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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에 대하여<조선일보>

2019.12.02 13:55

엄창섭 조회 수:185

우정에 대하여

백영옥 소설가

 

어른이 된 후 다시 '빨간 머리 앤'을 읽기 시작했을 때 몇 번

만나지 않은다이애나에게 다짜고짜 '영원한 우정'이라든가 '죽는

날까지 함께하겠다'는맹세를 하는 장면을 보고 당황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를존중하는 쪽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여러 번 읽고 난 후,앤의 행동을 이해했다.

앤이 태어난 1900년대 초반에는 아동 인권을 중시하지 않았다.
그렇게 어린 앤은 쌍둥이 아기를 돌보는 일을 했다. 얼마나 뛰어놀고

싶을나이인가. 앤의 소원은 친구를 사귀는 것이었다. 그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는지앤은 청소하다가 찬장에 비친 자기 얼굴에

'캐시 모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캐시는 앤의 유리창 속 친구였다

얼마 전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의 저자 고미숙 선생을 만났다.
그녀는 자본주의가 너무 '사랑'을 강조해서 '우정'이 폄하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사랑의 기본은 '독점과 배타적 소유'다. 그래서

집착을 낳기 쉽고 화폐와긴밀히 연결된다. 이런 관계에만 몰입하면

존재가 작아진다.또 가족 관계는 애증과 부채감이 기본이라 수평적

대화가 어렵다.사랑과 가족을 초월해 우리를 가장 성장시키는 건

'도반(道伴)' 즉 우정이라는 게 그녀의 말이었다.

연암 박지원은 10대 시절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그런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여러 책과 친구였다. 박제가, 이덕무 등

친구들은 탑골공원에 모여 천문과 음악 예술을 논했다. 한량이었던
연암이 고립되지 않은 건 모두 동무면서 선생이었던 친구들 덕분이었다.


거울로 나를 보는 건 '나'라는 '자아 '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창문'을

통해 나를 보는 건 길과 나무,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 즉 '관계' 속의

'나'에 맞춰져 있다.어느 쪽이 더 큰 세계를 보게 될까. 고립과 자립은

다르다. 식당에서혼밥을 하던 어느 날, 생각했다. 사람에게 지쳐 혼술을

하면서도 SNS에 사진을 찍어 올리고, 끝내 사진에 붙은 '좋아요'를

기다리는 어떤 마음에 대해서.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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