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9월에는 .... 이초영
2019.09.21 05:56
9월이 되어 선들바람이 불면서 식품점의 야채부 테이블에 가을걷이한 채소들을
산더미 같이 쌓아 놓고 sale을 한다. 호박, 가지 30개씩 사다가 썰어서 집 앞의
손바닥 만한 잔디밭에 널어 놓았다.
90도 올라가는 한낮의 불볕더위에, 습기없는 태평양 바람을 맞으며 호박, 가지가
2일만에 보승 보승 바짝 말랐다. 습기없는 곳에서 짧은 시일에 말르니까 꾸덕 꾸덕
곰팡이가 피지도 않고 깨끗한 채소고지가 되었다. 4봉지에 갈라넣고 냉동실에 넣어
두고 추수감사절, 크리쓰마쓰때 애들이 오면 dinner에 살살 볶아서 먹고 조금씩
남겨 두었다가 정월 대보름에 영감, 할마이 둘이 대보름 나물밥을 해 먹는다.
60개를 썰어 sheet에 가득 차게 널었는데 도둑맞은것 같이 폭싹 줄었다. 무말랭이는
작년에 말린것이 남아있어 금년에는 생략하고 예년에는 대추도 말렸는데 집에서 말리는
대추가 당도가 약한것 같아 대추도 생략했다. 때마침 추석 special로 CA.대추농장에서
말린 대추 sale을 해서 겨우내 먹으려고 듬뿍 샀다.
엊그제 추석에는 교회에서 예배후에 추석잔치를 했고, 애들이 못 오니까 번거롭게
음식을 하기가 싫어 송편 한접시와 거봉포도 몇송이 차려놓고 추석상으로 때웠다.
애들이 와야 얻어 먹는다고 영감이 투덜댄다. 추석날 밤 일기가 좋아 몇년만에 처음으로
한가위 보름달을 올려다 보았다.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이렇게 건강하게 추석달님 맞이
하기를 바란다고 한가위 달님에게 내 바램을 띄워 보냈다.
초가을 변절기에 감기가 돈다고 노약자들에게 서둘러 flu주사를 맞으라고 해서 엊그제
flu주사를 맞았다. 어느사이 거봉포도는 끝머리가 되고 단감이 나오기 시작했다.
CA.에 와서 과일 좋아하는 내가 제일 즐기는 것이 철철이 CA.산지에서 직접 배달되어
마트에 나오는 싱싱한 과일을 싫컷 먹는 것이다.
어느사이 CA.로 이사 온지가 만 6년이 되었다. 내가 바라고 그려오던 은퇴생활을 얼마나
실천 하면서 살고 있나. 많은것을 실천하지 못하고 살고있다. 매정하게도 세월은 간다.
철따라 멋있는 여행을 못 하는것이 우울해 지기도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슬퍼하지 않고 얼마남지 않은 앞날 오늘 하로가 얼마나 중요한 삶의 순간인가
생각하면서 작은일에도 보람을 느끼고 그날 그날 할 일을 마치고 평안하게 지날수
있음을 감사하면서 지낸다.
9월도 서서히 떠나가려 한다. flu 주사도 맞았으니 대추차, 생강차 따끈 따끈 끓여
마시면서 이 가을, 이 겨울을 건강하게 보낼수 있기를 기원한다.
10월을 맞을 준비도 하면서.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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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
2019.09.21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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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영
2019.09.21 13:26
이태영 회장님. 제 마음을 읽으시는듯 음악과 함께
답글 달아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도 노사연을, 그녀의 음악을 좋아 합니다.
재미도 없는 제 소식을 반겨 주시니 LA의 기쁜 소식
전해드리지 못해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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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2019.09.21 09:21
초영아, "이 9월에는" 글 너무 좋아.
네 삶과 마음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지네...촉촉하게.
정갈한 가지 호박 말랭이 주머니가 너무 예뻐.
맛있게 나물 볶아서 먹는 내외의 모습까지 상상되는구나.
난 이번 추석에 달을 보지 못했어. 우리 아파트 창문으로는 보이지 않더구나.
밤중에 달보러 엘레베이터 타고 내려갈 수도 없고...그러니 달님께 내년 추석을 빌 수도 없었네.
뭐 "제주에서 많이 봤으니까..."라면서 스스로 맘달래고 잠들었어.
네글과 사진 너무 아름다워서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100회 회보에 사진과 함께 실렸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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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영
2019.09.21 13:43
동연아, 별 재미도 없는 사는 이야기 반겨주니 고마워.
금년 추석은 오랫만에 달을 볼수 있다고 해서
바닷가에 나가서 태평양 바다위에 떠있는 한가위 달을
보고 싶었는데 거동불편한 영감 혹시라도 길 코너 걷다가
넘어 질까봐 못 나갔다.
