다. 연구가 재미있는지 물었다. "연구실에 처박혀 모니터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라고 '토양 탐정'이 답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09/20190809020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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