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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寄生蟲, 妓生蟲) 유감(3)

2020.02.22 17:23

박문태 조회 수:117

(3)

   심영자님의 수필집, ‘흔적’의 중간쯤에 그님이 어렸을 때, 집에서 크게 노래를 부른다고 어머니로부터 핀잔을 들으며, 커서 노래(그들만의 용어로는 국악의 ‘소리’라고 함)를 부르는 ‘妓生’이 되려고 그러느냐는 목소리 자랑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이 대목에서 ‘헉’하고 목구멍과 가슴이 막혔다. 천민(賤; 물건(貝)이 상해서 값이 안 나간다는 뜻으로, 별 볼일 없다는 뜻의 백성,民)으로 살아갈 것이냐의 어머니 훈계 때문이었다. 이때의 妓生은 잔치나 술자리에서 노래나 춤, 풍류를 가지고 흥을 돕는 일을 ‘업(業)’으로 삼아, 살아가는 계집을 말한다. 현재는 ‘어버이 날(5월 8일)’, 잔칫날에 시민회관에 수백 명의 사람들을 모아놓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유머를 재치 있게 소개하는 여자들이 있어도 이들을 妓生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냥 ‘연예인(演藝人)’이라고 한다. 천민의 굴레를 쓰게 된 실제 원인은 노래만 잘 부른다고 기생인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부부관계가 아닌, 일시적 남녀관계, 잠자리가 이루어지는, 문자를 쓰면 ‘客苦’를 풀어주는 노리개의 일을 젊은 여자가 하기 때문에 천민이 되어버린 것이다. 客苦는 객(客)지에서의 고(苦)생이 아니라, 서울에서 지방으로 출장 온 사람이 客舍(객사, 호텔)에서 혼자 잠을 자는 고통(苦痛)을 말한다. 그 고통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취해주는 것이 객고를 풀어주는 일이다. 수청 들게 해주는 것이다. 세종대왕이 처음으로 천민계급을 어명으로 지정하며, 그 중의 한 부류로 관기(官妓)가 생겨났고, 이 관기는 결과적으로 여러 남자를 상대해야 하는 요강과 같은 제도(制度, system)로 만들어졌다.

인류가 창안한 여러 제도(결혼제도, 가족제도, 봉건지주제도, 교육제도, 삼권분립제도, 재판제도 등등)는 한번 만들어지면, 그때부터 생명력을 갖게 되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제도를 바꾸면, 그 제도는 생명력을 잃고 죽어버린다. 그러나 어떤 제도는 죽은 뒤에도 그 유령이 떠돌아 다녀 사람을 괴롭힌다. 예로서, 축첩제도(蓄妾制度)는 바뀌어서 호적에 ‘庶子’라는 용어가 부모와의 관계 난에서 못 쓰게 되었지만(1953(?)년부터), 2020년 현재도 혼담이 오가는 중매쟁이 사이에서는 아주 조심스럽게 머뭇거리며, ‘혹시 서출(庶出)은 아니죠?’라고 확인한다. 축첩제도의 유령이 얼씬거리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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