혼자라도 가고 싶었는데 할마이가 밤길에 혼자 나가기가 무섭고.
늙으니까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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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호
2019.09.21 10:05
행복의 보금자리 이초영님 댁의 아기자기한 소꼽전 꽃밭, 파란 잔디뜰엔
할머니의 포근한 마음이 소복히 담겨 가을 맑은 햇볕 아래 빤짝이고 있군요.
두분 백년해로 하시는 아름다운 모습이 이초영님의 수려한 글에 실려
넓 푸른 태평양 을 건너 전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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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영
2019.09.21 14:09
칭찬하시며 답글 써 주시는 황영호님이 계셔 용기를 내어
별 이야기도 아닌 글을 올리곤 합니다.
영호님 사시는곳 가을철 풍광 사진을 기대합니다.
울긋 불긋 단풍 사진 많이 올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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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2019.09.21 21:55
초영아 잘 지내고 있구나.
너의 글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면서 마음이 무척 훈훈 해졌어.
따뜻한 고장으로 이사와서 이제는 따뜻함을 느끼고 사는 너의 모습 보니 너의 부부 건강해 보인다.
나도 추석차례 지내느라 아이들과 바쁘게 지냈지.
추석날 앞베란다에서 달도 보고 건강도 조금 빌었지.ㅎㅎ
나이 들어 소식 듣는일은 항상 긴장하면서도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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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영
2019.09.22 11:47
은영아. 고층빌딩 아파트 사이로 보이는 보름달,
얼마만에 보는지 생각이 안난다. 아마 처음 보는것 같애.
물씬 도시적인 멋이 풍기는 세련됨이 추석달 같지가 않네.
너는 밤풍경에 멋있는 도시 보름달, 나는 한적한 마을 바다위의 보름달,
빠뜨리지 않고 오래 오래 볼수 있도록 건강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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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자
2019.09.22 03:52
초영아, 눈가에 눈웃음 살살 띄우고 소근 소근 살림이야기를 들려주니
나도 문득 옛 추석을 회상하며 한참 감상에 젖었다.
벼르던 이사를 했으니 비빔밥, 김밥, 찹채, 불고기,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한상 차려서 아이들 모아놓고 추석을 함께 보내고 싶었던 내 마음과 달리
이사끝에 감기 몸살 치르면서 구름에 숨어버린 보름달도 못보고 지나면서
아쉬운 마음 그득, 더 젊었을때 이사를 왔어야 했구나 하고 아쉬웠단다.
초영이는 김선생님하고 따뜻한 봄나라에 가서 옛이야기 되새기며 알뜰 살뜰
소꼽장난같은 두 내외 살림에 깨가 쏟아 지는구나.
두고 두고 먹을 수 있는 나물들, 달달 볶아서 냠냠, 그것이 알뜰한 사랑 살림이야.
계속 미소띈 너의 모습같은 따뜻한 글로 서로 안부 다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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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영
2019.09.22 12:00
승자야, 이사 몸살을 치렀구나. 큰 변화를 맞느라고
심신으로 힘이 들었지.
소꼽장난 이라니. No Talk, No Fun. 무 덤덤이야.
건강하게 새 아침을 맞고, 건강하게 잠자리에 드는 일상.
그저 감사 하면서....
미네소타 가을 이야기 많이 올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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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정
2019.09.22 09:42
노년을 건강하게 느긋하게 만끽하는 모습이 참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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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영
2019.09.22 12:08
문인 기정아, 오랫 만이야. 부고 11에서 네 글 보고 싶어.
서울 친구들은 자주 만나니까 얼마나 글 쓸 소재가 많겠니.
8학년을 바라 보면서 옛날의 소녀시절 친구들의 이야기가
아직도 반갑고 보고도 싶고.
그래, 내 마음을 읽어 주는 네 답글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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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2019.09.22 11:41
언제나 그렇듯 너의 글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구나.
마치 옆구리에서 조근조근 이야기 보따리 풀어내듯 살림 이야기하는 너~
아파트 생활에 나물고지 말려 본지가 언제인지~CA의 따끈한 햇볕 부럽다.
암튼 살림꾼에 감성 풍부한 재치있는 할마이야. 늘 이렇게 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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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초영
2019.09.22 12:19
영은아. 잘 지내지. 살림꾼은 무슨. 별것도 아닌걸 써서 올린다고
흉볼지도 몰라. 여기 와서 문예반에 5년째 나가는데 강사 교수님이
우리 삶 자체가 문학의 소재라고 쓰고 싶은것 주제를 정하고 쓰라고
격려 한단다. 치매에도 좋다고 하면서,
읽어 주고 고마워. 그래, 앞으로 늘 오늘만 같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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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분 오래오래 건강히 잘 지내세요 우리들 늘 초영 님의 소식 기다립니다.
음악은 노사연의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