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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인정의 586 <조선일보>

2020.04.10 10:23

이태영 조회 수:153

 
 

[터치! 코리아] 디지털 노인정의 586

 

코로나 시대, 온라인은 생존
'주머'에 입성한 동네 '줌마' 586도 디지털 세상에선 노인
온라인 노화 방지 노력해야

  

김미리 주말뉴스부 차장


동네에서 마스크 끼고 아이 친구 엄마 둘을 만났다가
난데없이 디지털 레슨을 하게 됐다.
애가 스마트폰에 빠질까 봐 자기부터 모범을 보여야겠단 생각에
디지털과 담쌓고 지냈는데 온라인 개학을 하니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한 엄마가 하소연했다.
재택근무 때문에 화상 회의용 앱 '줌(Zoom)'을 사용해 봤다는 이유로
내가 졸지에 디지털 강사가 됐다. '주머(Zoomer·줌을 쓰는 세대)'
세계에 막 입성한 '줌마'들이 환호성 지르자 옆자리 젊은 커플이
마스크 위로 내민 눈으로 흘겨봤다.
초보 강사는 내친김에 동시 협업이 가능한 '구글 문서'도 가르쳤다.
세 집 아이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제목 붙인 테스트용 문서에
이렇게 입력했다. '축, 디지털 노인정 탈출.'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예견하는 각종 시나리오가 쏟아진다.
결은 달라도 관통하는 큰 흐름이 있다.
온라인화가 가속화되리라는 예상이다.
인터넷에선 이런 우스개까지 등장했다.
"당신 회사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이는 누구인가.
①CEO(최고경영자) ②CTO(최고기술경영자) ③코로나 바이러스."
정답은 ③이다.

지금까지의 디지털 세상이 알면 편리한 세상이었다면
이젠 모르면 살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마스크 대란 때도 절감하지 않았던가.
마스크 사러 발바닥에 땀 나게 돌아다닌 이들이
손가락에 땀 나게 인터넷 검색했던 세대를 당할 수 없다는 것을.

마스크 앱 정도는 쓸 수 있다고 해서 남의 얘기라고 넘겨선 안 된다.
디지털 세상의 생체 시계는
오프라인의 생물학적 나이보다 빨리 움직인다.
인터넷이 이미 보급된 시대에 태어나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가
보기엔 50대도 '디지털 노인'이다.
대부분 퇴직한 60대 이상과는 달리 현직에 있는 50대는
밀레니얼이 직장 생활에서 가장 답답함을 느끼는 세대라고 한다.
대학 때 손으로 리포트를 썼던 586세대로서는 사회생활하며
컴맹 탈출에만 들인 노력이 얼만데 이제 와서
또 뒷방 늙은이 취급이냐며 억울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현실이다.

전원 재택근무에 들어간 모 공공기관의 20대 직원 얘기가 떠오른다.
화상으로 이사회가 열렸는데
50대 후반 대표만 화상 앱을 못 써 보조 요원으로 출근했단다.
게다가 남들은 노트북,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데
대표만 답답하다면서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달라고 했다.
40대 초반 교수는 "온라인 강의 대책을 마련하자면서
노땅 교수들이 소집해 대책 없는 오프라인 회의를 종일 하는 걸 보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고 했다.

경제적 격차로 생긴 디지털 디바이드(정보 격차)만이 문제가 아니다.
리더들이 '의사 결정 하는 자리에 있는데
디지털 기술까지 익혀야 하느냐'는 꼰대 태도를 보이면서
스스로 만든 디지털 디바이드가 조직에선 더 문제다.
언제까지 직원을 온라인 하수인으로 부릴 수는 없다.
그들도 본업으로 바쁘다.

디지털 세대의 문법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디지털 기기를 쓰다가 막히면 젊은 후배부터 호출하는
리더가 외치는 '온라인 강화'는 공허하다.
뒤에서 당신을 '핑프'라고 조롱하고 있을지 모른다.
‘핑프'는 핑거 프린세스(손가락 공주)의 준말로
손가락 까딱해 검색만 하면 나오는데
그마저도 귀찮아 물어보는 사람을 말한다. 한마디로 민폐다.
냉정히 나의 디지털 연령을 매겨볼 때다.
오프라인에선 고령이어도 노력하면 온라인에선 청년이 될 수 있다.
오프라인에선 팔팔한데 배움을 게을리해 온라인에선 노인일 수도 있다.
오프라인에서의 노화 방지보다 온라인에서의 노화 방지는
노력으로 가능하고 비용도 거의 안 드니 얼마나 희망적인가.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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