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함께하는 부고인
  
함께하는 부고인
  

기생충(寄生蟲, 妓生蟲) 유감(8)

2020.02.22 20:00

박문태 조회 수:165

(8)

    나는 가정교사를 하면서 김을 안 먹기로 했고, 불고기 백반은 쳐다보지도 않기로 하였다. 김은 가정교사로 들어가 있는 집 아이들이 아침밥과 저녁밥을 먹을 때, 서로 김을 많이 먹으려고 서로 다투는 것을 보고, 나까지 끼여서 그 김을 집어먹지 못해서 아예 안 먹기로 한 것이고, 불고기 백반은 가정교사로 들어간 집 가족들이 속리산 법주사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 법주사 인근의 숙소 가까이 식당에서 점심, 저녁 식사들을 하는데, 아이들이 시골집의 시래기 국만 시켜 먹자고 하여, 다른 사람들이 불고기 백반을 맛있게 먹는 것을 입맛만 다시며 구경만 했었다. 나야말로 사시장철 시래기 국만 먹는데, 이런 때, 불고기 백반을 실컷 먹을 수 있겠거니 했는데, 서울에서 못 먹던 시래기 국만 먹으려 드니 불고기가 원수가 될 수밖에 없어 지금도 안 먹는다.

   봉준호는 이렇게 눈치 보며 살아본 일이 없다. 유럽의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받고 소감을 말하며 ‘충무 깁밥’을 먹고 싶어 빨리 한국에 가고 싶다고 했다. 妓生蟲인 나는 지금도 진화론의 찰스 다윈에게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 갈라파고스에서 ‘종의 기원’을 착안(着眼)할 때, 寄生蟲(예, 회충)은 무엇이 진화한 것이며, 장차 무엇으로 진화할 것인지 의문을 가져보았습니까? 우리 몸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寄生蟲은, 지금의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는 제외하고, 염증을 일으키지 않는다. 나, 이 妓生蟲이 살아오면서 둘레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일이 있는가? 공개경쟁에서 어쩔 수없이 합격하여 경쟁자 한 명을 탈락 시킨 일은 있어도 피해를 준 일은 없었던 것 같다. 학위를 마치고 바로 시카고에 본부를 둔 메리놀 봉사 단체에 ‘미국에서 공짜로 공부한 인지심리학 지식을 오지에 가서 써먹으며 봉사해서 그 값을 갚고 싶다’고 원서를 냈다가 ‘너무 늙었다고’ 퇴자를 맞은 일이 있다(거기에 기록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이 사실을 천주교 신자인 지금의 집 사람이 알고, 천주교 신자도 아니면서 미친 짓을 했느냐며,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노발대발한 일이 있다.

 

이런 집사람에게 어머니를 맡기고 나이 38세에 유학길에 올랐으니, 나도 나쁜 놈이다. 그러나 만학의 유학을 독려한 책임의 반은 집 사람에게도 있다. 게을러빠진 나에게 박사학위를 따오라고 앙칼진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하여간 며느리 눈치 보며 살아가셨던 어머니는 권번에서 ‘소리’공부를 겨우 마쳤을 때, ‘먼 산 부엉이 밤새워 울어대고, 앞내 물소리 가슴에 적실 때,’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며 겨우 언문(諺文)을 깨쳤는데, 전주의 박씨 閑良이 머리를 얹혀주었다. 그러고는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초가집에서, 그 한량이 어머니의 귀 밑 머리 쓰다듬으며 맹세를 길게 했어도 모두 거짓말이었다.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16059 봄을 알리는 카페 '한스'의 분홍꽃 [10] file 이태영 2020.02.27 133
16058 매그넘 인 파리展 [12] 김동연 2020.02.27 105
16057 LALA-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6] 최종봉 2020.02.27 96
16056 거리두기 [5] file 이태영 2020.02.26 122
16055 이 풍진 세상에도 봄은 옵니다. [14] file 황영호 2020.02.25 164
16054 ◈ 3월 4일 인사회 모임은 없습니다. [9] file 이정란 2020.02.25 109
16053 가현산 봄, 가을 [7] file 김인 2020.02.24 108
16052 [태평로] 정말 거지 같다 [5] 엄창섭 2020.02.24 138
16051 방콕을 벗어나 '종묘'에서 산책 [11] file 이태영 2020.02.24 127
16050 진짜는 결과로 말한다. [5] 김필규 2020.02.24 106
16049 한강의 철새들 [14] 이은영 2020.02.23 120
16048 LALA-코로나공포가준 방콕 기회( 입방체구상으로 치매예방연습) [6] file 최종봉 2020.02.23 80
16047 ♣ 그리운 겨울모습 [15] 성기호 2020.02.23 162
16046 수선화 달력 [16] file 김동연 2020.02.23 162
16045 봄은 오는데 [12] file 황영호 2020.02.23 131
16044 2월 산우회 모임 [3] 정지우 2020.02.23 147
16043 기생충(寄生蟲, 妓生蟲) 유감(끝) [2] 박문태 2020.02.22 1062
» 기생충(寄生蟲, 妓生蟲) 유감(8) 박문태 2020.02.22 165
16041 기생충(寄生蟲, 妓生蟲) 유감(7) 박문태 2020.02.22 65
16040 기생충(寄生蟲, 妓生蟲) 유감(6) 박문태 2020.02.22 64
16039 기생충(寄生蟲, 妓生蟲) 유감(5) 박문태 2020.02.22 66
16038 기생충(寄生蟲, 妓生蟲) 유감(4) 박문태 2020.02.22 62
16037 기생충(寄生蟲, 妓生蟲) 유감(3) 박문태 2020.02.22 64
16036 기생충(寄生蟲, 妓生蟲) 유감(2) 박문태 2020.02.22 81
16035 기생충(寄生蟲, 妓生蟲) 유감(1) 박문태 2020.02.22 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